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야기
01 특별하기에 어려운 사람
기업은 많은 사람과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그 어떤 기능이라도 빠진다면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데 차질을 빚게 된다.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고, 필요한 조직인 것이다.
하지만 더욱 특별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인사담당자이다.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만큼 이상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단순히 고용된 한 사람의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경영자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평가할지를 결정하고, 승진자를 결정하며, 임금을 결정한다. 또, 각종 정책들을 입안하고, 집행하고, 심지어 판단까지 한다. 이렇게 조직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모든 처우를 결정하는 만큼, 사람들은 인사담당자를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사실, 자신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리 수 있는 사람만큼 어려운 사람은 없으니까.
면접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람들은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고, 서류전형을 통과하게 되면, 보통 면접을 보게 된다. 그때 사람들은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노력해도 막상 면접관 앞에 서면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된다. 왜 그렇게 긴장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나의 채용여부, 다시 말하면 나의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인사담당자가 바로 그와 같다.
인사담당자는 마치 면접관처럼 사람들의 처우를 결정한다. 때문에 아무리 편하게 대해 주어도, 아무리 그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더라도,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렇게 인사담당자라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어려운 사람인데, 인사담당자 중에는 자신의 역할을 권력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휘두르고 싶어 하는 권위적인 사람을 종종 보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남보다 위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때로는 마치 자신이 특별히 힘을 써서 선심 쓰듯 뭔가 해주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는 그런 사람을 말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라면 그런 태도나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은,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경영자가 자신의 권한 중 일부를 위임한 것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당장 내일이라도 다른 직무로 발령 나면, 지금까지 자신의 권력이고 권한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은 그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앞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미 그 존재만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인사담당자는 경영자와 사원을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사담당자가 권위적이라면 사원들은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 사원과의 소통은 그만큼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인사담당자의 생각은 사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자기 혼자만의 생각에 불과하게 되고, 결국 아집이 되고 만다. 그런 인사담당자가 하는 말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인사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경영자가 과연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인사담당자를 다른 사원과 구별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경영자에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로 인해, 스스로가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인사담당자는 사원들과 가까워질 수 없다. 인사담당자는 이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정한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다면,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원들이 어려워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은 휘두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함께 아우르기 위해 있는 것이며, 그래서 권위적이기보다는 보듬을 줄 알아야 함을 느껴야 한다.
존재만으로 어려운 사람,
그러기에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려 노력해야 하는 사람,
그것이 인사담당의 역할을 수행하는 당신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02 당신의 말 한마디에 상처 입는 사람들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깊이 생각한 후에 말을 꺼내야 한다.
기업에서 사람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결정하기에, 그 존재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담당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인사담당자인 당신은 스스로를 별다른 권한도 영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상 어려운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담당자가 무심코 내뱉은 말은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인사담당자의 그 한마디 말은 단순한 한 개인의 말이 아니다. 인사담당자가 말했다는 것 그 자체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회사의 결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사담당자인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사원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체감 수준 자체가 다르다. 당연히, 사원의 입장에서는 그 무심코 한 말에 의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인사담당자의 “안돼!”, “이건 할 수 없어!”라는 말은 곧,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신의 말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말이든 깊이 생각한 후에 말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사담당자가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당신의 말 한마디로 인사팀의 이미지를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사담당자를 대하는 것을 대단히 어려워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 내에서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소문이 인사담당자의 귀에까지 들려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는 한다. 그것이 인사담당자인 당신에 대한 평가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고, 인사팀에 대해 사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할 수 있다.
예전에 우연히 우리 기업의 인사팀에 대해 사원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평가 내용은 한마디로 직설적이면서도 냉소적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해서 왜 그런 평가를 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궁금한 일이 있어 인사팀 직원에게 물어보면, 딱 잘라서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대단히 냉정하게 답변을 한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사원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규정이나 규칙을 내세워서 말하는 것 때문인 듯했다. 아무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규정이나 규칙을 넘어서서 해 줄 수는 없다.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고, 호의는 호의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대의 상태나 감정에 대한 고려 없이, 기준을 내세워가며 명확히 설명하는 모습이 그렇게 직설적이고도 냉소적인 것으로 비친 듯했다.
