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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나의 것

꿈속에서 짓눌린 자궁

by Restory

몇주 전, 기이한 꿈을 꿨다.

나는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고,

강제로 ‘질 성형 수술’을 당하고 있었다.

누구도 내게 묻지 않았다. 어떤 동의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게 널 위한 길”이라며 수군거렸고,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했고, 공포는 현실보다 더 진했다.


며칠 뒤, 또 꿈을 꿨다.

이번엔 시어머니가 나의 배, 정확히는 자궁 위에 몸 전체의 무게를 실어 짓눌렀다. 나를 죽이겠다며.

나는 남편, 아이와 함께 자고 있었는데,

그 무게에 숨을 쉴 수 없어 발버둥치다 결국 깨어났다.


깨어난 뒤에도 그 압박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자궁은 단순한 장기가 아니다.

그건 창조와 탄생의 상징이고, 동시에 여성의 정체성과 주체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자궁을 누가 눌렀는가. 왜 그토록 무거운 무게를 실었는가.


꿈은 종종 현실에서 꾹꾹 눌러담은 감정의 언어다.

나는 그 꿈에서, 나의 몸이 내 것이 아니었던 지난 시간들을 봤다.

내 삶에, 내 선택에, 내 리듬에, 내 시간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조정하려 했던 누군가의 그림자 말이다.


그림자의 이름은 ‘가족’이었고,

‘시어머니’였고, ‘남편’이었다.

‘넌 이래야 해’라는 기대와

‘내가 너를 위해 해주는 거야’라는 통제.

‘이게 기본이야’라는 강요.


나는 그 꿈에서 겨우겨우 말하고 있었다.

“이건 내 몸이야.

내 인생이야.

내 자궁이야.”


지금 나는, 그 꿈을 현실로 가져와 쓰고 있다.

내 몸의 경계를 지키는 연습,

내 삶의 선택권을 되찾는 연습,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단단한 선 긋기.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경계가 침범당한 줄도 모른 채 살아간다.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

내 몸은, 내 경계는, 내 의지는

이제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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