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소통하라

네 번째 이야기

by yangTV

01 경영진은 함께할 파트너를 원한다.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먼저 지식의 수준을 높여 인사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표출되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치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는 일이 청소라면 그 지식은 의미가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인사담당자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고, 오직 활용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활용할 수 있을까?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경영진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소통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그리는 전체적인 상황을 그릴 수 없다. 경영진의 지시가 있어도 방향을 정할 수 없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없으니, 지식이 있어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의미 없는 지식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항상 경영진과 소통해야 한다.


계속된 경영위기로 회사가 어려웠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셰어를 획득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방법뿐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에서 선택한 것은, 셰어 확대를 위해 영업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경영진은 영업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먼저 영업조직을 쇄신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경영진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쇄신해 갈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안이 없었다. 이에 인사에서는, 현 영업조직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쇄신해 갈지에 대해 검토했다.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영업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세 가지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는, 영업조직의 TOP의 교체였다.

당시 회사에서는 고객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외부에서 이사를 영입하여 영업조직의 장을 맡기고 있었다. 신규 이사의 인맥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영입이었는지 고객과의 관계 개선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금은 검증이 안된 외부인사보다는 오히려 내부 인재를 육성하여 새로운 영업의 TOP체제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두 번째는, 팀장과 고객과의 상생이다.

고객으로부터 VOC(Voice of Customer]) 조사를 한 결과, 고객과 팀장 간의 신뢰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팀장과 고객사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성향에 맞는 팀장으로 교체하여 접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직원 간의 업무연계 강화였다.

당시 고객별로 담당을 두고 각 거점별로 긴밀하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었으나, 영업 거점이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보니 정보공유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담당자는 나름대로 고객으로부터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이 정보가 통합되고 관리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구난방으로 들어오는 여러 정보를 통합하여 의미가 있는 정보로 가공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진정한 타깃으로 노려야 할 곳을 명확히 하여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각 팀장의 성향과 고객의 성향을 조합한 팀장 인사이동과 영업조직의 TOP교체, 그리고 정보를 취합하여 영업활동의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조직 신설을 제안했고,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영업조직에 대한 쇄신을 실시하게 되었다.


경영진은 방향을 결정해 주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먹이를 주길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방향성이 결정되면, 다각도로 검토하여 스스로 방안을 찾아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어디까지나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있을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있다.


경영진의 의도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도의 전문지식과 판단을 바탕으로 경영진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에 인사담당자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파트너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만약 인사담당자가 경영진의 생각을 잘못 이해하면 그 대응도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경영진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는 평소 경영자의 말이나 신년사, 업무방침 등 경영자의 생각의 파편을 얻을 수 있는 자료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자와 심도 있는 대화의 기회를 확대하여, 경영진의 생각을 오해 없이 알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경영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영진은 지시에 따르는 부하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파트너를 원한다.



02 사원은 항상 말하지만, 닿지 않는다.


사원들은 항상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지만, 그 말이 경영진까지 닿기는 정말 쉽지 않다.

조직을 이루는 체제의 한계 때문이다.


회사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직급체계를 둔다. 그런데 이 직급이라는 것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은 꾀할 수 있지만, 서로 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생각 외로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회사는 보고체계가 있는데, 그 단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통의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말단 사원이 이야기하는 것이 경영진까지 그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경영진 또한 마찬가지다. 경영자는 사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는 않다. 직접 사원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더라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직급의 간격을 이겨내고 진실된 내용을 말할 사람도 드물고, 자칫하면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일부의 생각이 마치 전체의 의견인 양 와전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원도 경영진도 서로가 소통하고자 하지만 조직 내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 사원들과 소통하여 그들의 의견이 정확하게 경영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경영에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사람에 관한 일을 주관하는 인사담당자밖에 없다.


내가 다니던 기업에서도 주택자금 대출제도를 만들어 달라든지, 포상제도를 확대해 달라든지, 새로운 수당을 만들어 달라든지 하는 등 사원들의 요구가 많았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의 입장에서 그 요구를 들어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회사가 이를 무시하기만 한다면, 자칫 사원과 회사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그 당시 사원은 그렇게 많은 요구를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책에 반영한 것은 근속 포상을 확대한 것 외에는 없었다. 회사의 재원은 한정되어 있어서 모든 것을 들어준다는 것은 원래 불가능했고, 복지의 상대적 불평등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인사가 판단하기에 근속 포상만은 불평등도 발생하지 않았고, 충분히 납득할만했다. 근속 포상의 목적은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것도 있지만, 그동안 열심히 일해준 사원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사에서는 이를 근거로 경영진을 설득했다. 결국, 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포상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신기한 것은, 비록 근속 포상의 확대 이외에 대부분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사원들은 만족했다는 것이다. 사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검토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행위만으로도, 회사가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사담당자가 사원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사원의 의도를 명확히 알기 위해서 소통은 필요하다.


