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서 힘든 나날을 보냈을 내 아내와 결혼하기로 약속했을 때, 난 이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가진 그 마음을 실천하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저 결혼은 현실임을 다시 한번 느꼈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항상 일이 많아서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것은 다반사고, 주말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낄 수는 있을지언정, 받을 수 있는 월급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당연히, 나는 넘쳐나는 일 때문에 매일 녹초가 되어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데도, 우리의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아끼고 아껴도 우리가 저축할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내 아내가 가계부를 쓰면서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상태라면 평생 노력한다 하더라도 전세나 월세를 벗어나 우리만의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내와 같이 밤늦은 시간에 산책을 할 때면, 아파트 불빛이 무수히 반짝이고 있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거리에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게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거리에는 고급 승용차나 외제차 같은 고가의 차량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 속에 우리들은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더 행복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고생했던 내 아내는 이렇게 힘들어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해서 집에 왔을 때, 내 아내는 집에서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때 보던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한 장면만은 생생히 기억한다. 아내가 돈 못 버는 철없는 남편에게 화를 내며 구박하는 그 장면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돈을 못 벌어 온다고 구박하고 화를 내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어. 화를 낸다고 많이 벌어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남편도 적게 벌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낼까? 못 벌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을 위해주면 더 좋을 텐데”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돈을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구박하고 화를 낸다고 갑자기 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낼까? 구박하기보다는 고생했다며 상대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다독여 주면 안 될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나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배신하고 싶어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내가 남편을, 또는 남편이 아내를 그렇게 깊이 이해해 주고 인정해 준다면 좀 더 서로가 노력하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부부 사이가 이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도, 월급날이면 아내는 항상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통장으로 입금돼서 월급날인 줄 내가 미처 몰랐을 때도, 상여금을 반납해서 월급이 반으로 줄었을 때도 아내는 항상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런 아내의 말이 고마웠다.
내가 더 노력해야지. 내가 더 사랑해야지.
아내의 말을 듣고 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날 인정해 주는 아내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잘 될 거야, 오빠의 능력은 내가 인정해."
넌 항상 이렇게 내게 말해 줬었지?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