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에 슬그머니 침실을 빠져나가 헤드폰을 걸치고 인기척 없이 유튜브를 감상하는 얘짠을 몇 번이고 목격했다. 마 x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주제로 한 BJ들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얘짠이 재미있어 하긴 하지만 BJ의 언행이나 방식이 그리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 시청을 자제시키는 콘텐츠였다.
결코 새벽의 그 행동을 혼내려거나 질책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얘짠은 늘 그 상황을 들켜버리면 굵직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본인 스스로가 그 행동이 큰 잘못이라고 느끼는 탓인 걸까?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찌 됐든 나로서는 그 행동을 모른척할 수도, 권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였던가 얘짠이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신나서 읊조릴 때면 내가 채워주지 못했던 공백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괜스레 미안해진다는 감정을 적어 둔 적이 있었는데 그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글썽거리는 얘짠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말해주었다. 그 방송은 얘짠에게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 그 게임을 정말 하고 싶으면 아빠를 깨워서 조금씩 같이 즐겨보자는 이야기. 이젠 제법 성장한 얘짠은 아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한 듯 보였고 새벽 몰래 유튜브를 시청하는 행동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기특한 녀석.
사소한 문제가 하나 생기긴 했는데 얘짠과 함께 게임을 즐길 때의 나의 언행이 딱히 뭐 BJ보다 낫다고는 못하겠다 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었다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