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01 내가 흔들리면 기준이 무너진다
인사업무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판단하는 업무이다. 각종 근로시간에 대한 판단부터, 경영판단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매우 방대하다. 이렇게 많은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판단의 모순이다. 아무리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언제나 같은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사람의 기억은 한정되어 있고 생각도 언제나 달라질 수 있어서, 동일한 일에 대해서도 상황이나 그때의 기분, 기억 오류 등으로 인해 다른 판단을 해 버리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한다.
또한, 자신은 동일한 판단을 하고 있더라도, 사원들에게 적용될 때에는 자신의 판단과는 다르게 적용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한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사팀도 하나의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사담당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팀장에서부터 말단 사원까지 다양하고, 당연히 각자가 동일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해 버리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보고 없이 담당자 선에서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동료 인사담당자, 또는 상사가 다른 판단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인사팀 내에서 판단이 공유가 되지 않을 경우 이런 문제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 기준이 흔들리게 되고, 인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렇게 적용하고, 누구는 저렇게 적용한다면,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원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임은 예측 가능하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명확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다른 판단을 하고자 하는 유혹을 겪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인정'이라는 사람의 감정 때문이다. 인사업무는 사람과 관련된 일이고, 수행하는 이도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감정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라도 더 해주고 싶고,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출퇴근 등 근태를 관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업, 특히 제조업에서 근무시간은 임금과 직결된다. 그렇다 보니 이 출퇴근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수기로 관리하기보다는 시스템으로 관리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체크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기업에서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고 있었다.
출근시간 또는 퇴근시간이 누락된 경우, 인사팀에서 임의로 당사자에게 확인하여 반영하는 것은 안 된다. 데이터의 신뢰성도 없으며, 신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해당 인원은 반드시 정식 절차를 거쳐 승인을 얻어 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절차를 따른다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또한 직원 중에서는 상사의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사원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평소 인사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그냥 출퇴근 시간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사담당자는 무심코 별다른 의식 없이 해 주기도 하고,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평소 친분이 발목을 잡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 한 번의 반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요청했던 그 사람은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면 부탁을 할 것이고, 그런 이야기를 전해 받은 누군가로부터 또다시 요청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거절하기 어렵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는 것이냐고 따져 물어올 테니까.
인사담당자가 누군가의 편의를 봐서 도와준 것이 항상 나에게 좋은 쪽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그런 배려를 받은 사람은 언제까지나 고마워할까? 당시에는 분명 고마워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마음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배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어설픈 배려는 다른 사람과의 차별을 야기하게 된다.
누구보다 기준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인사담당자가, 스스로 그 공정성을 무너트리고 기업의 규율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자인 당신이 일관성 있는 판단을 하지 않고, 유연성이라는 이름 하에 달리 적용할 경우, 그것이 가져오는 폐해는 너무도 크다. 스스로 지키지 못한 기준으로 인해 차별이 발생하게 되고, 인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당신에게 오게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것을 모든 사원에게 공정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지키는 힘일지도 모른다.
02 작은 예외가 관례를 만든다
국가의 법률뿐만 아니라, 회사 내의 사내 규칙에 있어서도 모든 문장은 본문과 단서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원칙을 기술하고, 단서조항은 예외를 기술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업무를 할 때 대원칙이 존재하지만 어쩔 수 없는 예외사항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예외사항을 적용할 때에는 전체적인 시야로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계속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곧 관례가 되어 버리고, 관례가 된다는 것은 결국 일종의 규정에 준하는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관례라는 것은 비단 회사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여 결정한 사항이라도, 그 결정이 일관되게 계속해서 적용되어 왔다고 한다면, 회사가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관례로 인정될 수 있다.
회사를 이직했을 때의 일이었다.
아무리 같은 인사업무라 하더라도 회사마다 그 절차나 규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다. 근태관리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원들이 설사 결근을 했다 하더라도 주휴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주휴수당이라는 것은 일주일을 결근하지 않고 만근한 경우 지급하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그 주에 결근을 했다면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회사에서는 사원이 결근한 경우, 별도의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탓할 생각은 없었지만,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서 전임자에게 묻자, 직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결근을 했더라도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반길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결근을 하더라도 주휴수당을 지급하자는 결정을 누구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담당자가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여 지금까지 적용해 온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식 승인절차를 밟고 진행한 것이 아니었고, 회사의 규정에도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단지,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여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적용해 왔던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히 관례라고 인정할 만한 기간인데, 그 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인 10년이 넘게 동일하게 적용해 왔다면, 이미 규정에 준한다고 볼 수 있었다. 결국, 아무리 일개 담당자가 결정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이제 와서 이를 바꿀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내용을 보고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사시스템이라는 것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제도든 일관성이 있을 때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시스템의 하나로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외를 만드는 것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만약, 그 예외사항이 정말 정당한 것이라면, 경영자와 충분히 협의하여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고 난 후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지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여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인사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인사권은 어디까지나 경영자에게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임의로 권한을 넘어서 결정할 권한을 주지는 않았다.
