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라

두 번째 이야기

by yangTV

01 설계자로서의 책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는 직장인들이 현실적으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며, 존재 의미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설계하고 창조하는 사람이 바로 인사담당자이다. 때문에 설계 당사자인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달라지게 된다. 그런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당신은 그에 부합하는 설계자로서의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


첫째,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항상 신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던 회사는 제품 연구를 목적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해외 본사에서 연구원들을 초빙하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여 연구소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문제는 연구소 설립 초기에 "연구"라는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시간을 강제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연구원들은 밤늦게 퇴근해도 다음 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후부터 일이 있는 날에도 반드시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있어야 했다. 당연히 연장근로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 연구원들이 회사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실제로 업무에 몰두하는 시간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현 근무체제로 인해 시간의 낭비와 비효율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설립 당시부터 본래 이런 체제였기도 하고, 연장근로시간이 많아진 만큼 수당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일부 연구원들은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일부러 연장근무를 과도하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연구성과로 판단해야 할 직무임에도 시간으로 보상한 결과 나타난 폐해였다. 시간의 낭비, 업무의 비효율에 더해 연장근로시간의 법적 한도인 주 12시간을 초과할 법적 리스크까지 생긴 것이다.


인사에서는 뒤늦게 이 직무에 접합하지 않은 보상 기준과 법적 리스크라는 두 가지 문제를 인식했다.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원에게 맞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유연 근무제 중 하나인 재량근로시간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했다. 재량근로시간제도란, 업무방법이나 시간 배분 등에 구체적인 지시가 곤란한 연구와 같은 직무에 대해, 그 수행방법을 본인 재량에 맡기고, 합의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는 제도이다.

곧바로, 계획을 세우고, 해당 인원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근로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은 연구원들도 환영했으나, 평소 잔업시간이 많았던 직원은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격렬히 반대했던 것이다. 제도의 장점을 부각해 결국 합의를 이끌어 낼 수는 있었지만, 너무도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한 번 정착한 제도는, 그 제도에 문제가 있든 없든 다시 바꾸기 어렵다.


실 잔업을 재량근로시간제도로 바꾸는 것처럼 나중에 개선하거나 바꾸려고 하면, 사람들은 익숙했던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해 가야 하는 과정을 또다시 밟아야 한다. 그 과정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기존의 것이 옳은 것이고 반드시 자신들이 지켜내야 한다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이러한 변화에 크게 반발한다. 이런 사람들의 반응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한 번 제도로서 성립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안착되면, 이런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다시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그것이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제도라 하더라도, 그것을 만들 때에는 처음부터 다각적으로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회사를 믿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고 의무이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설계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많은 기업에서 복리후생제도의 일환으로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복지제도 중 하나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교육비를 직접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제도이다. 그리고 회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구직자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이런 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당장의 효과만 봐서는 안된다.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는 것은, 당장에는 적은 비용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결혼할 것이고, 아이도 커갈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회사가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어떤지 등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여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개선이나 폐지가 용이한지도 검토해야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학자금 지원제도를 보자. 이 제도는 어느 순간, 당초 예상보다 제정적으로 부담이 커진다거나, 기혼자에게 편중된 복지제도로 인해 미혼인 사원들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복지비용의 불평등한 분배나 제도의 역차별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회사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복지포인트로 지급하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정해진 포인트를 지급하기 때문에 비용통제나 경비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일부에게 편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제도를 도입할 때,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대부분 불평등을 야기하는 기존 제도를 폐지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재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에 학자금을 지원받던 사람들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당연히 많은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결국 학자금 지원제도를 폐지하지 못하고, 추가로 재원을 투입해서 제도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제도란, 당장 눈앞의 문제 해결이나 배려심에 섣부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제도의 효과, 소요 예상 비용, 회사의 여력, 개선 가능 여부 등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에야 비로소 설계해야 한다.


