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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석 Mar 02. 2020

카바코스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서울시향 / 카바코스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2020년 1월 9일(목) 20:00~22:08

롯데콘서트홀 객석2층 E구역 4열 3번 / B석 25,500원(패키지 15%)


루드비히 판 베토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 레오니다스 카바코스(Vn)

(앵콜) 요한 세바스찬 바흐 /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단조 BWV1001 1악장

     - 레오니다스 카바코스(Vn)

인터미션

안토닌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op.46 8번

요젭 하이든 / 교향곡 8번 G장조 HobL:8 저녁 1악장

안토닌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op.46 3번

요젭 하이든 / 교향곡 8번 G장조 HobL:8 저녁 2악장

안토닌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op.72 2번

안토닌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op.72 5번

요젭 하이든 / 교향곡 8번 G장조 HobL:8 저녁 3악장

안토닌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op.72 6번

요젭 하이든 / 교향곡 8번 G장조 HobL:8 저녁 4악장

안토닌 드보르작 / 슬라브 무곡 op.72 7곡


티에리 피셔(Cond), 서울시향



지난해 2020년 서울시향 레퍼토리가 발표되었을 때 눈에 띄는 공연 가운데 하나였다. 레오니다스 카바코스(Vn)의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 기대가 큰데 거기다 베토벤의 협주곡, 거기다 카바코스가 직접 작곡했다는 5분여 길이의 팀파니와 함께 하는 카덴차까지. 2부에서 연주되는 하이든과 드보르작의 조합 또한 낯설지만 새롭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곡을 쪼개서 조합하는 방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 한편으로 기대는 된다.


공연 40분쯤 전에 도착했음에도 일찍 온 관객들이 많아 로비에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10층으로 올라와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롯데는 예술의전당에 비해 관객이 앉아 쉴 만한 시설은 좀 부족한 편이다. 서서 입장 시간을 기다리던 중에 좀처럼 10층으로 잘 오시지 않는 구름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객석으로 들어갔다. E블럭 4열인데 2열은 안전바에 시야가 좀 가리는 것 같고 3열부터는 앉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자리였다. 카바코스 공연이 이날 하루 밖에 없어 합창석까지 오픈했지만 거의 매진을 이룬 듯 보였다.


첫 곡은 이날의 메인 곡인 카바코스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리니스트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는 카바코스가 2년 전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내한해서 이 곳 롯데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직접 지휘를 겸해서 연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는 모차르트다운 소리는 아니었으나 선명한 색깔의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단원들이 자리를 잡자 이윽고 훤칠한 키의 카바코스가 깃이 밖으로 나온 흰색 드레스셔츠에 한 벌로 된 검은색 수트를 입고 1734년산이라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빌모트와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일단 카바코스는 신장이 크다 보니 팔 길이도 길어서 상대적으로 연주를 쉽게 하는 편이었다. 팔이 짧은 연주자들은 상당히 어렵게 연주를 할 부분도 카바코스는 팔이 기니 상대적으로 보잉도 쉽게, 핑거링도 쉽게 하는 듯 보였다. 카바코스의 베토벤은 생각과는 달리 고전적인 엄격함보다는 낭만적인 서정성이 넘실대는 연주였다. 루바토를 많이 사용해서 자신의 정서적인 측면을 많이 부각했고, 템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가져갔다. 여기에 더해 문제의 그 1악장 카덴차는 5분이 넘어간 까닭에 통상 40~45분 정도면 연주가 끝나는 곡을 50분 가까이 연주한 것 같았다. 카바코스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빌모트는 밝고 아름다우면서도 커다란 음량을 들려주었으나 베토벤다운 강인하고 힘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1악장의 카덴차는 베토벤 스스로가 이 곡을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것을 바탕으로 알렉산더 슈나이더한(Vn)이 만든 카덴차를 참고하여 카바코스가 직접 작곡한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1월에 역시 서울시향과 이 곡을 협연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Vn)의 카덴차처럼 팀파니와 이중주가 인상적인 연주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5분여 지속되는 길고 긴 카덴차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스콧 버다인 부수석의 팀파니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울림이 커서 롯데콘서트홀의 긴 잔향 때문에 소리가 섞여서 들렸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이 곡에서 사용된 팀파니는 일반적인 방법처럼 공연장 바닥에 그냥 설치한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좀 올라와 있는 바닥판을 놓고 그 위에 설치해 놓았는데, 이것을 보면 이런 음향은 의도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울림이 심한 팀파니와 소리가 선명한 바이올린을 대비시켜서 바이올린의 소리를 더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연주가 다 끝나고 몇 번의 커튼콜 끝에 카바코스는 바흐의 소나타 가운데 한 악장을 앵콜로 들려주었다. 앵콜곡을 연주하려고 카바코스가 바이올린 활을 드는 순간, 2층 객석으로 생각되는 곳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는데 그 소리가 무려 예닐곱 번이나 반복이 되어 연주자와 관객들이 모두 한동안 벨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나이드신 분이 휴대전화를 빨리 끄지 못해 어셔가 달려가 전원을 종료해 주었다고. 아마 크리스티안 지메르(Pf)만 같았다면 당장 나가버렸을 것이나 카바코스는 끝까지 기다려 벨소리가 멎은 것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연주해 주었다.


인터미션 때 로비로 나갔다가 우연히 예술의전당 고객자문위원들을 무더기로 만났다. 모두 객석 2층에서 관람을 했는데 나가지 모두 다섯 명이었다. 마치 동창회처럼 누가 몇 기니 몇 기니 하면서 인사를 했는데 모두를 아는 사람이 나여서 내가 서로를 소개해 주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객석으로 들어왔다.


2부는 좀 특이한 구성이다. 하이든의 <교향곡 8번>과 드보르작 <슬라브 무곡>을 섞어서 새롭게 하나의 곡처럼 편성했다는데, 왜 이런 시도를 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새로운 느낌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하고 들었다. 슬리브 무곡 8번으로 시작해서 하이든 교향곡의 한 악장씩을 슬라브 무곡 사이에 끼워넣어 연주하는 것인데, 티에리 피셔는 하이든의 교향곡을 기본으로 각 악장의 성격과 유사한 분위기의 곡들을 슬라브 무곡에서 골라 서로 잘 어울리도록 배열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런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 곡의 순서를 모르고 들었더라도 이건 하이든, 이건 드보르작 하고 선명하게 구분이 되었지, 이것들이 어우러져 마치 10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곡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날 피셔의 실험은 그리 성공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날 연주된 슬라브 무곡 가운데에서는 5번이 좀 낯설 뿐, 나머지 작품들은 그 멜로디가 모두 귀에 익은 곡들이었고 서울시향은 슬라브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 주면서 좋은 연주를 들려준 것 같았다. 하이든의 곡도 나름대로 깔끔한 제 맛을 잘 살려 연주해 주었으나 드보르작과 섞인 탓에 아무래도 음량이나 악기 편성에서 우위를 점한 드보르작에 밀려 잘 섞이지 못하고 위축된 느낌이었다. 연주는 좋았으나 곡 편성의 의도가 잘 살아나지 못한 애매모호한 곡이 되고 말았다.


공연이 끝나고 서울시향 직원에게 카바코스가 출연하는 공연을 1회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렇게 됐느냐고 물으니 2회 공연인데, 다음날 공연하는 두 번째 공연은 기업 공연이라 일반에 공개가 되지 않는 연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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