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 변화를 두려워 말고, 변화를 제안하라 ①
최근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워라밸’이라는 것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앞 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일과 삶이 규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사회적 요구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 전, 내가 근무하고 있던 기업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워라밸’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이미 추진하고 있었다.
그동안, 제품을 제조하는 현장에서는 업무개선이나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리드타임을 줄이는 등 여러 개선활동을 계속해 왔지만, 그것은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 온 개선활동일 뿐, 개인의 삶을 배려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먼 활동들이었다. 특히, 제품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직무가 아니라 사무직과 같이 정신노동을 하는 직무의 경우에는 이 조차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인사에서는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조직문화가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늘어나는 연장근로로 인해 인건비는 늘어났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여, 바로 끝낼 수 있는 업무도 일부러 늦장 처리를 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일하는 시간이 늘고, 인건비는 늘어났지만, 처리하는 업무의 양이나 질은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조건 늦게까지 일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찍 일을 끝내고 휴식을 통해 개인의 삶을 누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개인의 만족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전사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여, 근무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일하고, 남은 시간에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이 개혁은, 구체적으로는 3가지 분야로 나누어 진행했다. 첫째 장시간 근로 개선, 둘째 일 방식의 변화, 셋째 일하는 문화의 변화가 그것이었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해, 연장근로 사전승인제도, 가족의 날 운영, 퇴근 후 업무연락 금지, 시차출근제도 도입 등을 검토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한 개선으로는, 전사 회의에 대한 참석자 및 필요성 재검토, 회의 운영의 원칙 제시, 보고 방법 개선, 각 부문의 업무에 대한 간소화 등을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인 일하는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관리자의 의식개혁을 위한 여러 시책 등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전 사원의 1개월 간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35시간에서 10시간 미만으로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연차휴가를 쓴다거나 정시에 퇴근하는 것은 당연해지고, 부득이 휴가 중인 사원에게 연락하는 것을 미안해하게 되었다. 회사의 생산성은 늘고 직원의 만족이 늘어난 것은 당연하다.
처음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로 무엇인가 익숙한 것이 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귀찮아하거나 때로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도를 추진하면서 각 팀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불만이나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업무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줄여서는 현재의 업무를 치고 나갈 수 없다는 조직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팀장도 있었고, 연장근로를 해서 어느 정도의 임금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밖에도 회의 시간을 도저히 줄일 수 없다는 팀장, 부하 직원이 설사 휴가 중이라 하더라도 회사의 긴급한 사항이 있으면 당연히 연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등, 제도를 추진하는 데 있어 불만이나 우려는 생각보다 많았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이나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미 시대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전화, SNS, E-mail 등을 통해 항시적 업무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사원의 여가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업무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 (right to disconnect)”가 유럽을 중심으로 조금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며, 조직 내부에 있어서도 일하는 방식에 대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로 인해 많은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는 등 시대는 변하고 있었다.
조직 내에서는, 신입사원들과 세대 간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30대 젊은 세대 조차도, “우리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신입사원들은 문제야”라든지,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신입사원은 그들 나름대로 이러한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예전처럼 야근이 일상화된 회사의 업무방식이 이미 생산성이나 성과를 높이지 않으며, 개인의 행복한 삶과도 거리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해왔던 업무방식이 진리인양 생각하고 있는 조직의 문화는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이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그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 가면서 업무방식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 갔고 비로소 변화를 회사의 문화로서 정착시켜 나갈 수 있었다.
만약 사람들의 불만이나 우려 때문에 결국 변화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도 사원들은 세대 간의 생각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서로를 탓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며, 효율도 없는 장시간의 노동에 힘들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사담당자는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스스로도 노력해야 한다.
회사는 여러 조직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조직, 연구하는 조직, 판매하는 조직 등 다양하다. 이렇게 회사는 많은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어느 조직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서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오직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회사라는 조직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은 오직 인사뿐이다. 대표이사로부터 인사권을 위임받아, 회사의 모든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등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사담당자 이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런 역할을 부여받은 인사담당자가 변화를 두려워하여, 스스로 변화를 제안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도 그 조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릴 것이다.
조직의 혁신은 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인사담당자가 인사담당자로서 더욱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설사 그 변화가 실패하거나 반대에 부딪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인사담당자로서의 의무이며,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