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을 깔아 줄게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웠다 ①

by yangTV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마음 깊이 아끼고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내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내 아내와 삶을 같이 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그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 봐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 당시 나는 적은 나이가 아니었음에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치 10대, 20대의 연애처럼 그렇게 빠져들었다. 평소 특별히 어떤 이상형을 꿈꾸지는 않았었는데, 만약 이상형이 있다면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뭐라고 딱 꼬집어서 그때의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굳지 설명한다면, 무언가 운명이나 미래를 예감하는 듯한 느낌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처음에 무척 무뚝뚝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말투는 사무적이었고,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때로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인정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당시 너무도 뜨거운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운명의 이끌림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무뚝뚝했다던 나는 내 아내와 만나는 동안 정말 많이 변했다. 나의 행동이나 생각만이 아니라, 심지어는 말투까지 말이다. 이제는 아내의 입장을 좀 더 공감하고 세심하게 배려하게 되었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하게 되었으며,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 수도 있게 되었다. 이 변화는, 사랑의 감정에 힘입어 나타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완전환 변화였다. 지금에 와서, 아내가 보았다던 그 무뚝뚝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려 해도, 어떤 모습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다. 그렇게 나는 변했다.


첫 만남부터 이야기가 잘 통했던 우리는, 무척 많은 대화를 나눴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거리를 같이 걸으면서도, 여행 중에도 그랬고, 헤어지고 나서도 전화기를 붙잡고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아니,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눴으면서도 정작 나는 알아 채질 못했다. 만나는 동안 그렇게 많은 신호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난 참 눈치도 없고, 둔했다.


사실 만나는 동안 이런 일들이 자주 있었다. 예약 시간에 늦어서 서둘러 가야 하는 상황에도, 이야기를 하며 산책을 하던 도중에도 내 아내는 자주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오지 않아서 전화를 하면, 오늘은 나가지 말고 이렇게 전화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퇴근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를 마감하며 느긋하게 같이 전화 통화를 하다가도, 제대로 대화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갑자기 서둘러 전화를 끊은 적도 많았다. 나는 그때마다 별생각 없이,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때로는 나가기 귀찮을 때도 있지, 많이 피곤한가? 라며 그냥 이해하고 넘겼을 뿐이었다.


지금까지의 그런 내 아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것은, 우리의 관계가 단순한 호감을 넘어 연인으로 발전할 무렵, 아내가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중학생이었을 무렵, 내 아내는 어떤 희귀 난치성 질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깨어 있을 때도,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언제나 머리부터 발 끝까지 뼈를 긁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고,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통증을 참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통증이 덜할 때와 심할 때가 있을 뿐, 이제는 통증이 없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잊었을 정도라고.


이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동안 왜 그런 행동을 했고, 지금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가 말이다.


내 아내는 그런 말을 하면서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그래 왔듯이 자신을 떠나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아내의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난 단지 이런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아픔을 내색하지 않고, 나를 향해 그렇게 환하게 웃어 주었구나라고 말이다.


“카펫을 깔아 줄게.”


내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하기로 약속한 후, 내 아내에게 한말이다. 발을 디딜 때마다 고통을 참아야 하는 아내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는 나의 마음이었다.





사랑하는 자기야…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감정은 그때와 변함없어.

너의 고통을 내가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내가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나에게 기쁜 일도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