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역할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라 ⑤
인사담당자가 조직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경영자만큼이나 매우 크다.
평가, 임금, 처우, 인사발령 등과 같이 그 구성원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는 모든 일에 관여하여, 각종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마치 경영자와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인사담당자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인사정책을 펼치고 운영하느냐는 중요하다.
상자 속 벼룩 실험을 알고 있을 것이다. 벼룩은 자기 몸의 수 백배를 뛸 수 있지만, 뚜껑이 닫힌 상자 속에 넣어 두면 뛸 때마다 그 뚜껑에 부딪치게 되어서 결국 그 이상을 뛰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뚜껑을 열어 두어도 벼룩 스스로 그 한계 이상을 뛰지 않게 된다는 실험이다.
이 상자가 바로 인사담당자가 내부 경영자로서 만들어 놓은 틀이다. 그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상자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조직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여 이겨낼 수 있는 상자의 모습이 될지 아닐지는, 온전히 인사담당자의 손에 달려 있다.
인사담당자는 스스로가 자각을 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분명히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부 경영자이다. 내부 경영자로서의 자신을 자각하고, 인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첫째,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재직하고 있던 회사는 두 개의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평가하는 능력평가와, 그 목표에 대한 달성 결과를 평가하는 성과평가가 그것인데, 이 두 개의 평가제도는 절대평가로 운영하고 있었다.
평가결과에 별도의 조정계수를 곱하여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기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절대평가는 평가자가 평가한 결괏값을 그대로 적용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상대평가일 경우에는 다 같이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임의로 순위를 나누기 때문에 누군가는 나쁜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절대평가라면 잘한 만큼 제대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대한 납득을 줄 수 있다.
문제는 평가자에게 있었다.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그에 맞게 낮은 평가를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평가자가 낮은 평가를 주는데 부담을 느껴서 중간평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가제도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운영상의 문제로 평가제도가 변별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평가를 최종 결정하는 인사회의에서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 근거를 물어 평가를 하나하나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평가자가 자신이 한 평가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고 인사회의에 맡긴 것이다.
이에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을 평가자들과 협의했다. 원인은 평가가 완료되면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낮은 평가를 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상대평가 개념을 도입해서 평가등급별로 가이드를 제시해서 낮은 평가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평가자가 자신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로 했다.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평가자가 자신의 평가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자신은 좋은 평가를 주고 싶었으나, 경영진에서 비율을 제시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을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인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하지만,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엄격하고 소신을 가진 평가는 제도 운영상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그 불만을 감수하면서 평가자에 대한 훈련을 계속했다. 그 결과, 3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별도의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평가자가 과감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자신의 언어로 부하직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인사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불만이나 훈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인사업무는 분명히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임에는 틀림없지만, 밖에서 바라볼 때에는 단순히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등 단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결과물은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할 경우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신념과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사담당자가, 자신 결정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의 확신이 부족하면 방침을 이끌어 갈 수 없다. 틀어지고 비틀려서, 처음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만다. 그리고, 결국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인사는 이런 주변의 훼방에 쉽게 흔들려서는 인사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평가제도에 있어서 바른 길임은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이겨내고 제대로 된 평가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설사 주변의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만약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불만을 감수하면서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평가제도는 문제를 안고 있는 채 운영되고 있었을 것이다.
내부 경영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에 대한 신념이 때로는 필요하다.
둘째, 당장만을 보지 말고 기업의 미래를 준비할 책임이 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가끔 자신의 일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임을 잊고, 단순히 작업만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조폐공사에서 돈을 발행하고 있지만, 그 속의 작업자는 돈을 돈으로 보지 않고 생산품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신규 사원을 채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채용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대동소이하다. 기업 내부에서 신규채용이 필요해지면, 인사담당자는 채용분야에 맞게 모집공고를 먼저 내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받은 이력서를 바탕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하고 있는지 이력서를 검토하여 1차적으로 선별한다. 그리고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사람을 채용한다. 채용이 확정되면 입문교육이나 비품 준비 등 입사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채용은 단순히 생각하면 그러한 프로세스를 밟아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채용은 일상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 보니 기계적으로 업무를 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 어떤 부서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는데, 그중에 향후 리더로 키울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 대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만 생각했지,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진정한 인재를 채용하지 않은 결과였다.
당장은 어찌어찌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은퇴하고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할 때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인사업무 중의 하나인, 채용이라는 것은 단순히 일할 사람을 뽑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기업의 미래를 뽑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담당자 중에는 이를 망각하고 단순히 작업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일 반복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당장의 앞만을 보고 채용이라는 업무를 하다 보면, 결국 그 "아무나" 때문에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항상 당장의 앞만을 보고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경영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항상 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내부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다.
셋째, 꿈을 가질 책임이 있다.
인사담당자는 어린아이와 같은 꿈을 꾸어야 한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유치하다 할지 모르지만, 누가 봐도 허황되다고 생각할 꿈을 인사담당자는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누구나 다니고 싶어 할 만한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같은 꿈을 말이다.
누군가는 그런 꿈에 대해, 일부 대기업을 비롯한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 그런 회사가 있겠느냐고 비웃을 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오히려 조언을 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담당자는 내부 경영자로서 그런 꿈을 꾸어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사원들에게 매년 비전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그 비전을 보면 과연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가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이 많다. 그렇게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비전을 기업에서 매년 제시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그 비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스스로 꾸는 꿈이 앞으로 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 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꿈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을 달리 신념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꿈이라 표현하든 신념이라 표현하든 인사담당자로서 그러한 것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지금의 현실을 이겨내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게 되며, 목표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을 스스로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항상 나 자신이 경영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당장의 눈앞만을 보기보다는 경영자의 시각으로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그 미래를 위해서는 꿈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항상 업무를 해야 한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어떤 모습을 가진 조직이 될 것인가는 오로지 인사담당자인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