사원들의 의견은 사실 명확하지 않아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사원들의 의견이 애매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원인을 명확히 알기 위해 깊이 소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만약 어설프게 넘겨짚어 사원의 의견을 판단해 버리면, 회사도 사원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회사에는 사원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고충 처리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은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는 나무로 된 함을 말하는 것으로, 사원들이 고충을 좀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어느 순간 그 고충 처리함에 교대근무자의 임금제도를 호봉제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자주 접수되었다. 당시 회사의 임금제도는 평가결과를 반영하여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고 있었다. 의아했다. 호봉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인사에서는 정말 호봉제를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면담과 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임금제도나 평가제도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단지, 승진에 대한 불만이었던 것이다.


만약 단순히 호봉제를 원한다고 생각해서 제도를 바꿨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불만이 해소되었을까? 아닐 것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제도 변경에 노력을 들여야 했을 것이고, 사원은 사원대로 여전히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이처럼 의도를 잘못 해석하면 대안도 잘못될 수 있다.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오직 소통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사담당자와 경영자 간의 소통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원과의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사원의 의견이나 고충을 진심으로 듣고 경영자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 사원의 생각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경영에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사람의 일을 주관하는 인사담당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03 제도에는 사람과 현실이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인사업무 중의 하나는 바로 평가제도일 것이다. 당시 회사에서는 사원들의 평가를 역량평가와 성과평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었다. 역량평가란, 어떤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개인의 행동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성과평가는 결과에 대한 평가로서, 조직의 목표와 연쇄하여 본인이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이를 달성한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성과평가의 경우, 목표만 제대로 세워져 있다면 생각 외로 운영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결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능력 평가의 경우는 다르다.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 중 나타나는 개인의 행동이나, 적극성, 업무자세 등은 수치로 나타내기 쉽지 않아서 평가하기 애매하다. 또한 정확한 근거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결과를 납득시키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피드백이 쉬운 성과평가는 회사의 방침으로서 피드백을 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역량평가는 아무래도 평가자에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피드백을 할지 말지는 평가자의 재량에 맡기고 있었다.


문제는 평가의 납득성에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승진이나 기본급 인상을 결정할 때, 역량평가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 보니 사원들이 납득하지 못했다.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사에서는 이러한 평가제도의 공정성 문제를 인식하고, 평가제도를 개선하기로 하였다.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원들이 평가결과를 스스로 납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기 평가를 하는 것도 납득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첫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의 정부 기관에서 실험한 일화가 있다. A집단과 B집단으로 나누어, 그중 A집단에게 연구를 위해 지금 하는 실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밀실에서 종이비행기를 접도록 시켰다. 그러고 나서 A집단과 B집단에게 각각 종이비행기를 얼마에 사겠느냐고 물었다. 종이비행기를 만든 A집단은, 만들지 않은 B집단에 비해 매우 비싼 값을 불렀다. 종이비행기를 만들지 않은 B집단에게 종이비행기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에 불과하지만, 직접 만든 A집단에게는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만큼, 스스로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이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들어간 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에도.


