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딸아이와 산책하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좁은 길. 차속의 시인을 만났다 권혁소 시인이었다 .
오래전에 시인의 북토크에서 그의 시를 낭송했었다 .
시 낭송,그건 정말 어려운 경험이었다
시인과의 만남은 그뒤 무척 오랜만이었다
곧 뒤 따라온 노란 버스의 기다림에 뒷 차의 인내만큼만 나에게 기쁨을 허락했다.
못다 한 말만큼 많은 아쉬움을 안고 걷다가 만난 낙엽들의 운동회
바람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떤 낙엽은 하늘을 난다
무리 지어 사는 낙엽들은 바람 불 때만 손뼉 쳐대고
마지막 남은 한 톨 흙마저 꽃가루로 날려주는 돌 위의 뿌리
달리기의 시작은 '광케이블매설주의'로 얼굴 칠한 한 뼘 양철판
그 끝은 절벽 혹은 또 다른 낙엽의 오래된 마을
시인을 만나면 얼치기 시인이 되고 정치인을 스치면 어설픈 정치가가 된다
마음이 사무쳐야 꽃이 핀다는 시를 어제 배우던 아이는
유달리 신이 난 겨울바람과 눈감술놀이
늙은 겨울 열리는 창백하지만 노란 낙엽들의 운동회
낙엽은... 초라한 겨울을 사는 이들에게 바람이 날리는 우주의 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