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끼며 살았던 우리는 드디어 조그마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다. 결혼한 지 6년 만이었다. 비록 은행 대출이 대부분 이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우리 집을 갖게 된 그날, 내 아내가 지은 환한 웃음을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내는 정말 좋아했다. 우리가 살 집은 그 어느 곳보다 예쁘게 꾸몄으면 좋겠다며 내가 회사에 나가 일하는 동안에도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며 뭔가를 찾았다. 벽지 색깔부터 조명, 가구에 이르기까지 하루의 대부분은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는 듯했다.
난 그런 아내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이제야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느낌에 난 행복했다. 처음 아내와 결혼하면서 난 아내가 행복했으면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지금껏 아내를 힘들게만 했었다. 이제 아내가 원하는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 모두 이루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힘들었을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무리가 있더라도 이 집만큼은 아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게 지원해주고 싶었다.
집을 계약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다녔다. 지방에 살았던 우리는 일부러 서울에 있는 가구점을 찾아가 직접 앉아 보기도 했다. 조명을 고르기 위해 찾아갔고, 커튼을 구경하려고 상가를 찾아가 보기도 했다. 문고리를 뭘로 할까? 이 가구와 어울러는 가구는 뭐가 있을까?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까? 아내는 매일매일 이렇게 고민하면서 행복해했다.
어떤 때에는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싶은 것을 고르기도 했다. 난 이렇게 가구가 비싸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좋았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우리를 위해 써보나 싶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좋았다. 아내를 위해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지금까지 아내에게 못해 준 것을 다 해줄 수 있어서 그저 난 좋았다.
그렇게 우리 집은 아내의 손으로 꾸며졌다.
갖고 있던 것들 중 그대로 사용할 것은 사용하고, 쓸 수 없어 버려야 할 것은 버렸다. 그렇게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고, 가구 배치까지 다 하고 나서, 처음 같이 잠을 청하던 그날. 난 아내처럼 따뜻한 집안 분위기에 너무도 행복했다.
집안 구석구석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두운 톤의 안방 벽지, 작은 집에 어울리는 자그마한 나무색의 소파, 우리가 앞으로 식사할 널찍한 식탁. 그리고 수납할 수 있는 작은 방과 따스한 조명까지. 모든 것이 아내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자기에게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어.”
내가 그런 따뜻한 집안을 보고 아내에게 했던 말이었다. 정말이었다. 생각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아내는 잡지책에나 나올 법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거실에 앉아 같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아내의 환하게 웃는 행복한 모습에 삶의 행복을 느꼈다.
아내와 함께하는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함께한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고 난 진심으로 생각했다.
사랑하는 자기야.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들의 힘든 삶이
우리가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
처음 그 마음 변치 않고, 삶이 끝날 때까지 함께 아끼고 사랑하라고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었나 봐.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웠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