둘째,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진정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 것은 회사가 기대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청소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을 평가할 때는, 청소하는 능력만을 평가하면 된다. 그 사람이 설사 외국어 능력이 출중한 우수인재라 하더라도 청소를 제대로 못하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능력인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 그 사람은 아마도 자신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이러한 이유로 자기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배제한 채,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 평가 외에도 납득성을 높일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회사가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대 행동 전달 면담”이라는 프로세스를 추가했는데, 그것은 평가 항목을 미리 상사와 부하가 서로 면담을 통해 명확히 한 후, 그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의도한 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상사 스스로도 평가항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우리가 세웠던 이론대로 명확하게 기대 행동을 부하와 협의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상사 스스로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그것을 부하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협의할 수 있겠는가? 의도는 분명 좋았고, 제도도 좋았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단지,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만 평가자에게 주었을 뿐이었다.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사에서 제도를 만들 때 사람을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단지 책상에 앉아서 이러면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잘 만들어 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 제도에 사람이 없으면 허점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QC분임조를 운영하고 있었다. QC분임조라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혼자가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의 모임을 구성하고, 상관 설계, 연관도와 같은 각종 품질기법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총칭하는 말이다. 인사에서는 좀 더 체계적인 품질관리체제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관심이 있었던 6 시그마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다. 6 시그마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면, 회사 내에서 하고 있는 각종 개선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이미 QC분임조를 통해 각종 품질기법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새롭게 6 시그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으며, 6 시그마에 대한 이해도 낮았다. 그리고 경영자 또한 큰 기대를 하지 않아 경영측면에서의 지원도 부족했다. 결국 현실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제도가 도입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만 생각했지, 사람들의 생각이나 기업의 풍토,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 요건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각종 제도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비록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그 기업의 풍토나 조직 분위기와 맞지 않을 경우에는 실제로 도입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오히려 도입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나 그 기업에 맞는 제도가 좋은 제도임을 언제나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어떤 제도를 설계할 때, 인사담당자는 “사람”, 그리고 “현실”과 소통해야 한다. 운영할 여력도 없고, 현실과도 맞지 않고, 조직의 문화와도 맞지 않는 어설픈 벤치마크는 실패와 반발만이 있을 뿐이다.


“사람”과 “현실”이 없는 제도는 이미 실패한 제도인 것이다.



04 똑같이 말해도, 다르게 듣는다.


예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8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실험 목적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실험 방법은 이렇다. 8명의 피실험자에게 먼저 매우 정교하게 성격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간단한 조사를 한 후 , 시간을 두고 한 명씩 불러서 “당신의 성격은 이렇게 파악되었습니다”라고 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개개인의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단, 여기에는 트릭이 있는데, 그 8명에 대한 검사 결과는 모두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모두에게 같은 내용을 보여주었는데도, 8명의 피실험자 모두 분석 데이터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답변한 것이었다.


이 실험에서 사람들은, 같은 정보를 받았음에도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일부만을 받아들여 자신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다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인식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정보를 듣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런 특성은, 서로 간의 소통 과정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각 부문을 책임지는 본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의 안전, 제조, 설비 등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은 그 회의에서 안전보건공단 주최로 개최되는 “국제 안전보건 전시회”에 약 20여 명의 직원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를 듣고 대표이사는 20여 명이나 되는 직원들을 근무 면제까지 시키면서 전시회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가벼운 기분으로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그 본부장을 질책했다. 회의를 마친 후, 그 본부장은 전시회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팀장을 불러서 이렇게 지시했다. 참가자가 20명이나 되는 것은 너무 많으니, 참석인원을 10명 이하로 줄이라고 말이다.


대표이사는 그 회의에서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20명이나 되는 직원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 둘째,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이다.


여기서 정말 대표이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정말 중요한 것은 20명이 참석하든 10명이 참석하든, 참석인원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뒤의 말이었다. 근무를 면제시키면서까지 박람회에 참석하는 만큼, 많은 것을 보고 그중 우리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본부장은 참석인원을 줄이라는 것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대표이사와 본부장은 분명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말을 들었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렇듯, 단순히 말을 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우리들 각자는 제각각 자신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사례에서 단순히 잘못 해석해 버린 본부장만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을 전달하는 쪽에서,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여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았던 잘못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는 것으로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단순히 자기만족에 불과한 일방적인 행위일 뿐, 결코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회사의 사원들이 흡연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경영진은 흡연실 공간이라는 “건물”을 생각해 버린다. 그러면서 예산이 없기 때문에, 혹은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며, 회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사원들이 정말 원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단지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건물 한 켠의 빈 공간에 재떨이 하나만 준비해 주는 것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상대가 그런 말을 한 진정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내 말이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서로 소통할 준비가 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말을 한다고 소통이 아니다.

상대의 언어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비로소 소통이다.



