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신념을 가져라

일곱 번째 이야기 :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신념을 가져라 ④

by yangTV

앞 장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인사담당자는 좀 더 명확한 판단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인사담당자 본인이기에, 최종 판단은 인사담당자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런 만큼, 인사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사 영역이라는 것은,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다 보니, 설사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훈수를 둘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직원 중에 누군가가 퇴사를 하게 되면, 주변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아마도 급여가 적어서 퇴사하는 것 같으니, 급여를 올려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이다. 인사이동을 실시하게 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사정을 좀 더 고려해서 실시해야 하는데, 너무 인사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은 깊은 고민 없이,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얻은 정보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가지고 이것저것 훈수를 두곤 한다.

인사담당자는 인사정책에 있어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려 해도, 이렇게 주변의 많은 훈수들로 인해서 그 기준을 지켜내는 것은 어렵다. 만약, 비전문가이긴 하지만 그 영향력이 너무도 큰 경영자가 이런 훈수를 둔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인사담당자인 당신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훈수를 두는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설사 그 훈수를 둔 이가 경영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책임은 결국 오로지 인사담당자인 당신의 몫이 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주변의 훈수에 따라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흔들리면, 심한 경우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주변의 훈수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지킨다는 것은, 인사담당자인 당신의 확고한 원칙과 신념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시 우리 기업에서는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연차사용촉진제도란, 말 그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연차휴가를 금전으로 정산하여 지급하는 대신, 원래의 취지에 맞게 휴가로 사용하도록 휴가 사용을 촉진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휴가 사용을 촉진하여 사원들이 자신의 연차를 전부 소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은 기업대로 금전적으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 억제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 기업에서는 놀랍게도 이 연차사용촉진제도로 인해, 사원들의 연차휴가 사용률이 100%였다.

이 연차사용촉진제도는, 초기에는 각 팀에서도 사원들의 연차휴가가 15일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으나, 사원들의 근속연수가 증가하게 됨에 따라 연차휴가가 1년에 20일이 넘는 인원이 많아지게 되었고, 점차 부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대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하는 인원은 원래부터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휴가를 사용하는 만큼 누군가가 그 업무를 백업해야 했는데, 휴가 일수가 많아지다 보니 업무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각 팀의 부서장을 중심으로 금전보상을 해주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늘어났다. 그리고, 사원은 사원대로, 휴가일수가 너무 많다 보니 전부 소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도 하고, 휴가를 다녀오면 그동안 못했던 업무를 몰아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지게 되어, 미 사용 연차를 금전으로 보상해 달라는 요구도 늘어났다.


인사담당자였던 나로서는, 연차사용촉진제도는 휴가 사용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제도로 봤다. 때문에, 부서의 팀장이나 사원들로부터 이런 의견을 들을 때마다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경영자는 각 팀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충원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또 휴가를 사용하는 문화도 이미 정착되어 있으니, 금전으로 보상해 준다 하더라도 큰 인건비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연차사용촉진제도를 폐지하고 금전으로 보상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게 되었다.


처음 사원들의 반응은 너무도 좋았다. 사원들은 다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연차휴가인데,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받게 되었기 때문에 좋았고, 부서에서는 팀원의 휴가 사용이 줄어 그만큼 업무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그 좋은 반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정착해 왔던 휴가를 사용하는 문화는 순식간에 바뀌게 되었다.


휴가를 쓰기보다는 금전으로 보상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 부서 내에서 휴가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팀장은 어차피 금전으로 보상받을 것이어서 휴가 승인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기보다는 업무를 우선시하게 되었다. 팀장은 휴가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며, 휴가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었고, 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점점 팀원이나 팀장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만약, 인사담당자인 내가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유지했었다면 어땠을까? 사원들이 쉽게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고, 또 사원들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던 기업문화가 유지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만약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탓을 해봐야 소용없다. 그것은 오로지 인사담당자의 잘못이다.


인사담당자가 원칙과 신념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 이처럼 주변의 생각이나 훈수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연차사용촉진제도의 폐지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당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문제였다. 그럼에도 인사담당자로서 신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주변의 생각에 흔들리게 되었고, 결국 오랫동안 쌓아왔던 기업문화가 한순간에 바뀌게 된 것이다.


인사업무에 있어서 전문가는 인사담당자인 당신이다. 주변의 사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견이 전체를 대변하는 말이 아닐뿐더러, 회사의 미래나 전체적인 모습을 깊게 고민하고 충분히 고려한 후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에게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남의 일처럼 더 쉽게 말할 수 있으며, 그 생각들은 극히 한정된 사항에 대해 지엽적인 생각으로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생각들을 고려하여 판단하는데 참고는 할지언정, 그것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사람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사담당자의 모습을 보고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그때의 상황과 여론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사원들의 의견을 들을 줄 아는 훌륭한 인사담당자라고 생각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사원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하여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줄 알고, 어떤 상황에서는 확실한 원칙과 신념을 가지고 오히려 설득할 줄 아는 인사담당자를 더 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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