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자로서의 책임

두 번째 이야기 : 역할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라 ③

by yangTV

인사담당자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경영자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끊임없이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비단 경영판단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의 일상생활 속에서 변화하는 상황과 요구에 맞추어 항상 최선의 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사람들에게 회사에 대한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하고, 때로는 회사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실망과 기대감이라는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원들이 회사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가 결정된다. 회사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주는가는 인사담당자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사담당자의 판단은 중요하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나의 판단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매 순간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인사담당자는 회사의 방침과 방향을 결정하는 자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판단할 책임이 있다.


첫째, 회사와 사원 간의 규형 있는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어느 부서의 신규 팀장 임명에 대한 협의를 할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에는 회사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수주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해야 할 물량도 늘어났으며, 이 늘어난 생산량을 대응하기 위해 인력 충원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조직은 그대로 둔 채, 인원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이었다. 한 명의 관리자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인력만 충원되다 보니, 조직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회사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현 조직을 좀 더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조직을 세분화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은,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조직이 나뉘게 되면, 사람들 사이에 마음의 벽이 새길 수밖에 없다. 내 부서, 내 사람이라는 부서 이기주의가 반드시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서 충분히 합리적인 조직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조직을 나누고 보니, 필연적으로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졌고, 신규 조직의 운영을 위해 팀장을 새롭게 임명할 필요가 있었다. 팀장 후보로 경영자는 한 사람을 지목했다. 그 사람은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근무하던 자로, 평소 업무성과가 매우 높아서 경영진으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인사에서는 그 인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업무능력은 탁월해서 업무관리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평소 사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력관리까지 담당해야 하는 조직의 장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인력관리 측면에서의 문제점 등 몇 가지 근거를 들어 경영진을 설득했고, 결국 우선 보류하는 것으로 경영진과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사건이 일어났다. 새로운 팀장으로 임명하려 했던 그 후보에 대해, 부적절한 상사로서의 행동과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여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투서가 들어온 것이다. 인사에서는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곧 그 내용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업체로부터 금품을 정기적으로 받아왔고, 회사의 자산을 불법으로 매각하여 이익을 얻어 왔으며, 상사로서 부하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해 왔었던 것이다. 그전에 소문만 무성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었다. 결국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징계해고 결정을 하였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와 사원 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양쪽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사담당자는 사람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 경영자의 자문역할을 수행해야 하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사원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원들은 경영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해서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와 사원의 사이에 서서, 사원에게는 경영자의 생각을 전달해 주고, 경영자에게는 사원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팀장 임명이라는 중요한 인사를 하는 데 있어, 사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조직은 와해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한쪽의 입장만을 100% 신뢰할 수 없지만, 그 속에도 진실은 있게 마련이다. 사원들의 목소리에서 진실을 찾아내 효과적으로 경영판단에 반영해야 올바른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때로는 회사의 입장에서, 때로는 사원의 입장에 서, 때로는 양쪽의 입장에서 균형감 있는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회사 내에서 인사담당자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각종 제도와 방향성을 결정하면, 조직 안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만약 인사담당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그 부정적 영향은 엄청나다. 때문에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인사담당자는, 당장의 문제만을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각종 수당을 신설해 놓고 나중에 이를 폐지하지 못해서 곤란해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떤 제도든 간에 한 번 만들면 좀처럼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시야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바로 눈앞의 문제만을 보고 결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 협력업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매년 협력업체에 대해 유지를 해야 할지, 거래업체를 바꾸어야 할지 평가기준을 가지고 각각의 업체를 평가하게 된다. 평가결과, 간혹 거래중지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존 거래업체를 바꾸게 되는데, 보통 근무하던 직원은 그대로 승계하고 업체만 바꾸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기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갑이 되고, 새로 들어온 업체가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다. 새로 들어온 업체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이 그만두게 되면, 원청사의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어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업무수행의 어려움”만을 생각해서 기존 직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별도의 수당을 만들어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하게도 이 결정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었다. 도급금액은 정해져 있는데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중에 손을 대려고 했을 때에는 이미 방법이 없었다. 당장의 문제만을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만든 수당이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국가에서는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연차휴가를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운영해서 연차를 모두 소진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해 버리면, 남은 인원의 업무부하가 높아지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혹은, 연차휴가를 사용하기보다는 돈으로 받기를 희망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이유로, 연차휴가를 지급하기보다는 금전적인 보상으로 끝내려 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은 회사의 이익과 사원의 이익이 일치하여 흡족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면, 설사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가 있다 하더라도 회사로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운영했다면 금전적인 보상의무가 없어진다. 때문에 상사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강압으로 인해 부하직원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심적으로 부담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은 연차를 금전적으로 보상하게 되면 그런 부담이 없어진다. 그래서 업무를 이유로 휴가를 제한해 버리는 상황이 증가하게 되어 버린다. 즉, 직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연차휴가는 2년마다 1일의 연차휴가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사용하지 않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 부담이 늘어가고, 사원은 사원대로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되어 쉽게 연차휴가를 쓰기 어려운 기업문화로 변해가 버린다. 눈앞의 문제만을 보고, 때로는 선심을 쓰듯이 쉽게 결정했던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경직되게 만들어 다른 문제로 번지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어떤 것이든, 당장의 문제를 보기보다는 미래를 보고 최선의 방향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인사를 담당하는 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다.


