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 끊임없이 소통하라 ②
조직 내에서 사원들은 단순한 개인적인 불만부터 조직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생각까지 항상 무언가를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나 말들이 조직의 경영진까지 닿기는 쉽지 않다. 조직을 이루는 체제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회사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원, 대리, 과장, 부장과 같은 직급체계를 둔다. 그런데 이 직급이라는 것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은 꾀할 수 있지만, 서로 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생각 외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회사는 보고체계라는 것이 있는데, 그 단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통의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말단 사원이 이야기하는 것이 경영진까지 그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말단 사원의 의견은 중간관리자가 듣고 그중에서 선별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관리자가 이야기한 것은 또 그 위의 상위 관리자가 듣고 선별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경영자에게 전달되는데, 대부분의 말들은 중간에 사라진다. 전달되더라도 사원들의 생각이나 의견 등이 왜곡될 수밖에 없고, 그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기도 어렵다.
경영진 또한 마찬가지다. 인적자원은 경영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사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는 않다. 직접 사원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고자 하더라도, 애초에 사원들과 경영진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조직체계 속에서 직급의 간격을 이겨내고 진실된 내용을 말할 사람도 드물거니와, 자칫하면 일부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원들의 생각이 마치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와전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원도 경영진도 서로가 소통하고자 하지만 조직 내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조직 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치권을 두고 사람들은, 정치가들이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권만을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만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는, 정작 당선이 되면 국민들의 의견은 나 몰라라 한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토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원들의 생각이나 의견이 조직 내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조직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조직운영상 불협화음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 사원들과 소통하여 그들의 의견이 경영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경영에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사람에 관한 일을 주관하는 인사담당자밖에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사원의 의견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면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마치 어머니와 같이 사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사원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 일부 선진국의 경우, 기업의 복지제도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모두 똑같다. 그 이유는, 복지라는 것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받아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기업에 다니든 사원들은 그 기업의 복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국가가 충분한 여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복지혜택을 기업에 의존해 왔다. 이런 이유로, 복지는 기업이 책임지는 것이라는 의식이 높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서로의 복지혜택을 비교하고, 그 혜택이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우리 기업에서도 주택자금 대출제도를 만들어 달려든 지, 포상제도를 확대해 달려든 지, 위험수당이나 가족수당과 같은 새로운 수당을 만들어 달라는 등 요구가 많았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복지제도를 만든다거나 임금제도를 개정하는 것은 인사권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인사는 사원들의 의견을 듣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그것이 설사 불가하다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피드백은 사원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듣고 이에 대해 검토를 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원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들었지만, 실제로 정책에 반영된 것은 근속포상제도를 바꾼 것 밖에 없었다. 인사에서는, 근속포상이라는 것은 사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그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준 사원들의 공로를 치하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영진을 설득했다. 결국,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포상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사원들이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특별휴가와 함께 여행경비로 쓸 수 있도록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비록 모든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충분히 검토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높일 수 있었다. 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것을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행위만으로도 회사가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사담당자가 사원들과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하는 이유는, 사원들의 의도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사원들의 의견은 사실 명확하지 않아서 판단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불만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이 만족하지만 일부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경우도 있다. 명확하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한다는 의견 없이 어떻게 좀 해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사실 원인을 명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이처럼 사원들의 의견에 대해 판단이 애매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원인을 명확히 알기 위해 깊이 소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어설프게 넘겨짚어 판단해 버리면, 회사도 사원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회사에는 사원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고충처리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은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는 나무로 된 함을 말하는 것으로, 직접 말하기 어려운 의견이 있으면 빈 종이에 적어서 넣도록 해서, 사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어느 순간, 그 고충처리함에, 교대근무자의 임금제도를 호봉제로 바꿔주었으면 한다는 내용과 성과평가에 대한 불만 내용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에서는 교대근무자에 대해서도 개인별 성과평가를 하고 있었는데, 평가에 따라 최대 두 배에 달하는 인센티브 금액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었다.
인사에서는 정말 교대근무자가 호봉제를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면담과 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임금제도나 평가제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승진에 대한 불만이었던 것이다.
사원들이 말하는 바는 원래 생각하고 있던 바와 다른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단순한 조사로 알아낼 수 없다. 소통만이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실 사원과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때로는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해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보고 들어와서, 상사를 보고 나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처음에는 S사나 L사와 같이 회사 자체의 네임밸류(Name Value)를 보고 기업에 입사를 희망하지만, 결국 상사의 괴롭힘에 못 이겨 퇴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조직이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서로 간에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결국 그런 다툼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당시 모 팀에 있었던 직원도 상사와의 불화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상사는 일은 잘하지만, 그런 만큼 아랫사람이 말대꾸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방침에 따라올 것을 강요하는 타입이었다. 괴로워하고 있던 부하는 그럼에도 자신의 말을 꼭 해야만 하는 타입이었다. 서로 성격상 맞지 않은 것이다. 일이 많고, 힘든 것이라면 사람은 버틸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견디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견디다 못해 인사팀에 상담을 청했다. 인사담당자인 나로서는 사실 해 준 것이 없다. 그냥 그 직원의 말을 들어주었을 뿐이다. 물론 그 조직에 문제가 있음은 평소 인사팀에서도 인지하고 팀장을 교체하려고 예정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었고 현실적으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들어주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단순히 들어주는 것만으로 그 직원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혀 과거의 상황과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인사담당자가 들어주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할 수 있음을 느꼈던 경험이었다.
인사담당자와 경영자 간의 소통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원과의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의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사원의 말이 경영진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원의 대변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원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원과의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을 통해서만이 사원들의 생각을 살필 수 있고, 그들이 진정 바라는 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통을 통해 사원과 경영자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조직에 대한 많은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다.
사원들의 생각이 경영자에게까지 전달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런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은 경영에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사람의 일을 주관하는 인사담당자밖에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