05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소통의 수단, "보고서"


소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즉, 소통한다는 것은 어느 일방이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음으로써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사원, 경영자, 그 밖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생각을 듣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소통이라 말할 수 없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납득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럼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소통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보고서라고 하면, “보고”라는 단어 자체의 이미지로 인해 딱딱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실 보고서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여 상대로부터 이해를 얻기 위해 작성하는 모든 자료를 말하는 것으로, 그 대상이 경영자라면 보고서지만, 사원이라면 설명자료가 된다. 인사담당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때로는 설득하기 위해, 그 대상이 사원이든 경영자든 많은 형태의 보고서를 작성하곤 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고서를 만들다 보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결국 작성한다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보고서라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소통의 도구임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높은 지식을 장황하게 나열했지만 정작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명확하지 않은 보고서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료인지 애매한 보고서가 되기도 한다. 보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거나 반대로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는 보고서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열심히 작성하긴 했지만, 이대로 과연 실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본이 안된 보고서가 되기도 한다. 모두 보고서의 진정한 목적인 “소통”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나 방식만을 고집하거나,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거나, 자기 일이 아니라는 식의 수동적인 자세를 갖고 작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이다.


그럼,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고 서로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이다. 자기만족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항상 다음 네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작성해야 한다.


첫째,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써 전달할 때를 생각해 보자. 단순히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어떤 말로 시작할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또는 재미있게 전달을 해서 상대의 이해나 공감을 얻을지를 생각해 보고 나서야 말을 시작할 것이다. 보고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지 먼저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나서, 처음 어떻게 시작해서 상대방을 집중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상대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 내고 설득해 갈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해 나갈 것인지 그 과정을 설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 보고서의 뼈대를 설계하는 개요는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먼저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자신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개선방안을 보고하는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때문에 문제로 인식하게 된 현상을 먼저 파악하여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얻어 내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문제에 대한 공감을 얻고 나서는, 개선 방향과 그렇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언급하고, 각각의 세부적인 시책을 기술해 나가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렇게 작성하면, 문제 인식과 그 문제에 대한 개선방향 및 효과를 서로가 공유하게 되고, 그 효과를 얻기 위한 세부 시책에 대해 공감이 이루어져 상대의 이해를 쉽게 얻어 낼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자신의 생각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개요이다. 개요를 먼저 작성하지 않으면, 본인조차도 전체적인 모습을 알지 못해 논리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말은 결국, 상대에게 말하는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병원의 의사가 일반인에게 전문용어를 사용한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상대에 따라 그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일반 사원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관심사는 비용과 그 실행으로 얻어 낼 수 있는 효과이다. 그래서 명확한 데이터와 근거가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사원의 관심사는 내가 처하게 될 상황과 내가 얻을 수 있는 효과이다. 새로운 제도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문제점에 대한 정밀한 분석보다는, 어떤 제도나 방침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효과나 감수해야 할 피해의 정도가 주요 관심사이다. 그래서, 보고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달리 표현해야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상사나 경영진에게 보고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 보고를 받는 상대의 성향이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결과만 보고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세세한 내용까지 보고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섬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범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그 점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자기 방식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면 좋은 보고서가 될 수 없다.


보고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그 수준이나 내용을 결정하고, 그 보고 대상의 성향은 어떤지 고려하여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대에게서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셋째, 내가 이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보고서라는 것은, 단순히 보고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행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과하곤 한다.


예전 부하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하다 보면, 경영진의 승인이 났을 때 과연 이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 싶은 보고서가 종종 있었다. 그런 보고서가 된 것은 어쩌면, “어차피 내가 할 것도 아니니까” 또는 “시킨 일만 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마음으로 작성을 했든, 이런 보고서를 보고받는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라는 것은, “이런 일을 내가 하겠다” 또는 “나는 이렇게 판단한다”는 것을 보고하고 승인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승인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그대로 실행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한 번쯤은 과연 나에게 이것을 실행하라고 하면 실행이 가능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넷째, 무엇으로 작성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설득해 갈 것인지,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과연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실효성이 있는 보고서인지를 결정했다면, 마지막으로 무엇으로 작성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보고서마다 특징이 있다. 결과에 대한 단순보고부터, 문제점에 대한 개선 보고, 제도에 대한 설명자료,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자료까지 다양하다. 보고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어떤 프로그램으로 작성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에게 발표를 해야 할 자료라고 한다면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고, 경영 수치 등 숫자 데이터가 많이 포함되는 자료라고 한다면 엑셀을, 단순히 정황에 대한 나열이라면 워드 프로그램이 적절할 것이다. 어떤 형식의 문서인지, 어느 정도의 분량인지, 어디에 필요한 자료인지 등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고서는 사원, 경영자, 그 밖의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서로가 대면한 상태에서도 오해가 생기는데 문서만으로 오해 없이 소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보고서를 만드는 데 있어,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상대의 이해를 얻기 위해, 항상 상대의 입장과 상황에 서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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