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저가형 코스메틱 강세의 비밀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소비 코드가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과거 '프리미엄'과 '고가' 이미지가 강했던 뷰티 시장에서조차 이러한 가성비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죠.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놀랍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게 다 있다는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있습니다. 더 이상 단순히 저렴한 생활 잡화를 파는 곳이 아닌, '가성비 뷰티'의 성지이자 새로운 뷰티 플랫폼으로 다이소가 급부상한 것입니다.
다이소는 어떻게 한국 뷰티 시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저가형 코스메틱 제품의 강세를 이어가고 있을까요? 다이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과 그에 따른 코스메틱 브랜드들의 현명한 협업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변화를 견인하는 소비자 관점의 진화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저가형 코스메틱 강세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이유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다이소가 저가 뷰티 플랫폼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5천 원 이하'라는 확고한 가격 전략과 전국적인 매장을 통한 압도적인 접근성입니다. 이 두 가지 핵심 요소는 소비자들이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에 흥미로운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기에 전국 1,500개가 넘는 압도적인 오프라인 매장 수는 다이소 뷰티 돌풍의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대형 드럭스토어나 백화점까지 가지 않고도 집 근처 다이소에서 필요한 뷰티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되죠. 또한, 2025년 4월부터 다이소몰에서 시작된 '오늘배송' 서비스는 이러한 접근성을 온라인으로까지 확장하며, 소비자들이 더 이상 뷰티 제품을 찾아 나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곧 실적이라는 숫자로 증명되었습니다.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 다이소의 기초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0%, 색조화장품 매출은 130%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모 바이 마몽드'는 다이소 입점 4개월 만에 100만 개 판매를 돌파했고, LG생활건강의 'CNP 바이 오디-티디 스팟 카밍 젤'이나 종근당건강 '클리덤 저분자 콜라겐 팔자 주름 앰플' 등 유명 제약 화장품 계열사 제품들 역시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다이소 뷰티의 파급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다이소는 이제 더 이상 그저 생활용품점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뷰티 허브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이소 뷰티의 성공은 다이소 자체의 전략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 코스메틱 브랜드들의 과감한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투쿨포스쿨, 더샘 등 대형 브랜드들이 자사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다이소라는 새로운 채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바로 '윈-윈' 효과를 통한 다각적인 시너지 창출에 있습니다.
첫째, 신규 고객층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 확장입니다. 다이소는 주 고객층이 10대~20대 초반의 젊은 세대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들로, 이들은 기존 유명 브랜드가 직접 공략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잠재 고객층입니다. 다이소 입점을 통해 브랜드들은 자사의 제품을 보다 폭넓은 연령층과 소비 스펙트럼에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고급' 이미지를 고수하던 브랜드들도 다이소를 통해 '친근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를 덧입히며 브랜드 스펙트럼을 유연하게 확장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둘째, 제품 테스트 베드 및 시장 반응 확인의 용이성입니다. 브랜드들은 다이소를 새로운 제품이나 성분, 제형을 소량으로 테스트하고 시장 반응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테스터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5천 원 이하'라는 다이소의 가격 기준에 맞춰 기존 제품의 용량과 패키징을 재구성하거나, 광고비를 뺀 소용량 기획 제품을 선보이면서 부담 없이 시장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는 본품 출시에 앞선 중요한 검증 과정이 됩니다.
셋째, '듀프(Dupe) 소비' 트렌드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소비자들은 고가 브랜드 제품과 유사한 효능이나 발색을 가진 저렴이 버전을 찾는 '듀프 소비'에 열광합니다. 손앤박 컬러 밤이 6만원대 명품 립밤의 '저렴이 버전'으로 입소문 나며 3천 원대에 비슷한 발색을 구현하는 것처럼, 브랜드들은 다이소를 통해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VT 리들샷처럼 다이소를 샘플 플랫폼 삼아 고가 본품에 대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도 제품 노출이나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톡톡한 역할을 했죠.
이러한 협업은 다이소에게는 대형 브랜드의 신뢰도와 상품력을 가져와 뷰티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브랜드들에게는 새로운 고객과 유통 채널, 테스트 기회를 제공하며 서로에게 강력한 시너지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이소를 중심으로 한 저가형 코스메틱 시장의 강세는 단순히 고물가 시대의 임시방편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가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하는 다이소의 전략, 새로운 고객층과 유통 채널을 개척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들의 유연한 대응, 그리고 무엇보다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소비자의 관점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저력이 뒷받침되는 한, 이러한 가성비 뷰티의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합니다. 뷰티 시장은 이제 '가격'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니즈에 끊임없이 반응하며 진화하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소비자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