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8년 비닐하우스의 고추처럼 극영화
토종로컬영화는 마을 주민들의 즉흥적인 연기와 감정 표현을 중심에 두며, 산업 대중영화나 예술 중심의 독립영화 제작 방식과도 다른 결을 지닌다. 이 영화들은 제작초기에는 (단계와 과정에 따라) 대본 없이 주민 스스로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말투와 몸짓으로 풀어내며, 삶 자체를 연기하고 기억을 표현한다. 이때 카메라 앞에 선 주민은 배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삶의 기록자이며, 그들의 말과 침묵, 눈빛과 웃음은 모두 감정의 리듬이 된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재즈와도 밀접하게 닮아 있다. 재즈는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연주자들 간의 호흡과 감정의 교류로 만들어지는 음악으로, 곧장 그 순간의 삶을 음악으로 치환하는 예술이다. 즉흥성은 이 두 예술 모두에 있어 중심적인 원리이며, 무계획의 혼란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태어나는 살아 있는 창작이다. 또한 이들은 공동 창작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토종로컬영화는 감독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주민 전체가 함께 참여해 마을의 이야기와 기억을 꺼내고 또 상상하는 집단 창작의 결과이며, 이는 연주자 각각이 중심이 되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재즈 밴드의 방식과 겹친다. 더불어 이 둘은 비주류성과 주변성에서 생겨난 예술이라는 점에서 공명한다. 도시의 자본 시스템 밖에서 태어난 토종로컬영화는 오히려 중심을 벗어난 곳에서 더 생생한 이야기, 더 진실한 감정을 전한다. 재즈가 억압받던 흑인 공동체의 일상에서 나왔듯, 토종로컬영화도 잊히고 무시된 동네와 사람들의 삶 속에서 피어난다. 결국 이 영화들이 담아내는 것은 완성된 플롯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이고, 대사보다는 표정과 호흡이며, 거대한 메시지보다는 눈앞의 작고 진실한 순간들이다. 그것은 언어 이전의 예술이며, 말 없이도 가슴에 스며드는 감정의 선율이다. 토종로컬 마을영화는 말하자면 카메라로 연주하는 재즈이고, 마을이라는 공동체가 함께 쌓아올린 감정의 합주다. 그 영화는 끝나도 그 리듬은 오래도록 관객의 마음속에서 반복된다.
충남 공주시 입동리 주민들은 공동체의 흥과 결합한 놀라운 합주를 이루어 내었던 그 기억은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영감의 샘이었다
(사진) 충남 공주 입동리
https://youtu.be/lydzZajIRQI?si=_MGJImn18HMCja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