셋째, 설계자로서 직면하는 벤치마킹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각 거점 별로 흩어져 있던 영업소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움직이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하나의 사무실로 통합하려다 보니, 공간적 제약이 있어서 영업사원 모두에게 충분한 업무공간을 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프리어드레스제(free address制)”를 벤치마킹하는 것이었다. 프리어드레스제란, 고정식 좌석을 폐지하고 유연하게 업무를 보게 하는 것으로, 사무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나온 제도이다. 이 제도는 해외 글로벌 기업 등에서 도입하고 있던 제도로, 사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영업사원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보다는 출장으로 인해 비는 시간이 훨씬 많기도 했고, 회사에서도 장시간 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었던 때였기에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싶었다. 게다가, 이미 그 효용성을 인정받은 제도이기 때문에, 이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우리 회사에 도입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사원들은 “내 자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내 자리”가 있음으로 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이러면 떠돌이와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이었다. 또, 간단한 사무용품을 책상 위에 두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책상이 없으니 볼펜 하나를 쓰려해도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용품 함을 뒤져야 한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업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사원들의 의식이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장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일부가 아니라 모든 사원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그런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인사담당자는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지금 내 생각이 맞는가? 혹시 더 나은 방향은 없는가? 지금 설계한 제도의 수준이 타사에 비해 어떤가?라고 말이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벤치마킹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벤치마킹이라는 기법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잘만 활용한다면 좀 더 쉽게 우리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타사의 상황을 확인함으로써 우리 수준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단지, 여기서 벤치마킹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말한 것은, 어설프게 벤치마킹을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제도의 겉모습이나 장점만 보고 도입할 경우,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만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으로 뽑히는 구글(Google)의 복지제도 중, 무료로 식사와 간식을 제공해 주는 혜택이 있다. 사내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고급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식사와 간식을 언제든지 무료로 제공한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제도이다. 그러나 그런 부러운 복지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구글의 강력한 성과주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퇴근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아서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직원은 결코 인사담당자의 실험대상이 아니다. 단순히 좋아 보인다고 해서, 단순히 최신의 기법이기 때문에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섣부르게 제도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설계자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항상 신중하게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제도를 만들 때에는 장기적인 시야로 여러 가지 사항들 속에서 균형을 잡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제도든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서 확신이 생겼을 때, 그때야 비로소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다.



02 운영자로서의 책임


인사담당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제도를 운영하는 역할이다. 이 역할은 노력 없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조율과 공정한 적용, 그리고 관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기준에 따른 공정한 운영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게 되고, 그제야 비로소 하나의 체제로서 인식되게 된다. 그리고 제도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특정한 형태로 굳어졌을 때 기업의 문화로서 정착하게 된다. 결국, 조직 문화가 어떤 형태가 될지는 오로지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사담당자의 생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인사담당자에게는 기업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첫째, 제도와 체계를 유지시켜 신뢰를 얻을 책임이 있다.


오래전, 사무업무에 대한 생산성을 향상할 목적으로 사내 인트라넷을 구축했을 때의 일이었다. 이전까지는 업무 효율이 매우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자 할 때에도, 여러 가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먼저, 휴가신청서에 각각의 항목을 기재하고 출력을 해야 했다. 그리고, 부문 내 결재라인을 따라서 승인을 각각 얻어야 했고, 승인이 완료되면 인사팀에 제출하여 최종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인사팀에서는 그 휴가신청서를 별도로 보관했다가, 직원들의 근태를 정리할 때 체크해야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담당자의 잘못으로 인한 휴먼에러가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비단 휴가신청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문서도 그러했다. 당연히 결재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소모적인 시간을 없애고자, 사내 인트라넷을 만들게 되었다. 그 시스템은 업무방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대로 새로운 조직의 문화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체제를 유지해 가는 데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 그 당시의 전산화는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다. 생각한 것이 그대로 100% 구현되지 않았고, 유연성도 떨어졌다. 때문에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수작업일 경우 양식이나 절차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언제든 가능했지만, 전산화되면서부터는 쉽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시스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간혹 예전처럼 종이로 출력해서 결재를 얻는 일이 발생했다. 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더 노력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강제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예외가 만들어졌다. 제도가 유지되지 못한 것이다.


