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야 한다.

세 번째 이야기 : 끊임없이 배워라 ⑤

by yangTV

인사담당자가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 각종 문제 사안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통계학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경영학적 지식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인사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기 위해 각종 인사제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며, 노사 간 협력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등 법률적 지식과 각종 노무관리적 지식도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과 더불어 인사담당자에게 필요한 지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심리학적 지식이 그것이다.


인사담당자는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점쟁이가 되어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사람을 다루는 자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상담을 하는 일이 많다. 여러 사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고, 각종 불만사항이나, 각종 조사를 위해 면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상담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퇴직하려는 사원과 면담을 한다고 하자. 이때에도 사람들은 정확한 퇴직사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른 회사에 합격해서라든지 임금이 낮다거나 복리후생이 좋지 않아서 퇴직하려 한다든지, 여러 가지 표면적인 이유를 들뿐이다. 사원들의 비위행위를 적발하고 이를 징계하기 위해 사건 조사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에도 그렇다.


그것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불리한 일은 축소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는 확대시키곤 한다. 일부는 숨기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사람들의 그런 행동과 말속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서 사람들의 행동특성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한 심리학적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사원들의 말속에서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원들의 직무배치나 팀장, 본부장 임명과 같은 인사조치 등을 위해서도 심리학은 보조적으로 필요하다.


팀으로 구성된 조직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하지만, 팀원들끼리 다툼이 일어나거나 팀장이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우리 조직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여러 가지 면담 등을 통해 원인을 알아보고자 했으나, 직접 면담을 해도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사에서는 전 사원을 대상으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실시해 보기로 했다.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로서, 조직원 간의 상생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평소 다툼이 일어나는 사원들 간의 성격특성적인 부분에서 서로 상생이 맞지 않음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사는 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그 아래에 있는 팀원은 느긋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상사로서는 그 부하직원이 업무를 치고 나갈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버렸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격이 같은 사람들만으로 조직을 구성할 수는 없다. 성향이 같은 사람만으로 구성할 경우, 한쪽으로 편협한 판단을 해 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전문가를 통한 심리상담도 같이 진행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였고, 약간의 조직 재배치를 실시했다. 조직의 팀워크가 향상된 것은 당연하다.


인사의 모든 시책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세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그것이다. 각 기업에서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앞다퉈 인사제도를 개선했다.

우리 기업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성과주의를 도입하기로 하고 인사제도를 개선했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란, 말 그대로 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통해 성과창출을 우선시하는 주의를 말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개인의 평가를 임금과 연동시켜서, 성과가 많은 직원에게 많은 임금을 주고,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적은 임금을 줌으로써 사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각자의 역량을 경쟁적으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납득이 가는 제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고, 실제로 모 대기업에서 성과주의를 도입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그 기업의 성과가 성과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일까? 정말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다들 목표를 향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모 대기업 부장과 어떤 모임에서 대화를 나눈 일이 있었다. 그분의 첫마디는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는 말이었다. 목표 달성만을 강조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하고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 성과에 대한 압력이 너무도 과중해서 삶이 너무 괴롭다는 것이다. 그 기업의 성과주의에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성과주의는 분명히 좋은 제도임은 맞지만, 만능인지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과주의의 다른 말은 개인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주의일 수도 있다. 자신의 성과만을 위해 부서 간, 동료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길 수 있고 그런 조직이 사람의 삶에 있어서 과연 옳은가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성과주의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모든 직무에 적용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연구나 영업과 같이 개인이 노력해서 성과를 내는 직무가 있는가 하면, 제조와 같이 개인보다는 단체가 하나가 되어 성과를 내는 직무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으로 성과를 내는 조직에 굳이 성과주의를 표방해야 한다면, 개인 성과주의보다는 집단 성과주의가 맞을 수도 있다.


성과주의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인사담당자로서 어떤 시책을 시행할 때, 그 제도 속에 사람이 존재하느냐를 묻고 싶은 것이다. 인사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원들의 대변인이기도 하다.

조직의 특성이 모두 다름에도 여기저기서 유행하는 제도를 무작정 적용하기보다는, 그 제도가 우리 조직에 적합한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도가 적합하다면 그것이 혹시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은 부품이 아니다. 처음에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이 다치면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인사업무는 다른 타 업무와 그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효율성만을 고민해서 제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인사담당자가 만들어 적용하는 제도는, 다름 아닌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종 그런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를 본다. 하다 못해 급여를 계산하는 일에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없으면 급여를 계산하는 일은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단순 업무에 지나지 않게 된다.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누군가에겐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소중한 것임을 잊게 된다.


인사담당자인 당신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알아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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