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 변화를 두려워 말고, 변화를 제안하라 ②
당시 우리 회사는 기존에 설계되어 있었던 인사제도를 수년 간 계속해서 운영해 왔었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변경 없이 운영해 오다 보니,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여러 문제점이 생기고 있었다.
회사에서 정해져 있는 정년은 55세로, 이 기준에 맞추어 각 직급의 체류 연수를 정하고 있었는데, 정년이 60세로 법제화되어 상위 직급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생겼고, 잔업수당의 산정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여지가 높아져 임금 구조에 대한 변화가 필요해졌다.
이러한, 국가 법령의 변화로 인한 개선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의 승진적체가 심화되어 이에 대해 시급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그동안 평가의 요소로 설정해 놨던 평가항목이 노후화되어 새롭게 생겨난 연구직 직원들을 평가할 도구가 없어서 연구직에 대한 평가요소의 개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평가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나, 성과주의를 강화하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지, 생산직 사원들에 대한 별도의 임금체계의 필요성 등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사원과 경영진의 다양한 요구가 있었고, 이 외에도 인사의 입장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제도개선 과제 등도 많았다.
이런 다양한 사항들을 종합하여, 인세 제도의 개선 방향을 설정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제도를 재설계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인사제도의 재설계에 앞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였고,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업체를 검증하였다. 그러한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 업체와 주 단위로 미팅을 진행하면서 진행 스케줄을 정하였고, 사원의 등급부터 평가, 임금까지 인사제도의 전 분야에 걸쳐 개선 검토를 실시하였다.
약 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도를 구축하였고, 최종 결과물을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여 승인을 얻은 후, 전 사원을 대상으로 제도개선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과반수 이상의 사원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이번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사원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였고, 사원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 자리에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답변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미비한 점은 큰 제도의 틀 속에서 일부 수정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각 직급별 승진 단계 및 승진기준, 기대역량을 재설계하였고, 임금은 크게 기본급과 개인성과급으로 간소화하였다. 평가제도는 임금과 연동되도록 설계하여 성과주의 인사제도로서 본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설계하였고, 사원들에게 설명할 때에는 실제로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상세하게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덕분에 생각보다 제도 전환 과정은 순조로웠다. 물론, 일부 재량근로시간제 등과 같이 생소한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의 반발이 있었기는 하지만, 현장 관리자들과 같이 협업해 가면서 무사히 동의를 받아 낼 수 있었다.
제도를 직접 설계한 인사의 입장에서 이번에 구축한 신 제도는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일부 타협이라는 과정을 거쳐 본래 의도했던 제도와 다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당초 그렸던 전체적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기존에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문제로 남겨 두었던 부분이 거의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 도입 초기의 사원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는 점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새로운 인사제도도 몇 년간 운영해 가면서 조금씩 문제점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생산직 사원의 성과평가를 개인평가가 아니라 조직평가를 한 것이었다.
당초 인사에서는 생산현장의 평가방법을 구축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그때 현장에서는 직접 공정에 투입되는 생산직 사원들은 혼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부서가 아니라,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공동의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개별 평가가 아니라 조직평가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인사에서는 생산직 사원의 특성상 성과를 단체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다 생각하였고, 그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개인의 능력 차이는 능력 평가라는 별도의 평가제도를 통해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생산직 사원의 성과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평가로 실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였다.
그런데 이 성과를 조직평가로 평가한다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현장에서 제조를 하던 사원들은 실수를 저질렀으나, 그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였으며 실수를 덮기 위해 공정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조작하였고, 결국 그 제품이 그대로 고객사에 납품되어 고객사에 큰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우리 회사는 실수를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고 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너무도 중대한 잘못이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이 완료된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그중의 하나가 조직평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실을 은폐하고 데이터를 조작했던 사원들은 성과평가가 개인평가가 아니라 조직평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두려워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퇴직할 때까지 다른 동료들과 함께 근무해야 하는 사원들의 입장으로서는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는 점은 심적인 부담이 매우 컸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변명의 일환일 수도 있다. 또한, 조직평가로 인한 폐해가 모든 회사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당시 우리의 조직문화에서는, 비공식적 집단에서의 배제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는 부분을 간과한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기존 제도를 다시 원래의 개인평가방식으로 되돌리게 되었다.
사람의 특성 중 하나는, 자신이 만든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많은 노력과 열정을 가지고 만든 특별한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라면 이러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속에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상,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완벽하다 생각했던 것도 언제나 완벽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완벽이라는 것도, 그것을 만든 당시의 상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시점에서, 그때의 상황에서는 완벽했을 수 있지만, 그 완벽이 지금도 그러한 것인가에는 의문을 항상 가져야 한다.
지금의 것은 그때 당시의 최선일뿐이라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지금의 시점에서 최선은 과연 무엇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마음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인사담당자인 당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