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의 대화

대구 두류공원 대구시민들과 만든 영화

by 신지승


내가 아끼는 영화중 하나가 대구시민들과 만든 "행복하시네요"라는 영화이다 .

롤러코스트 김성덕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내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대구에서 영화를 만들던 그 한달을 생각하면 참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때 이도원작가가

함께 했다.

제12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으로 이도원의 단편소설 '세 사람의 침대'가 선정됐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도원은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단편 '가난한 사람들', '백설장에 걸린 거울' 등을 발표했다.

2010년 대구에 살던 소설가 이도원작가가 강원도 인제로 찾아왔다.

누군가가 대화를 기록해놓았던 메모를 찾았다 .

당시 살아가는 기적'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마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영상은 없지만 이런 기록이 남았다는 것이 감동스럽다 .(이도원작가가 인제를 다녀간 뒤로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인제의 냇강마을로 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15년이나 지났지만 나의 생각은 진화가 없다.결국 발이 묶여 있었으니 뇌의 진화가 더딘 것이 아닐지.

이도원 작가와 이야기를 다시 나누고 싶다. 그리고 대구시민들과 만든 '행복하시네요'가 다시 재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


강원도 인제로 찾아온 이도원작가와의대화

신지승 : 선비가 화지에 먹을 뿌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점과 선을 가지고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그 과정은 나의 마을영화와 비슷하다. 만들어진 점들을 이탈된 점으로 여기지 않고, 계획된 창작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도원: 미국의 잭슨 폴록이라는 작가도 물감을 흩뿌려 자유롭게 캔버스를 채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헌데 그 사람이 그 선비와 같은 방식을 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작곡가 쇼팽은 귀족들의 사교모임에서 귀족이 음을 부르면 그 음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었다. 바로 엘리트의 즉흥성을 작곡가의 즉흥적인 신명으로 살려낸 것이다.

어떠한 면에서 하나하나의 구술을 꾀어 목걸이를 만드는 것과 같은.

신지승: 예술이 엘리트의 맵이 아닌 민초들의 즉흥성과 예술가의 맵이 만났을 때 역사가 된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람들이 마을영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오래전 그려진 동굴벽화들은 그들의 생활을 기록함과 동시에 추념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헌데 점차 화가들은 귀족과 왕만을 그리게 되었다.

자연주의 학파인 화가 밀레는 도시에 전염병이 퍼지자 파리의 인근지역에 있는 농촌으로 갔다. 이때 농촌의 사람들을 그렸다. 마을영화는 자신들의 생활을 그렸던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생활에 관한 영화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들은 일상 속의 숨은 드라마를 잘 끄집어 내지 못한다. 다큐의 경우 보이는 것을 따라갈 뿐이다 . 나래이션이 그 틈을 보충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숨은 감성과 사유를 담아 해는 방식이 아니다 .

이도원: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잔잔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낸 경우가 많다. 신변잡기적이다. 서양의 영화들은 굵직굵직한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다.

신지승 : 마을영화는 존재의 실재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데에 강박증은 있지만 내가 영화 속에 담아질 수 없는 평범한 실존들과 부딪치는 데 의미있는 작업이다.

이도원 :상업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감독님의 영화에 선입견이 많을 것 같다.

: 그들은 현실과 자신의 인생의 갭을 찾고 즐긴다. 내 주변의 사소한 것이 그려지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

신지승 : 좌파는 민중의 철없는 위대성을 추구한다. 민중은 위대해! 라는 말을 쓴다.

추상적 슬로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 그들이 가진 예술성은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재현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일성을 닮은 연기와 자신감에서의 생활연기를 통해 가짜 연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 . 마을영화는 내 힘이면서 이 사람들의 힘이다. 마을영화는 좌파의 이데올로기와는 다르다.

이도원 : 저소득층을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상록수라는 책에서 젊은이들이 계몽운동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엘리트들의 대상화가 되고 말았다.

신지승 : 그들의 장점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가난하다고 이들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 가난의 비밀에 대한 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가난을 재산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가난은 겸손하고 절제하며 건강하게 살게하는 힘이기도 하다 .

아프리카의 아이들과 미국의 아이들과 프랑스의 아이들이 다 다르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순박한 반면에 시끄럽고, 사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 잘 통제되지가 않는다.

프랑스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조용히 하는 절제력이 있다.

이도원:인간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지승: 할머니들은 인간적이다. 더 이상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스스로가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도시의 젊은 여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꾸미지 않은 것이 더 좋다. 분장을 하는 영화보다는 소박함을 담고 있는 라이브한 야동을 요즘 사람들은 더 즐긴다. 노 메이크업과 노 라이팅!!

사람들은 화려한 것을 취하지만 꾸미지 않는 것에 더 끌리는 경우도 있다.

가짜 연기를 보다가 진짜 연기를 보게 된 사람들은 몇 번을 봐도 좋아한다.

실패자들이 실패한 이유는 정이 많고,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위대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질고 집요하다. 학문을 배우면 불행하다. 서울대를 나와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 지식인들은 고달프게 산다.

