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라면 못해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웠다 ⑳

by yangTV

2008년 5월, 우리는 3년 반의 연애 끝에 부부가 되었다.


결혼하고 처음 3년간은, 경제적으로 정말 최악이었다. 가뜩이나 넉넉하지 않았던 살림에 생각지도 못한 여러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었다. 원룸에 혼자 있을 아내가 걱정되어 많은 고민 끝에 얻은 아파트 전세 대출금 3,000만 원은 다달이 갚아야 했고, 이런 와중에 다니던 회사는 경영 악화로 몇 년째 임금이 동결되더니 격월로 나오던 상여금마저 반납해야 했다. 아내는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반년이 넘도록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내의 치료는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든 벌어온 돈 안에서 생활하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헤쳐 나올 방법이 없었다.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은 그렇게 몇 년간 계속되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처럼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죽을힘을 다해 아끼는 것뿐이었다.


그랬던 우리의 생활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결혼하고 3년이 지난 후였다. 다니던 회사는 결국 문을 닫았고, 나는 다행히 바로 이직할 수 있었다.


이직한 회사에서는 월급이 제때에 나왔다.

우리는 너무 행복했다.


당연히 우리 부부의 경제사정은 점점 나아져 갔다. 하지만, 돈이 없어 먹을 것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던 그때를 경험한 우리는, 돈이 있어도 돈을 쓸 수 없었다. 씀씀이가 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또 언제 어려운 시절이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씀씀이가 커진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크나큰 두려움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조금 넉넉하다고 해서 씀씀이를 키운다면, 또다시 예전처럼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한 번 커진 씀씀이를 다시 줄인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다. 우리는 그것을 지금껏 몸소 느껴왔었다. 결국, 우리의 생활은 어려웠던 지난 3년 간의 생활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웠다.


우선 마음가짐이 달랐다. 우리의 생활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정말 돈이 없어서 아끼는 것과, 저축하려고 아끼는 것은 그 느낌이 천양지차였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쓰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했다. 매월 월급에서 미리 돈을 떼어 저축도 많이 했다. 저축이라는 것도 중독성이 있어서 하면 할수록 점점 욕심이 났다. 조금이라도 더 저축을 늘려가 보자며 우리 부부는 매일 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아끼던 우리는, 결혼한 지 6년째 되었을 때 드디어 우리들만의 보금자리를 장만할 수 있었다. 비록 작고 오래된 아파트였고, 은행에서 절반 이상 대출을 받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돈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진 것은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도 돈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흘러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무엇이든 때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끼고 모으는 재미로 살아왔지만, 이제 우리도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지금을 즐기자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는 준비하되, 모든 것은 때가 있으니 현재도 조금쯤은 즐겨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제대로 된 추억조차 남기지 못하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을 테니까.


어느 날 저녁, 아내와 함께 우리들의 힘들었던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문득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냐고 장난처럼 내가 물었을 때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


나도 안다.


그 당시 아내는 내게 힘들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따라주고 함께 견뎌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내 아내가 그때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말이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모를 수가 없다.




사랑하는 자기야.


많이 힘들었지?

이제 우리의 남은 삶은, 이렇게 조금씩 행복을 만들어 가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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