제도나 체계라는 것은 어쩌면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왜냐하면 제도가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뭔가에 구속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의지가 구속당하기보다는 자유롭기를 바란다. 그런데 제도나 체계라는 것은 그것을 부정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규칙을 따라야 하니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자신만은 예외적으로 처리되길 바란다. 만약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인사담당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원칙을 무시하고 예외를 만들어 가다 보면, 기존 제도는 점점 변질되게 된다.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에 처음 만들었던 제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제도는 그냥 유지되지 않는다. 제도가 제도로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제도와 제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는 역할을 올바로 수행해야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 그래야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되고, 비로소 그 조직의 문화로서 정착하게 된다.


둘째, 운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제도는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의 생각에는 한계가 있어서 실제로 적용해 가다 보면,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들었듯이, “부모가 환갑이 되었을 때 경조휴가를 부여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을 때에는 부모는 두 분이라는 가정 하에서 만들었는데, 각자 재혼해서 부모가 네 분이 되어 버린 경우처럼 말이다. 이처럼 현실은 생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란 존재할 수 없다. 제도는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도를 적용해 가는 과정 중에 발생한 문제점을 찾아 다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를 현실과 맞춰 나가는 개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다.


또, 이런 개선을 거쳐서 확립된 제도라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완벽할 수는 없다. 세상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환갑”을 크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그 보다는 “칠순”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제도를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안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예외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 개선하여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 중에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자신의 권위가 훼손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절대 바꿀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인사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조직의 신뢰마저도 추락하여,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다.


셋째, 정해진 규칙을 반드시 지킬 책임이 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 서로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를 맺게 된다. 그렇게 맺은 관계에는 호감이 가는 관계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호감이 가는 관계라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기에 가지는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마음 때문에 신뢰를 잃거나, 오히려 피해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사담당자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회사 규정에는 경조휴가를 나누어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부득이한 사정을 듣고, 나누어 쓸 수 있도록 해 준 일이 있었다. 혜택을 받은 당사자로서는 좋은 일이었겠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혜택을 받았던 당사자가 “인사부서에 이야기했더니 나누어 쓸 수 있게 해 주었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고, 이후,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나는 안 해주느냐며 불만이 높아진 것이다. 좋은 의도로 배려를 해준 것이지만, 오히려 역차별로 다른 사원들에게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를 마음대로 해석해서 적용한 탓에 나로서도 곤란해졌던 경험이었다.


규칙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규칙은 동일하게 적용해야 서로 간의 신뢰가 생겨나게 되는데, 기준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적용해 버린다면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그것이 설사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제도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바로잡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기보다는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인사담당자가 스스로 기준을 제대로 세우고 공정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그 제도는 무너지고 만다. 예외를 만들기보다는 합리적인 생각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시키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신의 그런 노력이 있을 때, 사람들로부터 제도가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조직의 문화가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03 결정자로서의 책임


인사담당자는 끊임없이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비단 경영판단뿐만 아니라, 회사 내 일상생활 속에서도 변화하는 상황과 요구에 맞추어 항상 최선의 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사람들에게 회사에 대한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하고, 기대감을 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실망과 기대감이 반복되면서, 사원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회사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심어줄 것인가는 인사담당자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사담당자의 판단은 중요하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나의 판단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매 순간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인사담당자는 회사의 방침과 방향을 결정하는 자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판단할 책임이 있다.


첫째, 회사와 사원 간의 규형 있는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어느 부서의 신규 팀장 임명에 대한 협의를 할 때의 일이다. 회사의 조직을 개편하면서 새로 팀을 하나 신설하게 되었다. 경영진은 신규 팀장으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그 사람은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근무하던 자로, 평소 업무성과가 매우 높아서 경영진으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인사에서는 회의적이었다. 업무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평소 사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의 장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인력관리 측면에서의 문제점 등 몇 가지 근거를 들어 경영진을 설득했고, 결국 우선 보류하는 것으로 경영진과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사건이 일어났다. 팀장으로 임명하려 했던 그 후보에 대해, 부적절한 상사로서의 행동과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여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담은 투서가 들어온 것이다. 인사에서는 곧 조사를 시작했고, 그 내용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오랫동안 업체로부터 금품을 정기적으로 받아왔고, 회사의 자산을 불법 매각하여 이익을 얻어 왔으며, 부하들에게 폭언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 왔었던 것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었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와 사원 간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의 자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사원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원들은 경영자와 직접 대면해서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와 사원 사이에 서서, 사원에게는 경영자의 생각을 전달해 주고, 경영자에게는 사원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팀장 임명이라는 중요한 인사에 있어, 사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조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와해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기 때문에, 한쪽의 입장만을 100% 신뢰할 수 없지만, 그 속에도 진실은 있게 마련이다. 사원들의 목소리에서 진실을 찾아내 효과적으로 경영판단에 반영해야 올바른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때로는 회사의 입장에서, 때로는 사원의 입장에 서서, 균형감 있는 판단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사담당자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각종 제도와 방향성을 결정하면, 사람들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그 부정적 영향은 엄청나다. 때문에 어떤 결정할 때에는 당장의 문제만을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어떤 제도가 되었든 그 제도를 도입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급히 결정했다가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볼 때도 있다.


