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 끊임없이 소통하라 ④
예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8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성격분석을 해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실험 목적은 피실험자가 어떻게 자신의 성격을 인식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 방법은, 실험을 위해 모여있는 8명의 피실험자에게 먼저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매우 정교한 성격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각자의 성격을 분석할 것임을 강하게 이야기한 후, 피실험자를 한 명씩 불러서 “당신의 성격은 이렇게 파악되었습니다”라고 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나서 개개인의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단, 여기에는 트릭이 있는데, 그 8명에 대한 검사 결과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모두에게 똑같은 내용을 보여주었는데도 불구하고, 8명의 피실험자 모두 분석 데이터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 실험 사례는 사실, 사람의 성격은 단순히 외향적 내향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떠한 쪽에 조금 더 가까울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실험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 실험은 이뿐만 아니라 한 가지 더 우리에게 말해주는 시사점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은 항상 어떤 사실에 대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자신에게 맞게 "변형"시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8명의 피실험자가 동일한 성격 결과 분석 데이터 중에서 자신과 맞는 일부분만을 받아들여서 자신과 일치한다고 답변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인식의 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분명히 같은 정보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러한 상황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자주 나타난다.
각 부문의 본부를 책임지는 본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의 안전, 제조, 설비 등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은 그 회의에서 안전보건공단 주최로 개최되는 “국제 안전보건 전시회”에 약 20여 명의 직원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를 듣고 대표이사는 20여 명이나 되는 직원들을 근무 면제까지 시키면서 전시회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단순히 놀러 간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그 본부장을 질책했다.
회의를 마친 후, 그 본부장은 전시회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팀장을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참가자가 20명이나 되는 것은 너무 많으니, 참석인원을 10명 이하로 줄이라고 말이다.
대표이사는 그 회의에서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20명이나 되는 직원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 둘째,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이다.
여기서 정말 대표이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정말 중요한 것은 20명이 참석하든 10명이 참석하든, 참석인원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뒤의 말이었다. 직원의 근무를 면제시키면서까지 박람회에 참석하는 만큼, 많은 것을 보고, 그중 우리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본부장은 참석인원을 줄이라는 것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표이사와 본부장은 분명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말을 들었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렇듯, 단순히 말을 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우리들 각자는 제각각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사례에서 단순히 잘못 해석해 버린 본부장만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말을 전달하는 쪽에서,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여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았던 잘못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으로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단순히 자기만족에 불과한 일방적인 통보일 뿐, 결코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회사의 사원들이 흡연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경영진은 흡연실 공간이라는 “건물”을 생각해 버린다. 그러면서 예산이 없기 때문에, 혹은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며, 회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사원들이 정말 원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단지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건물 한 켠의 빈 공간에 재떨이 하나만 회사가 준비해 주는 것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상대가 그런 말을 한 진정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내 말이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서로 소통할 준비가 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말을 한다고 소통이 아니다. 상대의 언어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비로소 소통할 자격을 갖췄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