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러버 얘짠이가 여태껏 사 모은 자동차 장난감들이 수납공간 포화로 인해 집 안 구석구석 널브러져 있다. 처치 곤란 자동차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자동차 한 대조차 정리가 쉽지 않은 이유는 각각의 자동차마다 나름의 추억과 사연이 있어 버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얘짠 때문이다.
자동차마다 얽힌 사연을 조곤조곤 읊어대며 감성에 호소하는 얘짠의 투명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면 낡은 자동차를 정리하기는커녕 새로운 자동차를 꼬옥 쥐여주고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낡은 자동차를 정리해 클린한 공간을 조성해 주려는 아빠의 호의가 희미하게나마 남겨진 소중한 추억들을 말살하려는 적의로 둔갑되어 버린 날.
최근에서야 대략 깨우친 MBTI 유형을 빌려보자면, 불리한 입장에서만 가짜 F가 되어버리는 진정한 T와, 가짜 F에게 감정적으로 설득당해 버리는 확고했던 T를 어째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