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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계정 1개를 120명이 나눠 쓴다는 것은

페이센스를 통해 짚어 본 OTT 구독 시장의 명암 

OTT 계정 공유 비즈니스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OTT 서비스 월정액 이용권을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나눠 재판매하는 중개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이들은 소비자 개개인의 월정액 요금 부담을 낮춰주는 대신 수수료 개념으로 이익을 취해 왔다. 이 중에서도 최근 론칭한 서비스 페이센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월정액 멤버십 이용권을 프로필 단위를 뛰어넘어 24시간 단위로 쪼개어 팔고 있기 때문. 4인팟, 6인팟이 아니라 최대 120인팟까지 확장된 OTT 이용권 재판매. 정기구독 통합관리 서비스 왓섭이 그 명과 암을 정리해 봤다.




OTT 이용권 1개를 120명이 나눠 쓴다고?

페이센스의 서비스 모델은 단순하다. 피크플러스링키드 등 기존 OTT 파티 중개 회사들이 월정액 멤버십 이용권을 각 프로필 수만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면, 페이센스는 이를 다시 일 단위로 나눠 제공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계정당 프로필 수가 최대 4개인데, 페이센스가 한 달치 1일 이용권을 매진시킨다면 산술적으로 120명이 하나의 계정으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셈이다.





페이센스는 '신뢰'를 먹고 산다


페이센스의 OTT 1일 이용권 가격은 서비스마다 조금씩 다르다. 넷플릭스 1일권은 600원, 웨이브・티빙・왓챠・라프텔 1일권은 500원에 판매 중이다. 디즈니플러스는 가용 프로필 수가 많아서인지 400원이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페이센스 가입자는 1일 이용권을 구매 즉시 해당 OTT를 이용할 수 있다. 구매자는 페이센스로부터 아이디, 비밀번호를 부여받아 24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페이센스 유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1일권 구매자 중 한 명이라도 계정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임의로 바꾸면 다른 구매자들은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게 되니까.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면 결제수단이나 결제일 등 계정 정보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많은 유저가 발을 들이다 보면 특정 유저의 악의적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OTT ‘불완전 판매’의 불투명한 미래


사실 OTT 계정 공유 비즈니스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까지 일찌감치 계정 공유를 명시적으로 제한해 왔다. ‘정식 계약이나 승인 없이 유료 서비스를 영리 활동에 이용할 수 없다'는 회원 약관도 엄연히 존재한다. 아직은 페이센스를 비롯한 OTT 파티 중개 서비스들이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OTT 기업들이 적극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이유다. 멤버십 가입자들을 중에 재판매 계정을 색출해 서비스를 차단하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만일 페이센스 등 OTT 계정 재판매 업체들이 OTT 플랫폼들의 감시(?)에 부딪친다면 해결 방법은 거의 없다. 유료 서비스의 주체는 엄연히 OTT 플랫폼이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우회 구매한 이용권이 종잇조각이 된다면 재판매 업체들은 당장 사업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팔린 파티 이용권을 취소하고 결제액을 환불해주는 것만 해도 업무 부하가 엄청날 것이다.




계정 재판매 차단, ‘법’과 ‘기술’ 중 뭐가 빠를까


티빙과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3사는 최근 페이센스에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송부했다. 페이센스의 1일 이용권 판매가 자사 이용권 판매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계산에서다. 1000원이 채 되지 않는 1일 이용권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 OTT 월정액 이용권의 강력한 경쟁 상품이 생긴 것이기도 하니까. OTT 플랫폼으로서는 다달이 1만 원 넘게 돈을 내던 충성고객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명실공히 OTT 업계의 정상인 넷플릭스의 행보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넷플릭스는 “복수의 프로필은 한 집에서 여러 가족이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도록 마련된 서비스"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법적 대응 방침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가족 외 타인 간 계정 공유에 대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실험 중인데, 해외 일부 국가에서 4000원가량의 요금을 추가로 내면 최대 2명까지 외부 파티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계정 공유를 법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데 치중하는 셈이다.




OTT는 어떻게 구독자를 붙잡아야 할까


페이센스가 불법인지 아닌지 여부는 단기간에 결론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OTT 계정 공유 서비스의 등장은 기존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최소 1개월 단위의 정기구독 주기, 자동 결제 등 익숙하게 여겨 온 OTT 구독 시스템은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이번 페이센스 논란은 OTT 플랫폼이 1일권을 포함한 다양한 유료 멤버십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OTT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 방식과 행태는 전부 제각각이니 말이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떠나 OTT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유저 커스터마이징이다. 개인 취향 분석에서 추천까지 이어지는 알고리즘이 세분화되고 정확해질수록 플랫폼은 유저를 붙들어 둘 수 있을 테니까.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걸 기록하고 좋아할 만한 걸 쉽게 찾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페이센스를 비롯한 재판매 업체들에겐 없는 ‘개인화'는 앞으로도 OTT 플랫폼들의 독자적인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결국 OTT 서비스의 성패는 얼마나 개인화된 데이터를, 얼마나 복합적으로 제공하느냐의 문제에 달렸다. 그리고 이건 단지 OTT가 아닌 구독 경제 전반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구독’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나이와 성별은 기본이고, 취향과 관심사, 건강상태, 처한 환경 하나하나까지 감안한 서비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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