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어?

직장인의 흔한 불평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비법을 찾다 ⑥

by yangTV

책임지지 않으려 하거나, 책임을 미루려는 팀장만큼 꼴불견인 사람이 있을까?


정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난 정말 성실하게 보고서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사항을 나름대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보고서를 올렸는데, 팀장은 잘못됐다면서 고치라고 했다. 나는 이러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여러 번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팀장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라 수정했다. 그런데, 역시나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자 팀장이 갑자기 돌변했다. 자기가 언제 그렇게 하라 했냐며 나를 나무라는 것이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누누이 전부터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 다시 생각해 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이제 와서 내 잘못이라 하니 말이다.


더 억울한 것은, 단순히 나를 책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 사장님이 팀장을 질책한 것 같은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내가 〇〇대리한테 그렇게 하지 말라 했는데, 〇〇대리가 독단적으로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아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난 오히려 반대했는데, 왜 그것을 내 책임인양 이야기를 하느냐 말이다. 정말 팀장이 이래도 되는 건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팀장의 모습에 실망할 때가 있다. 자신이 지시했음에도 기억을 못 하거나,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딴 소리를 하거나, 팀원인 우리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 말이다. 특히 어떻게 해서 든 자신은 책임지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볼 때면,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팀장이 된 것인지 한심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해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팀장도 한 사람의 인간이고,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누군가의 아버지이니 이 상황이 두려웠을 수도 있다. 혹시나 회사에서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지,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고당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두려움은 생각보다 크니 말이다.


팀장을 예로 들었지만, 비단 팀장과의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도, 이렇게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은 생각보다 많이 접한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서로 자기 팀은 책임이 없고, 다른 팀이 문제라며 부서 이기주의에 빠져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책임을 미루는 사람은 알아야 할 것이다. 본인은 그렇게 해서 자신의 치부를 잘 감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에 회사에서 생산 과정의 실수를 덮기 위해 내부 데이터를 조작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문제가 있는 제품이 그대로 고객사에 넘어가게 되었고, 결국 고객사로부터 클레임을 받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이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하였고, 결국 관련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게 되었다.


데이터를 조작한 사원부터, 관리 책임이 있는 팀장까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팀장은 사원들이 조직적으로 감추려 했기 때문에 자신은 알기 어려웠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결국 팀장은 관리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해서 경위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징계를 마무리했다.


그 팀장은 자신의 의도대로 가벼운 징계를 받고 좋아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팀장은 모를 것이다. 징계위원회가 끝난 후 사장님이 이렇게 평했다는 사실을.


“무슨 저런 팀장이 있지?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라고 해도 시원찮은데, 책임 회피나 하고… 저 사람의 리더십 스타일을 알겠네.”


그 팀장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회사에는 그런 사람들이 꼭 있다. 자신은 잘했는데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사람.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려는 사람. 내게는 책임이 없는데 이런 일을 당해서 억울하다는 사람...


그런 행동이나 변명으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생각에 불과하다. 다섯 살 어린아이의 당돌한 거짓말이 어른들의 눈에는 뻔히 보이듯,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책임질 줄 모르고, 회피하려는 그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그런 사람과 같이 하고 싶을까? 과연, 그런 팀장을 팀원이 따르고 싶을까? 어설프게 변명하는 태도보다는 오히려 무엇이든 책임지려는 태도가 더 믿음직하지 않을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위에 맞게 책임을 지자.

그것이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여섯 번째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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