연차휴가를 예로 들어 보자. 이 연차휴가는 근로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연차 사용을 촉진해서 연차를 모두 소진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근로자가 휴가를 가면, 남은 인원의 업무부하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혹은 돈으로 받기를 희망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이유로, 금전 보상만으로 끝내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당장은 회사의 이익과 사원의 이익이 일치하여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연차 사용을 촉진하면, 설사 쓰지 못한 휴가가 있어도 금전 보상 의무가 없어진다. 때문에 상사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강압으로 부하직원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심적인 부담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돈으로 보상하게 되면 그런 부담이 없어진다. 상사가 업무를 이유로 부하의 휴가를 제한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고, 나중에는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일단,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면, 휴가를 가는 사람이 오히려 배척을 받게 될 것이다. 연차휴가를 쓰기 어려운 경직된 기업문화가 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연차 보상으로 인해 회사의 비용이 늘어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눈앞의 문제만 보고 선심 쓰듯 쉽게 결정했던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이 정도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당장의 문제를 보기보다는 미래를 보고 최선의 답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인사를 담당하는 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다.


셋째, 변화를 두려워 말고 선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변화라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에게는 귀찮은 일일 수 있다. 익숙하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다시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를 이야기하면 반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는 이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 조직 내에서 조직 차원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사담당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사제도를 개편했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회사의 승진제도는, 평가를 반영하여 승진을 결정하고 있었는데, 단순 작업을 하고 있는 오퍼레이터에게 불리한 점이 많았다. 오퍼레이터를 평가하는 항목 자체가 달성하기에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당연히 승진은 적체될 수밖에 없었고, 불만은 점점 높아졌다. 인사에서는 현 평가제도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퍼레이터의 업무 특성에 맞게 다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제조 현장의 업무 특성에 맞도록 역량을 새롭게 정의하였고, 승진 체제도 다시 만들었다. 이 새로운 평가제도에 따라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제조 현장의 승진 적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반발했다. 자신들에게만 다른 평가제도를 적용하는데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년간 계속되면서 승진적체가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고, 불만의 목소리도 줄어들게 되었다.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멈춰있지 않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사 지금은 완벽해 보인다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그렇지는 않다. 방금 든 승진적체에 대한 해결방안도, 지금만 유효할 뿐, 언제까지나 유효하지는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결정자로서 끊임없이 문제는 없는지,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주도해야 할 인사담당자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귀찮아하는 순간, 우리 조직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넷째, 비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최종 결정된 것도 뒤바뀌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가 취소된다든지, 인사발령을 내기로 결정했다가 취소한다거나 또는 다른 사람으로 내정자를 바꾼다든지 하는 정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때문에 그 결정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바뀐 결정이 사원에게 미칠 영향은 너무도 크다. 회사에서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결정한 인사담당자일 것이다. 만약 인사담당자가 좋은 의도로 이 비밀을 누설했는데, 지급이 취소되어 버린다면 어떨까? 지급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기대하고 있던 사원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상상할 수 없다.


