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역할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라 ②
인사담당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회사에 구축된 제도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제도라는 것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 내의 조율과 공정한 적용, 그리고 끊임없는 관리가 있어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한 기준에 따라 운영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에게 제도로서의 신뢰를 주게 되고,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하나의 체제로서 인식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제도에 따라 생활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어떤 특정한 형태로 굳어졌을 때 기업의 문화로서 정착하게 된다. 결국 조직의 문화가 어떤 형태가 될지는 오로지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사담당자의 생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인사담당자에게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첫째, 제도와 체계를 유지시켜 신뢰를 얻을 책임이 있다.
오래전, 사무업무에 대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사내 인트라넷을 구축했었을 때의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업무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자 할 때에도,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먼저 휴가를 가고자 하는 사람은 휴가신청서라는 사내 양식에 각각의 항목을 기재하고 종이에 출력을 해야 했다. 그리고, 출력된 문서를 들고 정해져 있는 부문 내의 결재라인을 따라서 승인을 각각 얻어야 했다. 부문 내에서 승인이 나면, 인사팀의 최종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인사팀에서는 확인을 완료한 후에는 그 휴가신청서를 별도로 문서 파일에 보관했다가, 직원들의 근태를 정리할 때 참고하여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인지, 휴가를 사용한 것인지 체크해야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담당자의 잘못으로 인한 휴먼에러가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비단 휴가신청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문서도 그러했다. 결재를 얻기 위해, 양식을 작성하고, 출력하고, 그 문서에 대한 승인을 받고 보관하는 이런 일련의 절차를 동일하게 거쳐야 했다. 당연히 결재에 소요되는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소모적인 시간을 없애 업무를 효율화하고자, 전산화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사내 인트라넷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업무방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대로 새로운 조직의 문화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체제를 유지해 가는 데 있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 당시의 전산화는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다. 생각한 것이 그대로 100% 반영되지 않았고,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유연성도 떨어졌다. 때문에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수작업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과거에는 양식이나 절차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언제든 가능했었지만, 전산화되면서부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틀 속에서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당연히 그때그때 구미에 딱 맞게 절차나 양식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어려웠다.
이렇다 보니, 시스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또다시 예전처럼 종이로 출력해서 결재를 얻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더 노력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 기술의 한계로 인해 강제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예외가 만들어졌다.
결국, 전산화되면서 업무효율이 많은 부분에서 향상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도가 유지되지 못한 것이다.
제도나 체계라는 것은 어쩌면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왜냐하면 제도가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무언가에 의해 구속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항상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의지가 구속당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데 제도나 체계라는 것은 그것을 부정한다. 제도라는 틀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혹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경우에도 자신만은 예외이고 싶어 한다. 제도를 그대로 적용받기보다는 자유롭고 싶고 좀 더 편해지고 싶기에 자신에게만은 예외적으로 처리되길 바란다.
만약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인사담당자가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원칙을 무시하고 예외적인 것을 만들어 가다 보면, 기존에 존재하던 제도는 점점 변질되어 가게 된다.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에 처음 만들었던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제도를 지켜내야 하는 운영자가 본인 스스로 제대로 따르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면, 제도는 사상누각이 되어 버린다. 소신을 가지고 규율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인정에 흔들리지 않고 기준을 제대로 새워야 비로소 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제도는 그냥 유지되지 않는다. 인사담당자가 스스로 만든 제도가 제도로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제도와 제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는 역할을 올바로 수행해야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되고, 그 조직의 문화로서 정착하게 된다.
둘째, 운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제도는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의 생각에는 한계가 있어서 실제로 적용해 가다 보면, 처음 만들었던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부모가 환갑이 되었을 때 경조휴가를 부여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을 때에는 부모는 두 분이라는 가정 하에서 만들었는데, 각자 재혼해서 부모가 네 분이 되어 버린 경우처럼 말이다. 이처럼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이론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은 여러 가지 생각과 사정을 가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란 존재할 수 없다.
제도는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도를 적용해 가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아서 다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운영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를 현실과 맞춰 나가는 개선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제도나 체계가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런 개선의 과정을 거쳐서 확립된 제도라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완벽할 수는 없다. 세상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환갑”을 크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그 보다는 “칠순”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제도를 운영해 가는 운영자로서, 운영상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안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예외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적절한 절차를 통해 개선사항을 반영해서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 중에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대로 방치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또는, 자신의 권위가 훼손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제도를 절대 바꿀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제도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인사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조직의 신뢰마저도 추락하여,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다.
셋째, 정해진 규칙을 반드시 지킬 책임이 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그런 만남을 통해서 서로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게 맺은 관계에는 호감이 가는 관계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호감이 가는 관계라면 무엇이 되었건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이기에 가지는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거나, 인사담당자 본인에게 피해가 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사담당자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회사에서 규정되어 있는 경조휴가는, 사유가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사용하고, 그 휴가는 나누어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을 듣고, 지급되는 휴가 중 절반은 지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 일이 있었다. 혜택을 받은 당사자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혜택을 받았던 당사자가 “인사부서에 이야기했더니 나중에 나누어 쓸 수 있게 해 주었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고, 이후,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나는 안 해주느냐고 불만이 높아진 것이다.
좋은 의도로 배려를 해준 것이지만, 오히려 역차별로 다른 사원들에게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를 마음대로 해석해서 적용한 탓에 인사담당자인 나로서도 곤란해했던 경험이었다.
모든 규칙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서로 간의 신뢰가 생겨나게 되는데,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마음대로 적용해 버린다면 그 어떤 제도든 간에 신뢰는 무너지게 된다. 그것이 설사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나,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제도라는 것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바로잡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기보다는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인사담당자가 스스로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그 제도는 무너지고 만다. 예외를 만들기보다는 합리적인 생각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시키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신의 그러한 노력이 있었을 때, 사람들로부터 제도가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조직의 문화가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