셋째, 변화를 두려워 말고 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변화라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기존에 익숙하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점은 때로는 새로운 것을 향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를 이야기하면 당연하게도 반발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는 때로는 이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 조직 내에서 조직 차원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사담당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사제도를 개편했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회사의 승진제도는, 평가결과를 반영하여 승진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는데, 제조 현장에서 단순 작업을 하고 있는 오퍼레이터에게 불리한 점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승진 적체가 계속되어 현장으로부터 많은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사에서는 현 인사제도를 유지하는 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 제도에서는 아무리 공정하게 평가하더라도, 오퍼레이터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오퍼레이터를 평가하는 평가 기준은, 기획업무와 같이 난이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평가항목이 같았다. 즉, 회사에서 직급별로 요구하는 수준이 같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오퍼레이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회사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었고,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인사에서는 개선방안으로 업무의 특성에 맞게 기존의 인사제도를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기존 제도와 완전히 다른 제도이기 때문에, 기존 제도와 구분하기 위해 먼저 제조 현장에 맞도록 직급체계와 호칭 체계를 새롭게 정립하였다. 그리고 제조 현장에서 실제 하고 있는 업무 특성에 맞도록 역량을 정의해서 새롭게 평가항목을 구성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승진이 적체되어 있는 제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처음에는 이 변화에 당연히 반발했다. 자신들에게만 다른 평가제도를 적용하는데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년간 계속되면서 승진적체가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고, 불만의 목소리도 줄어들게 되었다.

세상을 구성하는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멈춰있지 않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사 지금은 완벽해 보인다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그렇지는 않다.


앞에서 예를 든 승진적체에 대한 해결방안도, 지금은 유효한 방법이지만 언제까지나 유효하지는 않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결정자로서 끊임없이 문제는 없는지,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주도해야 할 인사담당자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귀찮아하는 순간, 우리 조직은 정체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넷째, 비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음에도 막판에 뒤바뀌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가 취소된다든지, 인사발령을 내기로 결정했다가 취소한다거나 또는 다른 사람으로 내정자를 바꾼다든지 하는 일은 회사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때문에 실제로 그 결정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사담당자에게 비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은, 결정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바뀐 결정이 사원에게 미칠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결정한 인사담당자일 것이다. 만약 인사담당자가 기쁜 마음에 이 비밀을 누설했는데, 지급이 취소되어 버린다면 어떨까? 지급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기대하고 있던 사원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오랫동안 인사를 담당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만, 인사담당자는 특히 더 그러하다.

인사담당자는 사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인사담당자가 입이 가볍다면 과연 누가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할 수 있을까?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버린다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원이 아닌 경영자라면? 경영자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중요한 기밀을 취급해야 하는 인사담당자가 경영자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인사담당자로서 무엇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더욱 특별하게 여기게 해 준다. 이것은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을 넘어서서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의 위에 서있으며, 하나의 권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비밀은 권력이 아니다. 인사담당자가 그것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순간 인사담당자로서 자질을 잃는 것이다. 비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은, 그것이 권력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사담당자로서 모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정책을 결정하고 방침을 결정하는 결정자로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장기적인 시야로 경영자와 사원 간의 균형 있는 판단을 하고,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당신의 결정들이 모여, 회사의 모습을 이루고, 결국 직원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미지는 당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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