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하고 싶지 않았는데, 회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었어

직장인의 흔한 불평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비법을 찾다 ⑦

by yangTV

회사가 팀장을 볼 때, 가장 한심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언어로 말하지 못하고 회사 탓만 하는 팀장이다.


회사에서는 매년 인사평가를 실시한다. 평가가 완료되면 팀장은 어떤 형태로든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하기 마련인데, 이때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난 좋은 평가를 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회사 방침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어. 네가 좀 이해해줘야 할 것 같아”


이런 피드백을 들은 팀원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아, 어쩔 수 없었겠구나… 내가 이해를 해야겠다.” 하고 생각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도대체 회사에서 하는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것이다. “어차피 회사 마음대로 할 텐데, 굳이 내가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팀장은 분명히 회사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피드백을 했지만, 이런 피드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팀장이 그런 식으로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든,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피드백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 없다. 팀장은 팀장대로 스스로의 평가권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고, 팀원은 팀원대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팀장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팀장도 똑같은 사람이다 보니, 누구나 팀원에게 “당신은 우수합니다.”라고 말하기는 쉬워도, “당신은 능력이 떨어집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팀원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이 되는 상황에서, 낮은 평가 결과를 전해야 하는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부담을 낮추고 싶은 생각에, 뭔가 변명거리를 찾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 팀장이 말한 대로 정말 회사가 결정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평가는 보통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데, 그때 각 팀 간의 평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평가 조정을 권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정을 하는 이유는, 각 팀장의 평가 성향에 있다. 팀장의 성향에 따라 전체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경우와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조정하지 않으면 팀 간의 평가 불균형으로 팀원들 사이에서 불이익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유가 무엇이었든 회사가 결정을 내린 것이니, 팀장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책임을 회사로 미루는 태도가 팀장으로서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비슷한 직무를 하나로 묶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회사의 업무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팀장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회사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경영진은 머리, 팀은 팔과 다리, 그리고 팀장은 그 둘을 연결하는 신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신경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머리가 한 명령을 잘못 이해하고 전달하거나, 머리와는 다른 명령을 전달한다면? 그럼 당연히, 머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팔이나 다리가 엉뚱하게 움직여 버릴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팀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팀장이 그 누구보다 회사가 정한 방침이나 지향하는 가치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제 역할을 해야 할 팀장이,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회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그럼, 그런 팀장을 회사는 어떻게 바라볼까? 과연, 회사가 그런 팀장을 필요로 할까?


팀장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다. 팀장이 정한 방침이나 결정을 거부하거나, 곤란한 일이 있을 때 팀장 탓만 하는 직원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과연 그런 직원과 같이 일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직원을 옆에 두고 싶을까? 말단 사원에 대해서도 그런데, 하물며 팀장이라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그럼, 회사의 결정이 잘못되었거나, 그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저 받아들여야 하냐며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당연히, 그것이 무엇이었든 납득이 되지 않는 지시나,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분명한 신념과 논리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 뻔히 보이면서도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거나 납득이 안된 상태로 팀원에게 방침을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직무태만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적극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 방침이라면, 팀장으로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수용한 이상,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변명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언어로 팀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업무능력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지만, 회사의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직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회사의 가치를 이해하고, 또 그것을 수용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팀장이 가치가 다른 팀원과 같이 일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회사이든 가치가 다른 팀장과 함께 해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정된 회사의 가치라면, 변명하기보다는 수용하자.

그것이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마지막 일곱 번째 비법이다.

이전 14화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