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역할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라 ④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방향성이나 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인사담당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바로 그 결정들이 의도한 대로 실행되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결정된 사항이 의도한 대로 실행되도록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인사”라는 업무의 특성상 인사담당자가 결정한 사항은, 조직 내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어떤 결정이든 모두를 만족시키고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직이라는 곳은, 각각의 생각들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사담당자는 그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때로는 조정하고 때로는 설득해서 결정된 사항을 실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결정된 것을 “실시”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이로써 스스로의 행동을 변화시켜 마음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타의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과 자의에 의해 행동하는 것은 그 결과물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그러한 실행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이로써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게 되지 않는다.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실행자로서, 인사담당자는 다음과 같은 책임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첫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납득시킬 책임이 있다.
예전에 회사에서 “일・학습 병행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일・학습 병행제도란, 유럽의 도제제도를 한국식으로 설계한 교육훈련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신입사원을 회사와 학교가 함께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수료한 자에게는 평가를 통해 자격을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이 일・학습 병행제도의 교육과정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능력을 국가가 주도해서 체계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활용해서 교육체계를 만들기 때문에 부족한 내부 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해당 수강자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근무를 면제시켜야 하는데, 해당 사원이 면제가 되면, 그 공석을 누군가가 대신해 주어야 하는 등 인력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부서장은 난색을 표하며 강하게 반발하였고, 이미 승인을 받은 이 제도의 도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인사로서는 인재육성 측면에서 장래를 위해 반드시 도입하여 내부 교육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으나, 현장에서는 이 제도로 인해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제도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설파하는 한편,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각종 인사적 지원과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부서장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비관적이었지만, 점차 이 제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며칠간의 설득을 통해 그 부서장은 인사와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바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팀원을 육성하여 팀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꿈을 말이다.
나중에 이 부서장은 스스로가 나서서 팀원의 불만을 다독였고, 나아가서는 자신이 직접 교제를 만들고, 사내강사를 육성하는 등 열성을 가지고 이 제도를 인사와 함께 운영해 갔다.
만약 회사의 방침이라고 강압적으로 도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서장이 불만을 가진 채로 마지못해서 하게 되었다면? 아마도 팀원의 불만이 있을 때마다, 인사에서 강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교재를 만들기까지 하는 열정을 얻어낼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제도는 형식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강제로 시켜서 했든, 스스로 원해서 했든 간에 어떻게 해서든 제도는 도입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인사가 방침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과정을 통해 실행하였는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도 있고, 강력한 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는 상대의 마음을 얻었는지, 상대를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
납득이 안 되는 지시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도저히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지시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수동적으로 그 지시를 따랐을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 그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했을 때, 적극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변호해주기보다는 그 말에 동조하거나 자신도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전가시켰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방침이나 결정사항을 실행해야 하는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실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납득시켜야 한다. 마음으로부터 납득이 되어야 비로소 상대의 행동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요구, 무리한 실행은 언제나 불만의 씨앗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때의 일이다.
기존의 퇴직금제도에서는 사원의 퇴직금을 퇴직급여충당금이라는 형태로 회사의 장부상으로만 기재하고 있을 뿐, 실제로 그 돈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지는 않는다. 때문에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졌을 경우,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퇴직연금이라는 형태로 전환하게 되면 실제로 사외에 퇴직금을 예치를 시켜 놓게 되어 설사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금은 보존할 수 있어 근로자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이다. 그래서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제도 도입에 앞서 개최한 전사 설명회에서 직원들은 큰 반감을 나타냈다. 회사에 이득이 없는데 제도를 도입할 리가 없으니, 분명히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회사의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심지어 퇴직연금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퇴직연금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이익 때문에 번거로운 퇴직연금을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면서 그 금융수익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마치 아무리 자신들에게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회사가 이익을 보는 것은 싫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인사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퇴직금을 사외에 예치시키기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큰데도 불구하고, 사원들을 위해 도입을 결정했음에도 사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인사가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던 씁쓸한 경험이었다.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사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사가 사원들로부터 불신을 받으면 쉽게 실행할 수 있었던 것도 어려워진다.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평소 적절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사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었다면 방금 예로 든 것처럼 실행하는데 어려움은 적었을 것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신뢰를 받는 인사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실행하는 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