오랫동안 인사를 담당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만, 인사담당자는 특히 더 그러하다. 인사담당자는 사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인사담당자가 입이 가볍다면 과연 누가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할 수 있을까?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버린다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사원이 아닌 경영자라면? 경영자의 전략적 파트너이며 중요한 기밀을 취급해야 하는 인사담당자가 경영자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인사담당자로서 무엇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더욱 특별하게 여기게 해 준다. 이것은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을 넘어서서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의 위에 서있으며, 하나의 권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비밀은 권력이 아니다. 인사담당자가 그것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순간 인사담당자로서 자질을 잃는 것이다.


비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은, 그것이 권력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사담당자로서 모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04 실행자로서의 책임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방향이나 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인사담당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바로 그 결정들이 의도한 대로 실행되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한 대로 실행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떤 결정이든 모두를 만족시키고 납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실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행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더 나은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마음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타의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과 자의에 의해 행동하는 것은 그 결과물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실행자로서 다음과 같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첫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납득시킬 책임이 있다.


예전에 회사에서 “일・학습 병행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일・학습 병행제도란, 유럽의 도제제도를 한국식으로 설계한 교육훈련제도로, 신입사원을 회사와 학교가 함께 체계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수료한 자에게는 평가를 통해 자격을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이 일・학습 병행제도의 교육과정은, 국가가 주도해서 체계화한 국가 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활용해서 교육체계를 만들기 때문에 부족한 내부 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외부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근무를 면제시켜야 하는데, 그 공석을 누군가가 대신해 주어야 하는 등 인력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부서장은 난색을 표하며 강하게 반발하였고, 제도 도입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제도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설파하는 한편,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각종 인사적 지원과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부서장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비관적이었지만, 점차 이 제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해당 부서장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며칠 간의 설득 끝에, 그 부서장은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바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팀원을 육성하여 팀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꿈을 말이다. 나중에 이 부서장은 스스로 나서서 팀원의 불만을 다독였고, 나아가서는 자신이 직접 교재를 만들고, 강사를 육성하는 등 열정을 가지고 이 제도를 인사와 함께 운영해 갔다.


만약 부서장을 설득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도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서장이 불만을 가진 채 마지못해서 하게 되었다면? 아마도 팀원의 불만이 있을 때마다, 인사담당이 강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교재를 만들기까지 하는 열정을 얻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방침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과정을 통해 실행하였는가에 따라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든든한 아군을 얻을 수도 있고, 강력한 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상대의 마음을 얻었는지 상대를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


직장인이라면 납득이 안 되는 지시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이 수동적으로 그 지시를 따랐을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 그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했을 때, 그 말에 동조하거나 자신도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전가시켰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방침이나 결정을 실행해야 하는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실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납득시켜야 한다. 마음으로부터 납득이 되어야 비로소 상대의 행동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요구, 무리한 실행은 언제나 불만의 씨앗이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때의 일이다. 회사의 퇴직금제도에서는 사원의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기재할 뿐, 실제로 자금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지는 않는다.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게 되면 실제로 사외에 퇴직금을 예치시킨다. 때문에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퇴직금은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어, 근로자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이다. 그래서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제도 도입에 앞서 개최한 설명회에서 직원들은 큰 반감을 나타냈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회사의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심지어 퇴직연금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설명회를 하는 동안, 마치 아무리 자신들에게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회사가 이익을 보는 것은 싫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인사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퇴직금을 사외에 예치시켜야 하는 기업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원들을 위해 도입을 결정한 것인데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던 씁쓸한 경험이었다.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사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사가 사원들로부터 불신을 받으면 쉽게 실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어려워진다.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평소 적절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사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었다면 실행하는데 어려움은 적었을 것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신뢰를 받는 인사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실행하는 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05 내부 경영자로서의 책임


인사담당자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경영자만큼이나 매우 크다. 평가, 임금, 처우, 인사발령 등과 같이 그 구성원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는 모든 일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경영자와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인사담당자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인사정책을 펼치고 운영하느냐는 중요하다.


상자 속 벼룩 실험을 알고 있을 것이다. 벼룩은 자기 몸의 수 백배를 뛸 수 있지만, 뚜껑이 닫힌 상자 속에 넣어 두면 뛸 때마다 그 뚜껑에 부딪치게 되어서 결국 그 이상을 뛰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뚜껑을 열어 두어도 벼룩 스스로 그 한계 이상을 뛰지 않게 된다는 실험이다.