관례라는 것이 확립되어 버리면, 이를 나중에 수정하는 것은 이처럼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그 관례가 형성되기까지 소요된 시간만큼, 어쩌면 그 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관례가 된 그 작은 예외가,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03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인사업무를 해 오는 동안 한 가지 절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제도를 새롭게 재구축하고자 할 때, 인사담당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이 컨설팅을 받는 것이다. 인사제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인사컨설팅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그들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좀 더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제도라는 것은 단순히 만들었다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사원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인사제도를 구축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물을 얻어 낼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믿을 수 있는 제도인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를 통해 구축된 제도라면, 같은 수준의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제도에 대한 사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인사담당자 중에는 좀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그것은, 컨설팅을 받으면 매우 훌륭한 제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컨설팅 회사의 사람들은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해 줌으로써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판단을 하는데 단지 도움을 줄 뿐이다. 그들은 전문지식은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회사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인사담당자이고, 제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도 인사담당자이다.
컨설팅이 만능은 아니다. 그냥 맡기는 것만으로 훌륭한 제도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회사에서 원하는 제도의 모습을 인사담당자가 명확하게 그리면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해 줄 뿐, 인사담당자가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알아서 무언가를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노무관리를 할 때도 그렇다. 사내에서 여러 가지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인사담당자들은 공인노무사라는 전문가를 찾는다. 중대한 징계 사유가 발생했는데 어느 정도의 징계 수준이 타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그 외 여러 가지 노무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노동 관련 법률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바른 절차나 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언에 머무를 뿐이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내린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그들이 지지 않는다.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그들의 말을 듣고 최종 결정을 한 인사담당자 자신이다.
회사 내에서 인사를 담당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인사담당자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지, 전문가가 대신 결정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인사담당자는 자기 자신이 한 그 결정에, 좀 더 자신을 갖기 위해 높은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사제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든, 노무관리상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결단을 내리는 것이든, 모두 인사담당자인 당신이 자신만의 기준을 잡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당신의 결정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04 원칙과 신념을 가져라
앞 장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인사담당자는 좀 더 명확한 판단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인사담당자 본인이다. 즉, 최종 판단은 인사담당자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런 만큼, 인사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사 영역이라는 것은,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다 보니, 설사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훈수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직원 중에 누군가가 퇴사를 하게 되면, 주변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아마도 급여가 적어서 퇴사하는 것 같으니, 급여를 올려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이다. 인사이동을 실시하게 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사정을 좀 더 고려해서 실시해야 하는데,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은 깊은 고민 없이,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얻은 정보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가지고 이것저것 훈수를 두곤 한다.
인사담당자는 인사정책에 있어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려 해도, 이렇게 주변의 많은 훈수들로 인해서 그 기준을 지켜내는 것은 어렵다. 만약, 그 영향력이 너무도 큰 경영자가 이런 훈수를 둔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인사담당자인 당신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훈수를 두는 그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설사 그 훈수를 둔 이가 경영자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 책임은 결국 오로지 인사담당자인 당신의 몫이 될 뿐이다.
이런 주변의 훈수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지킨다는 것은, 확고한 원칙과 신념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시 우리 기업에서는 연차 사용 촉진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연차 사용 촉진제도란, 말 그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연차휴가를 본래의 취지에 맞게 휴가로 사용하도록 촉진하는 제도이다. 이렇게 휴가 사용을 촉진하여 사원들이 자신의 연차를 전부 소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은 기업대로 금전적으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 억제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 기업에서는 놀랍게도 휴가 사용률이 100%였다. 초기에는 각 팀에서도 사원들의 연차휴가가 15일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원들의 근속연수가 증가하게 됨에 따라 연차휴가가 1년에 20일이 넘는 인원이 많아지게 되었고, 점차 부서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큰 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하는 인원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휴가를 사용하는 만큼 누군가가 그 업무를 백업해야 했는데, 휴가 일수가 많아지다 보니 업무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각 팀의 부서장을 중심으로 금전보상을 해주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늘어났다. 그리고, 사원은 사원대로, 휴가일수가 너무 많다 보니 전부 소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도 하고, 휴가를 다녀오면 그동안 못했던 업무를 몰아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지게 되어, 미 사용 연차를 금전으로 보상해 달라는 요구도 늘어났다.
인사담당자였던 나로서는, 연차 사용 촉진제도는 휴가 사용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제도로 봤다. 때문에, 부서의 팀장이나 사원들로부터 이런 의견을 들을 때마다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 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처음 사원들의 반응은 너무도 좋았다. 사원들은 다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연차휴가인데,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받게 되었기 때문에 좋았고, 부서에서는 팀원의 휴가 사용이 줄어 그만큼 업무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그 좋은 반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정착해 왔던 휴가를 사용하는 문화는 순식간에 바뀌게 되었다. 휴가를 쓰기보다는 금전으로 보상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 부서 내에서 휴가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팀장은 어차피 금전으로 보상받을 것이어서 휴가 승인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기보다는 업무를 우선시하게 되었다. 팀장은 휴가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며, 휴가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었고, 휴가를 사용하고 싶어도 점점 팀원이나 팀장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만약, 인사담당자인 내가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연차 사용 촉진제도를 유지했었다면 어땠을까? 사원들이 쉽게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고, 또 사원들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던 기업문화가 유지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만약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탓을 해봐야 소용없다. 그것은 오로지 인사담당자의 잘못이다.
