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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잡담 Oct 06. 2022

정장과 프랑스 2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8,965km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로 평균 13시간 34분

왕복 비행기 가격 평균 180만 원

인구수 6,568만 명. 시차 -7시간

France [프랑스]


“우리 프랑스 가서 살까?”


 결혼보다 더 큰 쓰나미가 몰려왔다. 프랑스? 파리? 거기가 어디더라? 머릿속에서는 뱅그르르 지구본이 반 바퀴 돌고 있었고 우리나라 반대쪽 영국 옆에 혹은 아래쯤에 있는 나라가 프랑스일거라 추측했다. 내가 아는 프랑스는 에펠탑, 몽마르트르, 퐁네프의 연인들, 레옹, 푸아그라, 마크롱, 마카롱, 그리고 음 파리바게트가 전부다. 심지어 아는 프랑스어는 봉쥬르 밖에 모르는데 프랑스에 가서 살자고? 그 흔한 유럽 배낭여행도 안 가봤는데 사는 게 먼저? 당황 아니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낭만의 도시 파리 라고 하지만 막상 살자고 하니 두려움이 먼저 다가왔다.

 그녀의 말을 곱씹어 요약하자면 ‘우리 결혼해서 같이 사는데 사는 곳은 프랑스야 어때?’ 호기롭게 ‘그래’라고 답할 수도 없었고 ‘아니’라고 답할 수도 없었다. 12년을 기다려온 결혼은 물론 yse다. 그녀와 함께 사는 것 당연히 yes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와 나란히 선 불란서 앞에서 내 인생의 수열 들이 틀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가 프랑스에 가자고 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회사에서 그녀를 프랑스 법인으로 파견을 보냈기 때문이다. 결혼과 파견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이 프랑스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그녀는 가고 싶어 했다.


바로 단톡방에 30년 지기 불알친구들에게 톡을 날렸다.


나: 클났다. 그녀가 프랑스로 발령받아서 프랑스가서 살자는데 어째야 하나?

진과장: 얼마나?

나: 한 5년

진과장: 와푸~ 축하해 마흔 넘어 파리지앵이라 멋지다

김상무: 야~ 진짜 가게? 뭐하러 나가서 개고생하나 한국이 젤 좋아. 니 나가서 할꺼나 있나?

유기자: 가는거야? 미쳤구나. 용기가 대단한데.

백주임: 어허~ 파리 여행가게 생겼네. 가면 재워는 주지?  

박계장: 이건 또 먼소리고. 산 넘어 산이네

김팀장: 자 담달 부터 계모으자. 한달에 10만원씩. 부부동반이야


늘 그렇듯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혼이라는 행위는 표면적으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의 점유하는 것이다. 나는 40년 동안 크게 4개의 공간을 점유해 왔다.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19년이라는 시간을 김천이라는 공간에 객기를 가장한 어리광을 부렸고, 대학교 4년을 춘천이라는 공간에서 음주·가무를 즐겼다. 또 군에 입대해 2년 2개월을 대전에서 삽질했으며, 17년 동안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땀내 나게 살아왔다. 공간과 공간을 이동할 때는 나름대로 사건이 있었다. 대학교 입학, 입대, 취업 이런 사건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주었고 중력의 압박을 이겨내며 이사라는 것을 했다. (물론 중간중간 계약 만료라든지 전세금을 올려 달라던지 이런 엉뚱한 태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과 함께 나의 5번째 공간은 성남시 분당구가 되었지만 짐을 다 풀기도 전에 6번째 공간으로 떠날지도 모르겠다.


@ 13번의 이사 분당 신혼집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새로운 집은 물론 새로운 동네, 새로운 사람들, 낯선 소리와 냄새들까지.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변한다. 더불어 내 주위에 모든 것들을 리셋시키고 다시 빌드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인상은 물론 나의 성격까지 다시 입력시킬 수 있는 치트키라고나 할까. 잘 쓰면 더할 나위 없는 빌드업인 거고 잘못 쓰면 이전 공간에서 해왔던 것들을 무미건조하게 반복 해야 하는 중노동인 거다.


그리고 나는 대답보다 먼저 상상하고 있었다. 13시간 30분을 날아 프랑스로, 7시간을 거슬러 파리로 시공간을 점프해 이미 파리에 살고 있었다

어쩌면 대답은 이미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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