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흔한 불평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비법을 찾다 ④
회사에서 가장 절망적일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내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을 때라고 말할 것이다.
정말 나는 노력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능력 있다는 소리는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언젠가 영어도 필요할 것 같아서 틈틈이 공부했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직무교육도 꼬박꼬박 수강했다. 항상 늦게 퇴근하고,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런 내 노력이 배신당한 느낌이다. 나보다 학력도 경력도 낮은 다른 동료가 나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언젠가는 인정해 줄 것이라 믿고 말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팀장이 따로 지시를 하지 않은 일도 찾아서 했다.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멋진 보고서로 만들어 팀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내 성과와 관계가 없어도 주위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팀원이나 타 부서 사람들에게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팀장은 내 노력을 좀처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노력하면 빛을 발하는가 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나도 과장으로 승진했다. 내 밑으로 직원도 있으니, 나도 이제 편해지나 싶었다. 그런데 팀장은 과장이면 과장답게 지금 보다 업무를 확장하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없던 일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나보고 어쩌라는 것인지. 적어도 역할에 맞는 업무를 부여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런 지원도 안 해주면서 그런 말만 한다. 그래도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에도 팀장은 나를 탐탁지 않아한다. 너무도 답답하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알려 줬으면 좋겠다.
이 직원이 얼마나 절망했을지는 눈에 선하다.
남보다 열심히 노력한 것 같은데 팀장은 도무지 인정을 해주지 않고, 성과를 내보겠다며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봐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더군다나 직급이 오를수록 나에게 뭔가를 더 기대하는 것 같은데, 팀장이 뭔가 특별히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런 암담한 현실에 본인도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직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이런 답답한 상황에 직면하고 고민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사람들이 고민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회사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보다 학력이 낮은 것도,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팀장이 보기에 혹시 경력이나 전문지식이 조금 부족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것도 그리 큰 차이는 분명 아니다.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고민해도 이유를 알 수 없다. 도대체 왜 회사는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일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은 안 되는 것인가?
이렇게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이 안되면, 사람들은 포기하거나, 외부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 그 책임을 돌리게 되면, 내가 회사를 떠나는 것 외에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납득이 안되더라도 우선은 나에게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외부에서 찾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다음이다.
그럼, 이제부터 생각을 다시 나에게 집중해 보자.
과연, 나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앞의 첫 번째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 직원은 틈틈이 영어를 공부하고, 회사에서 제공한 교육도 착실히 받으면서 열심히 자기 계발을 했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등 그의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노력을 기울였다면 분명히 회사의 인정을 받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회사가 이 직원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았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
답은 하나다.
내가 계발하려고 노력한 지식이나 능력이, 또는 내 행동들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과 회사가 생각하는 능력은 다르다. 아무리 어학능력이 뛰어나도 담당하는 업무가 청소라면, 청소하는 기술이 능력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어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인정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속된 말로, 그저 삽질을 했을 뿐인 것이다.
만약, 회사가 어떤 능력을 원하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저히 모르겠다면, 좋은 방법이 한 가지 있다. 팀장과 진지하게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무작정 노력하기보다는 방향을 알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두 번째 상황은 어떨까?
이 직원은 많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다. 일을 찾아서 하고, 지시가 없더라도 뭔가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고, 주위에 관심을 갖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노력은 훌륭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노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과연 그것이 회사를 위한 성과였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어쩌면 자기만족에 불과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문제점을 발굴해서 보고했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었거나 불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거나... 그리고 회사의 어떤 프로세스가 본인에게는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할 것으로 비쳤을지 모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또, 나는 조언이라 생각했던 것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노력이나 의미가 들어간 것에는 강한 애착을 보이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 쓴 일기장, 직접 만든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성과라 생각했던 것이 과연 회사의 입장에서도 성과로 비칠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자기만족에 불과한 성과인지 회사가 진정 원하는 성과인지 그 차이를 우리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이 그저 자신의 훌륭한 성과로 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결코 회사의 성과와 연관되지 않는 결과물이나 자기만족에 불과한 결과물을 성과라고 평가해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상황은 어떨까?
승진한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승진과 동시에 직급에 맞게 행동하라고 갑자기 압박하기 시작한다. 사실, 난 승진을 했을 뿐이지, 하고 있던 담당업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업무를 바꿔주는 것도 아니고, 팀장이 뭔가를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무작정 직급에 맞게 행동하라고만 하니 답답하긴 할 것이다.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자.
요즘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토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각 직급을 통합하여 수평적 조직관계를 만드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아직 대다수 회사에서는 직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회사에 대리, 과장, 차장과 같은 직급이 왜 있을까? 그저 책임을 질 팀장과 업무를 할 팀원만 있으면 될 텐데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회사가 기대하는 역할을 각 단계별로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승진하면 급여가 높아진다고만 생각했지, 회사의 기대역할이 바뀐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왜 나를 승진시켜주지 않냐며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기만 했지, 승진하고 나서 내가 그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괜히 급여를 많이 줄까?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뭣 때문에? 직급을 나누지 않고 그저 적당히 보상해주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이쯤 해서 눈치챘겠지만, 직급은 괜히 나눈 것이 아니다. 직급마다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사원, 과장, 부장이 있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사원에게는 “시키는 일을 착실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과장에게는 “이제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고, 부하직원도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부장에게는 “경영자라는 생각으로 책임을 지고, 차세대 리더 육성에 힘써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승진하면 급여가 오르는 것은, 그 기대 차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일 뿐이다. 승진했다고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의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승진만 생각했지, 승진하면 기대역할이 바뀐다는 점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런 괴리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앞단에서 기술한 기대역할을 보면 알겠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넓은 시야를, 더 종합적인 사고를, 더 주도적인 역할을, 부하 육성에 대한 노력 등을 요구하게 된다.
이것은 누가 부여해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설사, 누군가 알려준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회사에서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승진을 시킨 것인지 먼저 확인하자.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의 역할에 맞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아닌 회사가 만족하는 성과에 집중하고, 기대 역할에 맞게 변화하여,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자
그것이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네 번째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