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라는 말

by too

말끝마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붙이는 친구가 있다.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습관처럼 말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아니야” 혹은 “괜찮아”라고 답한다. 이 조합은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라 쉽게 고치기 어렵다.


그날도 그 친구는 여느 때처럼 “미안해”를 남발하고 있었고, 나는 모임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내가 친구 옆에 앉으려던 순간, 친구가 마시던 커피가 쓰러져 내 가방에 커피가 흘렀다.


친구는 큰일이라도 난 듯 벌떡 일어나 말했다.


“오, 미안해, 미안해, 괜찮아, 미안해...”


그 말들을 듣는 순간, 마치 ‘미안해’라는 총알을 맞은 사슴처럼 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젖은 가방을 휴지로 닦았다.


내 반응에 친구는 꽤 놀란 표정이었다. 왜 내가 평소처럼 “아니야, 괜찮아”라고 하지 않았는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때 느낀 건, 그 친구의 “미안하다”라는 말이 너무 가벼워 공기보다 더 가볍게 느껴졌다는 거였다.

그래서 굳이 내가 반응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친구들을 통해 들은 얘기인데, 그 친구는 내가 왜 자기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는지, 그 말 한마디를 왜 안 했는지를 두고 여럿에게 분노 섞인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미안하다"라는 말은 어쩌면 상대방에게도 '당신 역시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는 무언의 요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판타지] 마왕의 조카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