바보들이 낙관적이다. 이 세상에 초조한 바보는 없다. 탈지식과 탈자본이 좋다. 가난해야 한다. 가난해도 자신 있게 살 수 있다. 자본주의의 대재벌도 가난하다. 자본주의에 부자는 없다. 가난이 보편적이다. 가난을 부끄러워 하지 않아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가난은 모두의 운명이다 .

이도원: 삶의 철학을 추구하는 이번 자활센터 프로그램들과 학문적이지 않은 대상자들의 사이에서 수위조절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신지승: 인류 예술사의 완성은 뛰어난 예술가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가장 낮은자들을 앞으로 끌어내어 동반하여 나아가는 것 아닐까 ?. 나 역시 그 사람들 때문에 내가 해방됨을 느낀다. 예술을 깨닫게 되었다.

백남준의 등장이 지식인에게 주는 영향과 변방의 할머니가 영화를 만들어 가는 영향은 다르다. 오히려 엘리뜨들에게 영향을 줘야 한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이도원: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보셨을 때 후회를 하게 된 맥락들이 있으시지 않으셨나요?

-감독님: 지금에 와서는 후회를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창작과 예술의 올바른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인류의 예술가들은 개인 예술에 치중했다.

나는 민초들과 만나며 상업영화에는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지승: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족, 미래, 상처를 위해 하나하나 돌을 쌓는다. 바로 그것이 돌탑이 되었다. 우리의 이상과 소원을 담아 돌을 쌓은 것이다. 스위스의 어느 곳에서도 돌탑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돌탑은 한국에 제일 많다.

경에서 요르단을 지날 때도 돌탑을 쌓았다. 돌탑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돌에 인간의 영혼을 얹어 돌탑을 만드는 것이다. 노예 채용 기록밖에 없는 큰 피라미드보다 더 이야기가 많은 것이 바로 돌탑이다. 과연 어떤 것이 예술인가.

아름다움보다 상처, 염원, 기도가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예술은 살아가는 것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마을영화가 그들에게 필요한 명예와 돈을 줄 수가 있어야 한다 아직은 내가 아니면 그들을 찍을 이유가 없다.

후회는 했지만 이제는 내가 후회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이것이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원리를 이해하면 물질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망한 이유가 이를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차를 본다. 10년 뒤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허무하다. 돈이 없다.’ 하면서 왈가불가 해봤자 나만 피해 본다. 스트레스 없이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도원: 과연 삶에서 흔들림이 없었을까.

신지승: 나이 60이 되면 누구든 깨달음이 있다. 인생이 허무한 것을 안다.

인간을 경제적 지식, 섹시함 정도로 구분 말고 평등하다는, 만만치 낳은 존재로 봐야 한다.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저소득층을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나는 모든 사람이 뛰어나고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진실함이 있는 연기를 선택하겠다.

지식인들은 전례가 없는 행위나 개성을 그대로 보지 않고 가지고 있는 정보체계를 통해서만 본다. 개성은 획일화되거나 복제되지 않는다. 헌데 그들은 이를 유형화시키려고 한다.

한 사람 한사람을 만나 부대껴 보고 경험을 해봐야 한다.

이도원 : 효율적인 생산을 원하는 조직학. 사람을 움직여 일정한 성과를 내려고 하는.

신지승: 상업영화에서는 군대식 씨스템의 그런 면모를 볼 수 있다.

 마을영화는 군대식이 아니다. 개성과 수준에 맞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개성들의 통합된 형태의 시스템들이 필요하다. 개별 개성 통합 시스템의 원리가 필요하다. 마을영화가 가장 이상적인 조직운영방식이다.

이도원: 자활센터에 시공간을 점유하려고 하는 난폭한 사람이 있다. 000라는 50대 여성분이신데 사람들이 모이면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그런 분이다.

신지승 :일본 마을은 계산적이다. 이웃이 놀러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000: 네팔에 시장에서 걸어서 4일 거리인 곳이 있다. 공동체는 있지만 돈이 없다. 자본주의 공동체가 아니다. 사는 것이 행복해야 한다.

-신지승 : 독립영화는 개인감독, 시나리오 중심의 수직적인 구조라면

마을영화는 냇강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수평적인 구조이다.

민초들과 어울리며 콘텐츠를 내는 이 방식은 세계의 영화를 완성해 나갈 것이다

가장 어려운 때에 뒤에서 차를 박아줘서 살았다.

이도원: 매일 주시는 맛나로 산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스라엘이 탈 이집트해서 광야를 떠돌 때 메추라기 때와 맛나라는 떡 비슷한 것을 떨궈 주셨다.아마 앞으로도 잘 버텨 나가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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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시네요?

국가 한국

장르 드라마,다큐멘터리

시간 60분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 특별초청


줄거리

2007년 5월 대구에 사는 가족들과 시민,학생,지체장애우 한명이 두류공원에 모여 한달간 영화를 찍었다. 정해진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고 하루 하루 참여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날 촬영한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제작된 소위 조각보제작방식의 영화였다. 대도시 대구라는 공간에서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던 이들이 모여 시작된 영화작업은 지체장애인의 존재와 그림을 두고 벌어지는 태도와 생각들을 담아간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밖에서 그들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싸우며 또 어떻게 화해하는가를 담은 영화 밖의 이야기를 덧보태는 순간 영화는 개인예술과 공동체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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