인사담당자인 나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쌓이고 쌓여, 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되고, 나아가서는 인사팀 전체의 평가가 되어 결국 우리 기업의 인사팀은 어떠하다는 식으로 이미지를 결정해 버린 것이다.
인사담당자인 당신은 한마디의 말을 하는 데 있어서도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무심코 한 말 한마디는, 당신의 큰 영향력으로 인해 상대가 상처를 입을 수 있고, 그것이 모여 인사팀의 이미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신뢰받는 인사가 되느냐 못되냐는 당신이 평소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말로 결정될 수 있다.
03 낮은 자세로 같이 고민하라
인사담당자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소통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러한 소통을 통해 사원과 인사담당자 사이에 믿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를 잃게 되면, 아무도 인사담당자의 말을 믿지도 따르지도 않게 된다. 결국 어떤 정책도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고, 이는 곧 사람 경영에 실패함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사담당자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원들에게 매우 어려운 사람이다. 당연히 서로 간의 신뢰를 형성하기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를 신뢰하게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권위적인 마음을 버리고 사원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다가가,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상대의 말이나 고민을 들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만이 신뢰를 얻게 해 주고, 그제야 비로소 인사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전 어떤 직원이 있었다. 채용면접 때부터 의욕이 넘치던 직원이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직원이었다. 그 직원이 어느 날 고민거리가 있다면서 상담을 요청해 왔다. 고민 내용은 상사와의 불화였다. 평소 꼭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재직하자는 마음으로 입사했었고, 또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사와 같이 업무를 하는데 너무도 힘들어서 상담을 요청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직원은,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고 원칙만을 강조하는 상사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한다. 또, 너무도 다른 성향으로 트러블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지금 업무가 좋아서 부서 이동은 원하지 않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사실, 인사담당자로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 부서이동을 고려해 보는 것 정도? 물론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수는 있으나, 정식으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상담을 요청한 직원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좋은 방법이 없는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의외의 효과가 나타났다. 단지 고민을 들어주었을 뿐인데,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좋은 방향이 있는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말했던 것뿐인데, 그것만으로 그 직원에게는 충분했던 것이다.
사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이렇게 사원들과 소통하는 것만으로 해결되곤 한다. 자신의 고민이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같이 고민해주는 것. 진정성 있게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 공감해 주는 것. 그런 소통의 과정은 서로 간의 믿음으로 이어지고, 결국 신뢰를 형성하게 되는 듯하다. 위의 사례처럼 먼저 면담을 요청한다든지 하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경우에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보통은 쉽지 않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는 이상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결국,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인사담당자의 낮은 자세이다.
인사담당자의 낮은 자세는 사원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마음이라는 담의 높이를 낮출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렇게 높이를 낮추려는 노력이 있어야 서로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를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 다음, 다가온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서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계속되어야 한다. 정해져 있는 기준 속에서 가능한 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는 것이야 말로, 인사담당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신뢰만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낮은 자세로 다가가 같이 고민하는 당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04 사원의 신뢰는 당신의 말에 힘을 더한다
인사담당자가 종종 착각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성공은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라는 믿음이다.
물론 그것을 전부 부정할 수는 없다. 각종 정보를 취합하여 제안한다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높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해 내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일들도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도입하고자 했을 때의 일이다. 근로복지기금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원의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근로복지기금은 하나의 법인이기 때문에 한번 기금이 설립되면 회사가 마음대로 기금을 폐지할 수 없다는 점이고, 둘째, 기금에서 지급되는 금품은 결국 다른 법인에서 지급되는 금품이므로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일단 설립이 되고 나면, 회사에서 임의로 복지를 없애거나 줄일 수 없어 사원들은 안정적인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지급했던 상품권이나 선물 등은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세금을 공제해야 했지만, 근로복지기금에서 지급할 경우에는 이 과세되지 않기 때문에 사원들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이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회사 운영에 사용되어야 할 자금을 근로복지기금에 묶어 두어야 하고, 마음대로 줄이거나 없앨 수 없어서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근로복지기금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단한 결정이었다.
이를 추진하는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단점은 거의 없고, 장점이 대부분인 이 제도는 당연히 사원들도 동의할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도입을 기정 사실화하고 제반 준비를 해 나갔다. 하지만, 결론을 이야기하면 사원들의 반대로 도입에 실패했다. 반대의 이유는 물론 제도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회사에 이득이 없고 사원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일을 회사가 할 리가 없을 것이니, 무언가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인사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더 큰 원인이었다.
