[판타지] 사부의 울부짖음 [10]

by too

그 시간, 잠에서 깬 사부는 아린이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

그리고 곧 멀리서 들려오는 아린이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사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소리를 따라 달려갔다.


아린이는 도깨비 무리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린이는 등을 벽에 붙인 채, 조용히 숨을 골랐다.

도깨비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첫째의 주먹을 피하며 팔을 꺾어 땅에 메쳤고, 둘째의 발차기를 허리를 틀어 피한 뒤, 무릎으로 턱을 찍었다.

셋째가 칼을 휘두르자, 아린이는 바닥을 굴러 피해낸 뒤, 근처에 있던 부러진 막대기를 집어 그의 다리를 쳐 쓰러뜨렸다.


도깨비들이 신음하며 바닥에 뒹굴었다.

숨을 몰아쉬는 아린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긴장이 풀리기도 전, 저 멀리서 나뭇가지를 부수며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이 들렸다,


텁, 텁, 텁!

흙과 낙엽이 흩날리며 땅이 울렸다.


그리고 안개를 뚫고, 누군가가 어둠 속을 가르며 튀어나왔다.


"아린아!!!!"


거칠게 달려오는 그 목소리,

전신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타난 사부였다.

눈은 불꽃처럼 날카롭고, 손엔 검은 활이 들려 있었다.


그는 단숨에 아린이 앞으로 다가와 서며, 아린이를 보호하듯 팔을 벌렸다.

아린이의 숨이 턱 막혔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사부...."


그리고 그 순간, 검은 그림자를 몸에 휘감은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사부는 뼛속 깊이 파고드는 강한 악의 기운을 느꼈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외쳤다.


“네가 도깨비 마왕이구나!”


도깨비 마왕은 검은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아직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잘도 숨어 있었군. 5년 동안... 숲속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하지만 이제 숨는 것도 끝이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그림자 사이로 날카로운 검창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부를 향해 돌진했다.

사부는 가까스로 그것을 막아냈다.


바로 그때...

아린이는 어떤 냄새를 맡았다.


그건...

아빠가 죽던 날 밤, 지하실에서 풍기던 묘하고 싸한 향기였다.

그 냄새는 마치 차가운 뱀이 몸을 휘감는 듯, 아린이의 온몸을 얼려버렸다.

가슴이 미친 듯이 요동쳤고, 눈앞이 흐려졌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은 마치 찢어질 듯 쿵쾅거렸다.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

두려움은,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본 사부는, 아린이를 향해 절규하듯 소리쳤다.


“아린아! 지금이야! 어서 가! 문을 찾아! 아린아, 제발!”


그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절박했다.

숨을 쉬듯 내뱉는 외침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이를 살리려는, 한 생의 마지막 힘이 담긴 울부짖음이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아린이는 손에 들고 있던 도토리 봉지를 꽉 움켜쥐고,

죽을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아린이를 향해 도깨비 마왕이 손을 뻗으려 하자,

사부는 거칠게 외쳤다.


“넌 아린이 손끝 하나도 못 건드릴 거다!”


그러고는 등에 매달고 있던 활을 꺼내 들었다.

사부는 최초 세 가문 중 활을 무기로 삼은 도깨비 가문의 후예였다.


도깨비 마왕은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어허, 이거 참... 재미있게 돌아가네. 활을 쓰는 도깨비 일족이었다니. 놀랍군.”


둘의 싸움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됐다.

땅이 흔들리고, 나무들이 찢기며, 어둠이 산 전체를 덮었다.


그러던 중, 도깨비 마왕은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벴다.

그 피가 검에 스며들자, 검은 순식간에 붉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검이 소름 끼치게 요동쳤다.


그는 사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순수 혈통에 대한 예의는 여기까지다. 이제 슬슬... 끝내자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도깨비 마왕의 붉은 검이 번개처럼 휘둘러졌다.

사부는 그 일격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아린이는 벽 끝까지 도달한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손에는 뭉개진 도토리묵이 들려 있었고,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던 그때...

소근소근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아린이는 눈물을 거칠게 훔치고, 몸을 한쪽으로 숨겼다.


“오늘은 완전 허탕이네...”

“그러게, 좀 일찍 나오자니까. 그 마지막 잔만 안 마시고 나왔어도...”

“에이, 내일도 있으니까. 어서 가자고, 다들 기다리겠어.”


도깨비들이었다.

아린이는 조용히, 숨도 쉬지 못한 채 기회를 엿봤다.


마지막 도깨비가 문을 넘자마자, 아린이는 재빠르게 문 쪽으로 뛰었다.


하지만 찰나, 문은 굳게 닫혀 버렸다.

아린이는 벽을 밀며 애타게 다시 문을 열려 애썼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린이는 벽을 더듬으며 절망 속을 헤맸다.


그때,

벽 한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은 서서히 번지며,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린이는 조심스레 문을 통과해, 마침내 도깨비 마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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