이 상자가 바로 인사담당자가 내부 경영자로서 만들어 놓은 틀이다. 그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 상자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조직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상자의 모습이 될지 아닐지는 온전히 인사담당자의 손에 달려 있다. 내부 경영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첫째,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재직하고 있던 회사는 두 개의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평가하는 능력 평가와, 결과를 평가하는 성과평가가 그것인데, 이 두 개의 평가제도는 절대평가로 운영하고 있었다. 평가결과에 별도의 조정계수를 곱하여 순위를 매기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절대평가는 결과를 그대로 준용한다. 상대평가일 경우에는 다 같이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임의로 순위를 나누기 때문에 누군가는 반드시 나쁜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절대평가라면 잘한 만큼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대한 납득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평가자에게 있었다. 회사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회사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소속 직원의 성과도 좋지 않은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회사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중간평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운영상의 문제로 평가제도가 변별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평가를 최종 결정하는 인사회의에서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를 하나하나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평가자가 자신이 한 평가를 책임지기보다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이에 평가자들과 함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을 논의했다. 원인은 평가 피드백 때문이었다. 직원에게 평가결과를 피드백해야 하는데 낮은 평가를 줄 경우 직원의 반발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고민하던 우리는 일시적으로 평가등급별로 가이드를 제시하기로 했다. 낮은 평가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좋은 평가를 주고 싶었으나 회사 방침상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을 했다. 당연히 인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하지만, 평가제도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평가자의 소신 있는 평가는 운영상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그 불만을 감수하면서 평가자에 대한 훈련을 계속했다. 그 결과, 3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별도의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고도 평가자가 과감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훈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인사업무는 분명히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임에는 틀림없지만, 밖에서 바라볼 때에는 단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할 경우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신념과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신이 결정한 내용에 확신이 부족하면 방침을 이끌어 갈 수 없다. 틀어지고 비틀려서, 처음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만다. 그리고, 결국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주변의 훼방에 쉽게 흔들려서는 인사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평가제도에 있어서 바른 길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한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설사 주변의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내부 경영자로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갈 신념이 때로는 필요하다.


둘째, 당장만을 보지 말고 기업의 미래를 준비할 책임이 있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가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임을 잊고, 단순히 작업만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조폐공사에서 돈을 발행하고 있지만, 그 속의 작업자는 돈을 돈으로 보지 않고 생산품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신규 사원을 채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일반적으로 채용 프로세스는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다. 신규채용이 필요해지면, 인사담당자는 채용분야에 맞게 모집공고를 내고, 그렇게 접수된 이력서를 검토하여 1차적으로 선별한다. 그리고 면접 등 검증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람을 채용한다. 채용은 그러한 프로세스를 밟아 사람을 뽑는 것이다.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채용은 일상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 보니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 어떤 부서장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있는데, 그중에 향후 리더로 키울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 대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만 생각했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진정한 인재를 채용하지 않은 결과였다. 당장은 어찌어찌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은퇴하고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할 때 리더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채용이라는 것은 단순히 일할 사람을 뽑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기업의 미래를 뽑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하고 단순히 작업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매일 반복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채용을 하다 보면, 결국 그 "아무나" 때문에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항상 당장의 앞 만을 보고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경영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항상 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내부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다.


셋째, 꿈을 가질 책임이 있다.


인사담당자는 어린아이와 같은 꿈을 꾸어야 한다. 비록 다른 사람의 눈에는 허황된 꿈으로 보이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많은 기업에서 사원들에게 매년 비전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그 비전을 보면 과연 그것이 실현 가능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이 많다. 그렇게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비전을 기업에서 매년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 비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나침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가 꾸는 그 꿈이 앞으로 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 주기 때문에 필요하다. 꿈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을 달리 신념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꿈이라 표현하든 신념이라 표현하든 인사담당자는 그것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지금의 현실을 이겨내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게 되며, 목표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을 스스로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항상 스스로가 경영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의 시각으로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그 미래를 위해서는 꿈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항상 업무를 해야 한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어떤 모습을 가진 조직이 될 것인가는 오로지 인사담당자인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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