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겹치기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①

by yangTV

나와 내 아내가 결혼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사람들은 보통, 결혼하고 이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삶이라는 현실에 치여 부부 사이도 조금 변하기 마련이라고 당연한 듯 말한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우리들을 보며 여전히 신혼인 것 같다며 신기한 듯 쳐다본다.


내 아내가 가끔 친구들을 만나고 올 때면, 친구들이 “아직도 남편과 사이가 좋아? 여전해?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자꾸만 묻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계속하던 질문도 10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얘네는 원래 그래.”라며 포기한 듯이 말한다고 한다. 도대체 뭘 기대한 것인지.


사실, 이렇게 우리가 처음 연애하던 그 시절 그 모습을, 10년을 넘긴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현명한 내 아내 덕분이다. 이런 내 아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는 결혼 전 정말 많이도 싸웠다.


각자의 집안문제, 우리의 결혼문제, 회사에서 자주 하는 회식 문제, 서로 간의 말투, 대화 방법의 문제, 개인적인 생활 습관에 관한 문제 등 우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싸움의 대상이었다. 만나서 싸울 때도 있었고, 전화통화를 하면서 싸울 때도 있었다. 어떤 때에는 거의 이틀을 한 가지 문제로 싸운 적도 있었다.


이렇게 매번 싸우면서도 아내와 나는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그것은 첫째,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대화를 피하지 말고 끝까지 할 것, 둘째, 욕설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지 말고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상대의 자존감을 해치는 말을 한 경우에는 즉시 중지하고 사과할 것이라는 원칙이었다.


우리가 이런 원칙을 세우고 끊임없이 대화를 한 것은 각자의 생각을 하나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 십 년을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살아가는 것이 결혼이다. 이제까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두 사람의 생각이나 습관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이렇다 보니 같이 살아가는 동안 다툼이 없을 수 없다. 그렇게 다른 생각과 습관을 가진 두 사람이 앞으로는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살아야 하는 만큼, 서로의 생각을 겹치는 작업이 결혼 전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 전에 서로 간의 생각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무수히 거쳤다. 서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해결되는 일도 있었고,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정한 원칙만은 지키려고 서로 노력했다.


그 자리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며칠을 끄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는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각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려고 했다. 때때로 상대에게 상처 입을 만한 말을 들은 경우에는, 먼저 마음이 다칠 것 같다고 말했고, 그러면 우리는 즉시 멈추고 말이 지나쳤다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거친 덕분에 결혼하고 나서는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미리 생각 겹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상대가 어떤 말에 상처를 받고,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말을 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크게 싸우기 전에 우리는 멈출 수 있었고, 상대의 기분을 더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결혼한 지금도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다. 그리고, 새롭게 생기는 생각의 차이를 좁히려고 계속 조율 중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에는 혼자서 결정하고 나서 통보하기보다는 같이 의견을 나누고 합의한 후에 한다. 부부가 같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생활하고 있고, 많은 대화를 통해 상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데 싸울 일이 있을까?


아내가 제안한, 서로의 “생각 겹치기”를 미리 했던 덕분에, 지금은 내 생각이 아내의 생각이고, 아내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될 정도로 우리는 잘 통한다. 생각의 차이를 줄이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상대의 말에 상처를 입지 않고, 상대의 말을 오해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연애를 시작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내가 아내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이다.





사랑하는 자기야.


너의 현명함을 다른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물론 지금도 때로는 너의 생각을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의 방식으로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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