인사가 신뢰를 잃었을 때,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인사의 정책들은 사원들의 참여가 필수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자 해도, 사원들이 신뢰하지 못해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도 제대로 도입되거나 정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인사담당자가 사원의 신뢰를 얻게 되면,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의외로 쉽게 해결되기도 한다.
회사의 직무교육체제를 다시 수립하고자 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회사에서는 별도로 직무분석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업이 계속해서 성장해 가는 초창기 기업이기도 했고, 직무관리에 힘을 쏟을 수 있을 만큼 인사담당의 리소스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이기는 하지만, 사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직무교육체제를 구축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교육체제만을 목적으로 간략하게 직무 조사를 하기로 했다.
진행 일정 및 방법 등을 결정하고, 직무에 대한 각 팀의 팀장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직급별 필요역량에 대한 조사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현장 담당자들과 보내야 했다. 요청하는 자료도 많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모든 과정은 인사담당자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업무내용, 난이도, 필요역량, 교육체계 수립, 효과 파악을 위한 도구 마련 등 현장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자 각 팀의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신뢰가 없었다면 아마 그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원들의 신뢰는 때로는 인사담당자가 하려는 일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이전 챕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 든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 경비절감 시책들을 추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인건비마저 줄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까지 오게 되고 말았다. 복리후생을 축소하고 연간 600%였던 상여금을 반납하는데 동의를 받아야 했다.
임금은 회사에 근무하는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여금 반납이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사원들이 크게 반발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반발은 적었다. 사원들은 모두 동의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경영이 다시 나아진다면 꼭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 달라는 조용한 당부를 할 뿐이었다. 사원들과 인사담당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면 이런 일도 가능하다.
인사담당자가 하는 역할은 모두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 높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나름의 지식 습득이나 역량개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 신뢰를 얻는 것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쉽게 생각했던 일들조차도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이 쉽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인사담당자가 하려는 일에 오히려 힘을 실어 주는 기적도 일어난다.
사원의 신뢰는 당신에게 큰 힘을 준다.
05 무거운 입으로 모두의 믿음을 얻어라
인사가 신뢰를 얻어야 하는 사람은 비단 사원들만이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영자와의 신뢰도 중요하다.
그럼 경영자와의 신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물론 기본적으로 탁월한 업무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경영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업무수행은 직장생활에서 관계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사담당자에게는 이러한 업무능력 외에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개인적인 친분이나 안일한 마음으로 누설한다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경영자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있어 무거운 입은 어쩌면 업무능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경영자의 전략적 파트너인 인사담당자가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사항을 누설하고 다니면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정보유출을 우려한 경영자가 과연 그런 인사담당자에게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같이 협의하여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인사담당자에게 경영진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인사담당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인사담당자는 조직에서 필요 없다.
인사담당자로 있으면서 어떤 결정이 실행하기 직전에 뒤바뀌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봐 왔다.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가 취소된 경우라든지, 인사이동 대상자를 결정한 후에, 실행 직전에 대상자가 바뀌게 되거나, 취소가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중요한 인사이동의 경우, 도중에 정보가 발설되어 취소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특별 상여금을 전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는데, 막상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원들이 알았을 때의 실망감은 어떠할까? 인사이동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살고 있던 집을 내놨던 직원이 막상 취소되었다는 결정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또 어떠할까? 이런 실망감을 인사담당자가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한다면, 앞으로도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바를 과연 사원들이 믿을 수 있을까? 굳이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예를 들지 않더라도 믿음이 실추될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인사담당자는 알고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직원에게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사담당자로서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입이 무거운 인사담당자를 신뢰하지 않을 경영진은 없으며, 그런 사원도 없다.
정보를 말해 주지 않는 인사담당자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사원은 있을지 모르나, 실망하는 사원은 없다. 오히려, 사원이 말 못 할 개인적인 고충을 이야기하더라도, 이 인사담당자라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줄 것이다. 경영진이든 사원이든 인사담당자의 무거운 입은 믿음을 주게 되고, 그 믿음은 인사담당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게 된다.
무거운 입은 신뢰와 믿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