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회사 속에서 가야 할 길을 찾다 ⑤
내가 어렸을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었다. 어른들은 매번, “너는 아직 어려서 이런 것 하면 안 돼.”, “아직 어리니까 이건 먹으면 안 돼.” 하며 많은 것들을 못하게 했다. 자기는 다 하면서 왜 나에겐 못하게 하는 것인지… 그때의 나는 너무도 분하고 서운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정말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렸을 적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듯,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빨리 승진하기를 바란다. 회사에서 승진한다는 것은 곧,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의미에서는 성공의 의미도 담고 있기에, 승진은 아마도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승진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승진한 후에도 계속해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승진과 동시에 우리에게 거는 회사의 기대는 그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승진과 함께 높아진 회사의 기대를 우리가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승진은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되고 만다.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승진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승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승진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우리에게 지금 어떤 기대를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기대를 할 것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이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구분하면 크게 세 가지다. 업무수행 역량, 대인관계 역량, 종합판단 역량이 그것이다. 먼저, 업무수행 역량은 말 그대로 실질적인 사무처리와 같은 실무에 대한 역량을 의미한다. 대인관계 역량은 단순히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팀원과의 관계, 팀 간의 관계 등 각각의 관계 속에서 원활히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종합판단 역량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업무범위에 한정된 지엽적인 사고가 아니라 회사 전체 혹은 외부 환경까지 포함한 거시적인 판단을 내리는 역량을 의미한다.
계층별 요구 역량표를 보면 알겠지만, 말단 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두에게 이 세 가지 역량은 필요하다. 다만, 그 기대 수준과 비중이 각각 다르다.
사원의 경우에는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거쳐 경험과 스킬을 쌓고, 이를 통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업무수행 역량을 가장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견사원으로 승진하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승진 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더라도 단순히 실무자의 입장에서 지시받은 업무만 해서는 안된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이해관계자들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주길 기대하게 된다.
팀장이 되면, 더욱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해진다. 팀원과 팀원 간의 이해충돌, 팀과 팀 간의 이해충돌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와의 충돌도 일어난다.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해 나가면서 조직 전체의 성과를 도출해 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임원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종합판단 역량을 요구한다.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판단부터, 향후 비전이나 전략의 수립과 같은 경영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원의 잘못된 판단은 그 어떤 판단보다 치명적이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는 만큼 막중한 책임까지 요구하게 된다.
이처럼 계층별로 회사가 기대하는 수준은 각각 다르다.
그리고, 회사는 우리가 능력을 키울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단순히 승진을 바라기보다는 회사의 기대를 의식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회사는 대체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폭넓은 사고와 판단력을 요구한다. 그러니, 실무역량을 높이면서도 대인관계 능력, 혹은 종합판단 능력을 미리 키워야 한다. 승진하면 그때부터 준비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나중에 큰 화로 다가올 수 있다. 회사는 생각만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기대를 만족하지 못하면, 회사는 그저 내칠 뿐이다.
내가 승진했다는 것은 곧,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변했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위치에서는 분명히 회사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승진한 그때도 계속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를 인식하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바로 승진을 맞이할 준비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