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쇼핑하기

힘들지만, 함께해서 즐거웠다 ⑱

by yangTV

“오빠, 우리 옷 좀 사야겠어.”


항상 알뜰하게 아끼면서 생활하던 어느 날, 옷장을 정리하고 있던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경제 사정이 나아진 뒤에도, 씀씀이를 늘리는 대신 저축을 택했다. 늘어나는 통장 잔액은 심적인 면에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생활도 조금씩 나아졌다. 이제 우리는 가끔 마트에서 그동안 그렇게 바라던 과일도 사 먹을 수 있었고, 경조사나 병원비, 수리비 등을 걱정하며 생활비에서 아등바등 하면서 미리 떼어놓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안 쓰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것도 이제 한계였다.


결혼 전에 샀던 옷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 둘 낡아서 버리다 보니, 이제는 입을 옷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이제 우리도 조금은 쓰면서 살아도 되잖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주말에 쇼핑몰로 향했다. 티셔츠를 사고, 바지를 사고, 그 외에 뭔가 살 것이 없는지 도끼눈을 뜨고 미친 듯이 쇼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절약하면서 살았던 그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쇼핑하는데 집중했던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나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오빠, 우리 그렇게 미친 듯이 옷을 샀는데, 전부 세일한 옷 밖에 없어.”


그렇다. 우리가 과거의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샀던 옷들은 전부 세일하는 옷뿐이었다. 우리의 두 손에는 쇼핑백이 한가득이었지만, 다 합해도 20만 원도 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돈을 쓰는 것도 써본 사람이나 쓰나 보다며.


항상 우리는 그래 왔던 것 같다.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었던 우리는, 그동안 우리 자신을 위해 뭔가를 써본 일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못 먹어도 남에게는 대접할 줄 알아야 하고, 우리는 상처가 난 과일을 먹더라도 남에게는 가장 예쁜 과일을 주어야 한다는 양가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항상 우리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베풀며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20만 원도 쓰지 못한 우리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조금씩 자신에게도 쓸 수 있기를 그때 우리들은 바랬다.





사랑하는 자기야.


그때 비록 우리가 세일하는 옷만 샀지만,

마음만은 마치 수 십만 원은 쓴 것 같았지?


그때 참 우리 어이가 없었지.


앞으로는 우리도, 조금은 우리를 위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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