인사담당자가 원칙과 신념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 이처럼 주변의 생각이나 훈수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연차 사용 촉진제도의 폐지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당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문제였다. 그럼에도 인사담당자로서 신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주변의 생각에 흔들리게 되었고, 결국 오랫동안 쌓아왔던 기업문화가 한순간에 바뀌게 된 것이다.
인사업무에 있어서 전문가는 인사담당자인 당신이다.
주변 사원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의견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미래나 전체적인 모습을 깊게 고민한 후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에게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남의 일처럼 더 쉽게 말할 수 있으며, 그 생각들은 극히 한정된 사항에 대해 지엽적인 생각으로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주변의 생각들은 판단하는데 참고는 할지언정, 그것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사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사람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사담당자의 모습을 보고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그때 상황과 여론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사원들의 의견을 들을 줄 아는 훌륭한 인사담당자라고 생각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사원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하여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줄 알고, 어떤 상황에서는 확실한 원칙과 신념을 가지고 오히려 설득할 줄 아는 인사담당자를 더 믿지 않을까?
05 확신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인사담당자로서의 가치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급여지급이나 평가 운영과 같이 담당하는 업무분야에서 정해진 절차대로 수행하거나, 상사나 경영자가 지시하는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하면 되는 것일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이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무엇으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인사담당자로서 가지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아닐까 싶다.
인사담당자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경험이 없는 한 어려운 일이다. 오랫동안 인사업무를 해 오는 동안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갖는 일이 많았다. 과연 이 방향이 옳은 것일까? 괜한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상황에 맞게 원칙과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유연한 판단이며, 또한 옳은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사람에 대한 일을 담당하는 자이기에 그런 의문을 갖지 않는 인사담당자가 오히려 문제일 수 있다. 사람은 인사담당자의 실험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경우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부족한 지식 때문일 수도 있고, 좁은 시야나 부족한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바로 고치면 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확신’이라는 것은 그런 세세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인사담당자로서 가져야 하는 대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원칙이라는 것은 인사담당자로서의 판단기준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희사의 경영방침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대원칙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인사를 담당하는 담당자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경영을 우선시한다는 것이 대원칙이 될 수도 있고, 자율 속에서 규율을 지키도록 한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즉, 어떤 상황에서든 이것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어떤 원칙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하나 일 수도, 여러 가지가 일 수도 있으며, 사안에 맞게 각기 다른 원칙이 적용될 수도 있다.
경영위기를 겪었던 때의 일이다. 경영진이라 하더라도 매번 어떤 확신을 갖지는 못한다. 경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행하는 데 있어서 망설일 수도 있고, 도중에 흔들릴 수도 있다.
당시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고용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고객사의 주문은 급격히 떨어졌고, 회사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수율 개선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결국, 인원마저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구조조정은 현 경영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실제로 추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사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 혼자서는 어렵다. 각 부서의 부서장도 다 같이 참여해야 성공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일이다.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인사담당자지만, 실질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나, 해고 면담을 진행하는 것 등은 해당 부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영자를 설득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경영자가 참여해서 힘을 실어 주어야 하는데, 인사담당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경영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내가 살기 위해 나와 같이 근무하던 내 동료를 회사에서 내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가정이 있을 것이고, 그 가족들은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을 것이다. 퇴직 후, 바로 입사하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가족 모두가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리고 대상자를 선정한 사람이나, 그 대상자에게 나가주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쪽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 그만큼 구조조정의 과정은 모두를 아프게 하는 일인 것이다.
그 당시 인사담당자였던 나는, 서로가 회피하려고만 하는 이런 상황에서 정말 구조조정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마음을 굳게 다지고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고, 또 나 스스로도 이런 조치를 하는 데 있어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각종 경영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한번 분석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신했다. 비록 사원의 일부에 불과할 지라도 살아남기 위해 이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구조조정은 슬픈 일이지만, 확신이 선 이상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결국, 경영자를 설득해서 참여를 유도해 냈고, 각 팀의 부서장에게도 최선의 선택임을 들어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인사담당자는, 사람을 운영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어떤 방향성이나 방침을 결정하며, 그 결정된 사항을 실행하는 또 다른 경영자이다. 그런 만큼 항상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때로는 구조조정처럼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정해진 정책이나 방향,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때에 사원들의 비판을 감수해야 하기도 하며, 예기치 못한 많은 반대에 부딪쳐 실패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든 사원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경영자의 판단과 맞서 싸워야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일은 인사담당자로서 확신을 갖지 않는 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양보하거나 타협하기도 하고, 인사담당자인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대원칙이 그러하다.
앞으로 인사담당자가 될 당신에게 어떤 원칙이 세워질지 알 수 없다.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고, 어떤 원칙은 나쁘고 어떤 원칙은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 인사담당자인 당신에게 그것이 옳은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당신이 그런 확신 속에서 인사담당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당신은 인사담당자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