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복실이의 젖이 커져가고 있었다
임신 인 것 같다
2살된 풍산개 암놈 , 1살된 연하남 복동이 일을 저질렀다
다음달이면 우리 쌍둥이가 태어날 판인데 ..이 정신 없는 상황에 ..
졸지에 무인도같은 산속에 산모가 둘이 도어버렸다
복실이의 고향은 경북 영주 무섬마을이다
2010년 1월 전통 한옥 마을인 무섬 마을의 주민들이 출연한
" 선비가 사는 마을"이라는 60분 극영화를 찍었다
복실이는 영화속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그때 갓 한 살 이었다
"저놈도 암놈이라 우리 여자들처럼 세상사는 게 고생일 거다"
마을할머니가 마당에 누워있는 복실이를 바라보며 즉흥적으로 내뱉은 그 대사는
우연스럽게도 이 영화의 주제가 되었다
우연이란 건 질긴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발견이라는 말과 같은 말일거다.
배운 선비들이 산다고 알려진 무섬마을 가면 잘 살것같다고 기대하고 시집을 왔건만
오히려 잦은 잔소리와 가난으로 인해 고생깨나 했다고 푸념하는 할머니.
그래서인지 마을 이리저리 쏘다니는게 일인 복실이에게는 살갑게 대한다.
같은 여자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였을 테다 .
여느 마을처럼 처음에는 "무슨 영화를 찍는다고 이런 난리야 ?"하다가도
그냥 자기들 살아가는 모습이나 마을 풍경이나 찍을 줄 안다.
웬걸 , 푸석한 얼굴 내밀고 텔비의 최불암처럼 연기를 해야한다고 하면
그때서야 질겁을 한다.
나이 70 평생 연기라는 연자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자신이 신성일이나 엄앵란 같은 그런 연기를 해야한다니
모두들 긴 한숨 내쉬는 절차는 피해갈수 없다 .
그리고 뭐 캐스팅이나 오디션 같은, 고르고 가려뽑는 절차도 없다
이 이사람 저사람 카메라 들이대며 웃고 떠들고 하다보니
점차 최불암 신성일이 하던 게 있는 거구나 알게되고
나로선 오히려 그들의 연기를 뛰어넘는..그들의 연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활연기를 창출해내게된다
무슨 연기교육이 필요한가 ? 그들 있는 그대로 의 말투며 캐릭터를 기반삼아
주어진 어떤 상황들을 연기하다보면 어느 마을에서나 그 땅과 그 사람의 드라마가 탄생 하게된다
그 시작이 누구냐 첫단추를 누가 채워줄것인가도 나에겐 중요하다
가장 먼저 손들고 나온 이가 복실이였다
내가 자는 한옥 집 방 마루밑에서 기다리다가 방의 불이 꺼지면 마을에 있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복실이
하도 기이해서 일부러 불을 끄고 가는지 문틉으로 보고 있기도했다
금방 눈치채고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자는 것을 확인 하고야 혼자 마을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복실이를 보면서
객지의 외로운 마음달래고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결국 무섬 마을 영화 "선비가사는 마을"에서 복실이는 마을의 떠돌이 개로 출연하였고
시간이 가면서 결국 이야기의중심에 서게 되면서
전통 유교문화속에서 억압당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상징적 인 역활과 지위를 얻게된다
한달동안의 촬영이 마무리될때 우연히 마을을 찾은 40여명의 주부들과 주민들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지금 한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요 외국영화 보는 것처럼
한마듸도 알아들을수 없어요
복실이라는 개는 말을 안해도 알수 있었지만 자막을 해야 되지 않나요 ?"고도하고
" 나는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좀 중간 중간 사투리로 인해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 했다"고도 했다
'
경상북도 사투리는 껴 가 붙는다
"했니껴 ? "
" 잘 지냈시니더"
"서로 얼굴도 못보고 지냈니더 , 좋으이껴 , 안녕하시껴, 밥잡사니껴,
껴 와 이더 가 들어간다
사실 그런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못알듣는데 당연하다 .
댕기 오시데이 적은 ?( 다녀오세요 근데 저녁은 )
어띠 추운동 (어찌나 추운지 )
쌔가빠지다(힘이 너무 들다)
디다(피곤하다)널짜(떨어뜨려라)
이게 일반적인 표준어를 무기로하는 방송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잘 보고 들을수 없는
생활속 언어다
"그래서 저는 이런 영화를 만듭니다 "고 했다
"우리가 만날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넓어진 이빨 사이로 발음이 새서
어눌하고요 . 진한 사투리를 하고 몇번씩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좀 피곤한 이런 사람들입니다
텔비에 주로 나오는 사투리는 전라도 욕, 경상도 성깔 부리는 사투리밖에 없습니다
알아들을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우리가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영화를 만듭니다 . 자막을 하면요 그때는 진짜 외국인이 됩니다 "
결국 그날의 영화상영후 토론으로 친해진 서울의 아줌마들은 다음날 함께 영화를 찍었다
복실이가 나만 따라다니다보니 복실이주인이 좀 섭섭해졌다
"복실아 우리따라 양평 가서 살래 ? "
그렇게 해서 복실이는 나와 가족이 되었다
몇달뒤 복실이가 외로워 할까봐 숫놈 복동이를 데리고 왔다
오래전 ebs시네마천국을 진행 했던 정재형 동국대교수는
영화 "선비가사는 마을"을 보고 아래와같은 글을 남겼다 .
이 삶은 오래 지속될 것인가.
영화 <선비가 사는 마을>은 선비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서울,
대도시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선비들이 사는 마을 경북 영주시 무섬 마을은 유령마을이다.
그곳에 없는 것들. 젊은이가 한명도 없다.
그곳에 개 복실이가 있다. 인심 좋은 개 복실이. 한바탕 웃음이다. 개에게 인심을 말하다니. 복실이는 묶어놓을 필요가 없다.
사람을 물지 않으니까.
그녀 복실이는 인심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다보니 덩달아 인심 좋아져서 사람을 경계하지도 물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심심하게 살다가 평온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그런 사람과 같은 개다.
그 인심 좋은 복실이 같은 개는 서울에 더 이상 없다.
이 영화는 젊은이 없는 마을, 대신 인심 좋은 개와 인심 좋은 어르신들이 사는 마을을 통해 현재 도시가 잃어버리고 사는 가치에 대해 토론한다.
과연 이 삶은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그건 사람 가치, 삶 목표에 관한 성찰이다.
앞으로만 달려가는 삶. 계획만 있고 앞만 있고 뒤는 없고 돌아봄이 없는 세상은 숨 막힌다. 신지승 감독이 선택한 마을 무섬마을 이야기는 유령과 유령 같은 서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관광단지로 조성된 마을은 형식적으로 전시적으로 존재한다.
달집태우기 민속전통 유희 때문에 타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의식을 집전하는 마을.
이 마을에 서울 처녀 두 명이 찿아온다.
그들은 이제는 청년이 살지 않고 마을만 존재하는 죽은 도시 무섬마을에 들어선다. 무섬마을, 그 말처럼 무섬, 무서움을 주는 으스스한 동네다.
어르신들은 유령처럼 느리게 움직이고 그들은 기력이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도깨비는 바로 서울서온 두 처녀다.
타국에서 온 듯 낯선 모습으로 나타난 두 여성은 더 이상 이 마을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가 변해있다.
도농간 격차는 으스스함으로 다가온다.(정재형 동국대 영화과 )
"선비가 사는 마을" 촬영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