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밖에 남지 않은 맛있는 반찬을 본인은 배부르다며 나에게 떠민다. 연이어 ‘아빠도 배불러?’를 굳이 왜 덧붙이나 싶긴 한데, 내가 두 번 정도 거절하면 못 이기는 척 반찬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정말 빠르다.
가끔 현장일을 하러 밖에 나갈 때면 근엄하게 ‘잠깐만’을 외치며 다가와 내 옷차림이 춥진 않을지 검사한다. 내가 뭘 걸치고 있어도 외출 승인을 해주는 참 형식적인 절차지만, 이 절차의 사랑스러움은 형언하기 힘들다.
밖에서 맛있는 간식거리나 내가 좋아하는 군것질거리가 생기면 꼭 주머니에 챙겨 와서 앞에 내민다. 하루 종일 주머니에서 얼마나 주물러댔으면 투명한 포장지가 뿌옇게 되어 있거나. 광택을 잃고 꾸깃해져 있다. 달달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단, 쿠키류는 가루 형태로 섭취하게 된다는 것이 단점 이긴 하다.
내가 방에 뻗어 잠이 들 때면 조용히 다가와서 삐져나온 발끝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꺼준다. 그러고는 문도 살포시 닫아주고 나가는데 이불을 발끝까지 당겨와서 덮어 주기 때문에 상반신이 서늘해진다는 것이 역시 단점이다.
얘짠의 이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배려들이 최근의 내 일상에 큰 활력이 되어주고 있음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얘짠이 학교를 가려고 현관문을 나선 지 3분도 채 안 되어 얘짠에게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비 오니까 우산 챙겨가~~”
외출 계획은 딱히 없었지만 에너지가 넘쳐흐르게 되는 바람에 어떻게든 바쁜 하루를 보내봐야겠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