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로벌 OTT : 로컬 창작자의 소외와 문화

by 신지승


환상의 이면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기만적인 신화에 불과하다. 오징어 게임, D.P., 지옥과 같은 한국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글로벌 성공 뒤에는 창작의 자율성이 철저히 훼손되고, 로컬 창작자들이 체계적으로 소외되는 잔혹한 현실이 숨겨져 있다.

창작공간의 급격한 축소: 거대 자본의 장악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 이후, 미디어 창작 환경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었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은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무기로 기존의 로컬 창작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창작의 자유'를 부여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거대 자본에 종속된 창작의 틀을 강요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 성공 이후, 한국의 제작 환경은 철저히 '넷플릭스 문법'에 맞춰진 콘텐츠 생산 시스템으로 재편되었다. 과도한 폭력성, 선정성, 자극적인 스펙터클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암묵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섬세하고 지역적 특색을 담은 작품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의 창작자들은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되었다. 글로벌 OTT가 요구하는 자극적이고 상품화된 콘텐츠를 만들거나, 아니면 산업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는 창작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철저히 훼손되는 순간이다.

'오징어 게임': OTT 자본의 첨병과 문화적 착취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OTT가 로컬 문화를 어떻게 착취하고 변질시키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이 작품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를 과도한 폭력성과 잔혹한 스펙터클로 포장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비를 극대화하는 상품으로 변질시켰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유사한 잔혹극을 재생산하려는 시도가 급증했다. 폭력과 선정성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한국 사회의 고유한 맥락과 복잡성은 외국인 시청자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단순한 기호로 축소되었다. 이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화적 왜곡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콘텐츠가 '한국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전 세계에 유통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며, 결과적으로 로컬 창작자들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자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더욱 축소시킨다.

로컬 창작자의 소외와 대중의 무관심

한국 OTT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역설적으로 로컬 창작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선택한 소수의 '스타 크리에이터'들만이 주목받는 반면, 다수의 창작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에게 글로벌 OTT의 성공 신화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창작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이다. 시청자들은 편리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화려한 볼거리에 매료되어, 그 뒤에 숨겨진 로컬 창작 생태계의 붕괴와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소비의 편리함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순간, 우리의 문화적 주권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로컬 창작자들은 이중의 소외를 경험한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OTT의 자본 논리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무관심한 자국 대중에 의해 버려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컬 창작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문화적 식민화와 저항의 필요성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은 경제적 침투를 넘어 일종의 문화적 식민화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로컬 창작자들을 '발굴'한다는 명목 하에 사실상 자사의 글로벌 전략에 부합하는 인재들만을 선별적으로 흡수하고, 이들의 창작물을 글로벌 시장에 맞게 재가공한다. 이 과정에서 로컬 문화의 고유성과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희생된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러한 문화적 식민화가 '기회'와 '글로벌 성공'이라는 달콤한 수사로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이 아닌, 글로벌 OTT의 마케팅 전략과 알고리즘의 승리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한국 문화의 승리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에 의한 한국 문화의 상품화와 착취의 결과물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저항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로컬 창작자들은 글로벌 OTT의 유혹에 맞서 자신의 창작 정신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내야 한다. 대중들은 편리한 소비를 넘어, 자신의 문화적 선택이 가진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성찰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문화적 다양성과 로컬 창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항과 대안의 모색

글로벌 OTT의 확장과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은 표면적으로는 한국 문화의 승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로컬 창작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문화적 자율성의 훼손과 창작 다양성의 축소라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제 '성공'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글로벌 OTT의 논리에 저항하는 대안적 창작과 유통의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 로컬 창작자들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호하고, 문화적 획일화에 맞서 싸우는 것은 단순한 문화적 저항을 넘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자본의 논리로부터 지켜내는 정치적 행위가 될 것이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작품들이 글로벌 OTT 자본의 첨병으로서 잔혹미와 스펙터클의 논리를 확산시키는 동안, 진정한 로컬 창작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의 문화는 결코 글로벌 자본의 상품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글로벌 성공의 추구가 아니라, 문화적 자율성과 다양성을 향한 대안의 모색과 실천이다.


최근 소버린 AI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 궁극적 종착지가 단순히 디지털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강대국·글로벌 자본으로부터의 자율성 확보와 “자국 문화주권과 자문화 생존 ”, 그리고 “자국 공동체적 문제 해결”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한 지역에 갇힌 획일적 스토리텔링을 벗어나, 마을마다 다른 색·목소리·문화를 담아 가야 하는 것이며

글로벌 다양성의 원천으로서 로컬 가치의 생존과 직결되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나는 쌀을 사서 먹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도 아니듯이 잘 만든 외국의 영화나 글로벌 자본의 입맛에 의해 생산되는 OTT영화만 바라보는

것만이 문화적인 게 아닌 것과 같다.

로컬리티는 미래 예술의 핵심이다.하지만 한국의 로컬리티는 미완성이다 .고유한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로컬리티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소멸중이다 . 그 회복 또한 아래로 부터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다.왜냐하면 위는 쉽게 자본에 포섭되어 버린다 .

글로벌자본을 벗어나는 자기디지털주권과 자국로컬 을 실현하려는 기술과 문화의 동행이 필요하다 .

490093887_9997945410238343_8811346083360093884_n.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풍경이 다른 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