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골목에서 되살아나는 구술 서사의 영화적 귀환

by 신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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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도시의 구술 서사를 품은 장소다

근대 도시계획은 도시를 철저히 기능적으로 나누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골목’은 소외된 영역이자, 잊힌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골목은 단지 비좁은 통로가 아니다. 삶의 층위들이 고여 있는 시간의 장소이며, 말들이 쌓이는 공간이다.

마을영화는 도시의 잊힌 입말을 복원한다

문자는 기억을 저장하지만, 구술은 기억을 살려낸다. 마을영화는 이 ‘살아있는 기억’에 집중한다. 그것은 대본이 없이도 말이 나오는 방식, 배우가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성립되는 형식이다.

마을영화는 흔히 ‘비전문적인 콘텐츠’로 폄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비전문성은 사실 과잉 생산된 이야기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날것의 생명력이다. 골목의 풍경, 그곳의 언어, 그 말투의 억양과 침묵의 간격. 이러한 요소들은 대중 상업영화나 독립영화가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지역적 정동의 실체다.

특히 도시 골목에서 진행되는 마을영화는, 단순한 공간 기록을 넘어 낮은 자들의 말과 몸짓, 시선이 얽히는 ‘입말의 복원’을 시도한다. 구술 서사는 책장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재현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동작 안에 살아 있다.

구술의 귀환은 공동체의 귀환이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지만 , 누구나 언제든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말 잘하는 이들이 종횡무진하고 독점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오히려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 늘고 있다. 결국 그 주도세력은 그 성격과 방향에 있어 동일하다. 목소리를 갖지 못한 자들, 혹은 말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듣지 않기에’ 말을 접은 자들. 이들에게 카메라는 단지 기록 장치가 아니라 다시 입을 여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마을영화는 단순히 동네를 예쁘게 그려내는 푸근한 콘텐츠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결을 이해하고, 오래된 이야기를 복원하며, 말을 잃은 이들의 말투를 다시 살려내는 복합적인 문화적 복원이다.

이 구술의 귀환은 공동체를 재구성할 수 있다. 나와 너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동네의 삶을 생각하게 만들며,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한다. 마을영화는 기억의 방식이자, 관계의 형식이다.

골목에서 시작된 영화가 '노인과 바다'만 남은 마을을 활기돌게 할 것이다.

도시의 골목은 더 이상 효율의 대상이 아니지만, 서사의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마을영화는 그것을 되살리는 매체다. 낡은 골목에서 피어오르는 이야기, 그 이야기들이 말해지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이것은 구술의 귀환이자, 도시 공동체를 서서히 되살아나게 하는 호흡으로 불러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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