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 끊임없이 소통하라 ①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먼저 지식의 수준을 높여 인사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표출되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치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는 일이 청소하는 것이라면 그 지식은 의미가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인사담당자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내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때그때 대응해 가면 되는 것일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지시받은 일만을 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없고, 그런 수동적인 방법은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도 없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이 인사담당자인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까? 그 활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적극적인 소통이다.
소통이 있어야만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그릴 수 있고, 상황을 알아야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그때가 되어서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을,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소통의 첫 번째가 바로 경영진과의 소통일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진과 소통해야 한다.
경영진은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자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방향을 정했다 하더라도 구체적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손가락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영진과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알기 위해서이기보다, 그것을 제대로 구체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사담당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계속된 경영위기로 회사가 어려웠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사업영역에서 셰어를 획득하거나,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방법뿐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에서 선택한 것은, 기존 사업영역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셰어를 획득하기 위해 영업력을 높이는 방향이었다.
경영진은 영업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먼저 영업조직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을 같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쇄신해 갈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안이 없었다. 이에 인사에서는, 현 영업조직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쇄신해 갈지에 대해 검토했다.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영업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세 가지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는, 영업조직의 TOP의 교체였다.
당시 회사에서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외부에서 이사를 영입하여 영업조직의 장을 맡기고 있었다. 신규 이사의 인간관계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영입이었는지 고객과의 관계 개선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다. 이에 검증이 안된 외부인사보다는 내부에서 인재를 육성하여 새로운 영업의 TOP체제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두 번째는, 팀장과 고객과의 상생이다.
고객으로부터 VOC(Voice of Customer]) 조사 결과에서 고객과 팀장간의 신뢰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냈고, 팀장과 고객사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고객사별로 성향이 맞는 팀장을 임명하여 접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직원 간의 업무연계 강화였다.
당시 회사에서는 각각의 고객별로 영업담당을 두고 각 거점별로 고객의 접점에서 긴밀하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었으나, 영업 거점이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보니 각 직원 간의 정보공유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각각의 담당자가 각각의 고객으로부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이러한 정보가 통합되어 관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구난방으로 들어오는 각각의 정보를 통합하여 의미가 있는 정보로 가공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가 진정한 타깃으로 노려야 할 곳을 명확히 하여 내부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각 팀장의 성향과 고객의 성향을 조합한 팀장 인사이동과 영업조직의 TOP교체, 그리고 정보를 취합하여 영업활동의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조직 신설을 제안했고,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영업조직에 대한 쇄신을 실시하게 되었다.
경영진은 방향을 결정해 주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먹이를 주길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경영진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다각도로 검토하여 스스로 방안을 찾아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있을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있다. 때문에, 경영진과의 소통을 통해 그 방향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방향을 결정해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인사담당자는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영진과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소위 이사 이상의 경영진들 사이에도 유치한 질투나 알력싸움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들도 사람이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가진 일이 있다. 분명히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헐뜯거나 누군가를 괴롭히려 하는 일들을 보기도 한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같은 이사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외부에서 영입한 이사와 내부에서 성장한 이사로 구분되기도 하고,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되어 있는 등기이사와 그렇지 않은 비등기 이사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당시 회사에 재직하고 있던 부사장은, 이 비등기 이사에 대해 출퇴근 등 각종 복무에 대해 제한을 두려고 한 일이 있었다.
이사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원이 아니다. 이들은 당연히 복무에 있어서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을 강제하거나 휴가를 제한하는 일 등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하거나 제한한다는 것은 이사를 경영의 위임을 받은 자로 인정하지 않고, 사원과 동일하게 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부사장이 비등기 이사에 대해 근태관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어이없게도 그 이사들이 자유롭게 근무하는 모습이 싫어서였다.
인사에서는 위임계약에 위배되며, 근로자성이 인정됨으로 해서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높으며, 나아가 정상적인 임원인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음을 들어 반대했다.
나중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억지를 부렸던 경영진으로부터 그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 판단을 했던 이유는, 물론 임원은 성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리임에는 틀림없지만, 너무 자주 자리를 비우는 모습에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불안해서, 무언가 제제를 가하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계약을 통해서라도 제제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경영진도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판단인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인사담당자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경영진을 도와주어야 한다. 경영진과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필요한 이유는, 그런 판단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알면 더 나은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경영진이 생각하는 방향을 구체화하고,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기 위함 이외에도, 경영진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았을 경우, 경영진의 생각을 잘못 이해하고,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버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 외로 같은 말을 들어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우리의 언어 구조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상대방이 알아서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언어구조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럴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닌데, 상대방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 오해하는 경우를 말이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않고, 경영자의 생각을 잘못 넘겨짚어 잘못된 방향으로 대응해 가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회사 내의 다른 부서의 업무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인사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과 관련된 것은, 나중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그 상대는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후인 것이다. 때문에, 이런 잘못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며, 인사담당자와 경영자 간의 활발한 소통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평소 경영자의 말이나 신년사, 업무방침 등 경영자의 생각의 파편을 얻을 수 있는 자료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자와 심도 있는 대화의 기회를 확대하여, 오해 없이 진실한 의도를 알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경영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경영진은 지시에 따르는 부하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파트너를 원한다. 특히, 경영자의 의지를 실현하는 인사담당자는 더욱 그러하다. 평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실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때로는 경영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인사담당자가 인사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이다.
경영자는 어디까지나 자신과 함께하며,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이해해 주는 파트너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