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항상 당신을 시험한다.

세 번째 이야기 : 끊임없이 배워라 ①

by yangTV

2008년경, 리먼사태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고객사의 주문이 급격히 감소되어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질 만큼 경영이 악화된 일이 있었다.


경영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우리 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서 일어난 불황이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원들을 해고시킨다면 사원들은 갈 곳을 잃어 생활상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해고보다는 다 같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이 위기를 견뎌내자는 경영판단을 하고,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하면서 무급휴직을 로테이션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인사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제반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날도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사에서는 모두 출근하여 각종 제반 준비로 한창이었다. 현 경영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재무적인 설명자료부터, 이를 이겨내기 위한 회사의 방침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고, 무급휴직시에도 최소한의 업무는 수행할 수 있도록 휴직 로테이션 계획을 수립할 필요도 있었다. 그리고 사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한 각종 양식 및 동의서도 준비해야 했고, 시행에 있어서의 법적 리스크에 대한 검토 등도 필요했다. 그렇게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대표이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모두 당장 대표이사실로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표이사실로 들어가자 대뜸 큰소리를 내며, 고용상의 이유로 해고가 불가피함에도 고용을 유지할 경우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다그쳤다. 마침 인사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기 위해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전했고, 대표이사의 표정이 누그러졌음은 당연하다.

만약, 그때 미처 준비하고 있지 못해서 대표이사의 물음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인사담당자가 너무도 무능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인사와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경영진은 여러 루트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주변 기업과의 모임이나 사장들 간의 모임, 각종 협의회, 여러 가지 정보지, 지금까지 쌓아 온 인맥 등이 그것이다.

물론 경영진이 의도해서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에게 사람이란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인 만큼 다른 무엇보다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경영자 간에 자주 대화의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끊임없이 인사담당자를 시험한다. 그것은 단순히 골탕 먹이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사람이 경영자에게 중요한 만큼, 인사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경영자로서는 당연히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보장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도입하고자 했을 때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어느 형태로든 간에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다. 퇴직금제도나 퇴직연금제도나 모두 퇴직 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그 금액 수준은 동일하나 두 가지 제도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퇴직금제도에서는 근로자에게 지불할 퇴직금 부채를 회사가 장부상에만 기재하고 있고, 실제로 자금을 갖고 있지 않아서 회사가 도산하게 되었을 경우 제대로 받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에서는 그 퇴직금을 실제로 외부 금융기관에 자금을 투입시켜 운영하기 때문에 설사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금은 모두 수령할 수 있다.


이 퇴직연금은 두 가지 제도로 구분되는데,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인 DB제도(Defined Benefit)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DC제도(Defined Contribution)가 그것이다.

DB제도의 경우, 기존의 퇴직금제도와 계산방법이 동일해서,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을 가지고 계산하기 때문에, 퇴직금제도에서 받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에서 받는 퇴직금 금액은 동일하다. DB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으로 퇴직금을 계산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원일 때 100만 원을 받고 과장일 때 300만 원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사람의 퇴직금은 퇴직 전에 받고 있는 300만 원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계산하게 된다. 승진하거나 임금인상이 된 만큼 자신의 퇴직금 금액이 점점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DC제도의 경우는 퇴직금을 계산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매월 받는 임금의 1/12 이상을 그때그때 계좌로 납부해 주는 것으로 일종의 중간정산을 매 번 하는 형태가 된다. 때문에 사원일 때 100만 원을 입금해주는 것으로, 과장일 때는 300만 원을 입금해 주는 것으로 회사의 의무를 다하게 된다. 즉, 승진이나 임금인상으로 늘어난 임금이 과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보통 임금인상률이 높거나,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DB제도가 유리하고, 기업의 임원진처럼 연봉이 실적에 따라 들쑥날쑥하거나, 임금인상이 거의 없는 경우는 DC제도가 유리하다고 보통 이야기한다.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두 제도 중에서 어느 제도를 회사가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하게 되었다. 각각의 제도에 대한 장점과 단점, 회사의 재무적인 리스크 및 향후 비용 예측 등 각종 자료를 가지고 논의를 하게 되었는데, 논의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경영자가 나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제도를 선택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본 나는, 아무래도 매월 퇴직금을 정산해 주는 형태인 DC제도가 회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비용 부담이 적으며,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운영이 쉽기 때문에, DC제도로 선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철저하게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경영자는 오히려 반문했다. 그것은 사원들에게 너무 불리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DC제도가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사원들에게 불리한 만큼 회사에서 강제하는 것보다 사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낮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인사담당자로서 너무도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지만, 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원들을 대변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순간 회사와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판단해 버리고 말았고, 그것을 오히려 기업의 경영자가 지적해 준 것이다.


결국, 회사에서는 DB제도와 DC제도를 모두 도입해서, 사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자는 인사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다. 때문에 경영자는 각종 인사시책을 결정하는데 인사담당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 이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비록 경영자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입장이지만, 분명한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견은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의견"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단순한 "고집"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담당자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많은 정보를 얻고, 지식을 배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인사라는 업무에 있어서 전문가는 자신임을 인식하고, 깊고 넓은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경영자는 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것이지, 개인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영자는 항상 인사담당자에게 묻는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경영자에게 있어서 사람이란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너무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항상 인사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기에 시험하며, 때로는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확신을 갖기 위해 전문가인 인사담당자의 의견을 묻게 된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라면 최소한 경영진의 주된 정보처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경영진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영 이슈에 대해 다각적인 지식을 미리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경영변화는 급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이슈나 사건, 사고도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평소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그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경영진의 물음에 즉시 정리된 답변을 내지 못했을 경우, 경영진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사인 만큼, 경영진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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