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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로퍼 장례식

중편영화 예정

by 신지승

<강원도를 배경으로 촬영을 해 놓고 편집을 마무리 못한 작품>


내 산에 차를 묻으면 모든게 해결돼요 . 도난차량으로 신고를 하면 미납금은 나오지 않아요

갑작스런 그의 제안은 오히려 나를 공포로 몰아 넣었다.

차를 묻으면 모든 게 끝난다?―사장의 말은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내 귀 속에서 오래된 예언처럼 맴돌았다. "도난 차량은 미납금이 유보되는 것이라고요 ?"
1994년식 갤로퍼. 낡고 무겁지만 한때는 험한 산길도 꿋꿋이 달리던 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차는 뒤로 가지 않았다. 후진 기어를 넣고 악셀을 밟아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중립에 두고 마을 사람들과 밀어도 소용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차의 뒤를 틀어막고 있는 듯했다.

그 차와 함께 산 세월이 길었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이라도 들어선다면? 되돌릴 수 없는 길, 후퇴 없는 삶의 은유가 그대로 내 어깨에 얹히는 듯했다.

마을 카센터로 끌고 갔을 때, 사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나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오래된 단골이었다.
“읍내 큰 센터로 가야 수리가 될 겁니다. 솔직히… 폐차가 나을 것 같네요.”
그는 농담처럼 웃었지만, 내 마음은 무너졌다. 밀린 벌금, 고장난 차. 나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내 모습을 힐깃 힐깃 일하면서 보던 사장이 불쑥 말했다.
“내 산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안 올라오는 산이지요. 가끔 군인들이 행군할 때나 스쳐갈 뿐입니다. 차를 묻으면, 신감독은 마음이 편할 거고….”

그의 제안은 단순했고, 호의 같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왜 그는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아무리 봐도 그는 선량한 시골 사장이었는데, 그 친절이 오히려 나를 낯선 어둠 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잘못되면 괜히 사장님도 책임이 있을 텐데요 .저도 그렇지만 사장님은 이익도 없을 텐데 "

"난 타이어는 아직 쓸만하니 그것 몇 개만 건지면 됩니다"

며칠 후, 나는 결국 산으로 향했다. 후진이 불가능한 차,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는 갤로퍼. 그것은 내 운명이었다. 마음은 돌아갈까 말까 수십번 왔다 갔다 했지만 바퀴는 오직 직선으로만 구르며 나를 밀어 산의 입구까지 밀어 넣었다.

임도는 좁고 험했다. 조그만 실수에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 길은 끊임없이 나를 위협했다. 특히 갤로퍼의 긴 범퍼는 오르막길에서는 임도의 양쪽이 보이지 않으니 더 공포스러웠다 .앞핸들을 쥔 손바닥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 이 갤로퍼가 후진을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내 삶이 되돌아갈 수 없음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올라 도착한 곳은 산의 정상 바로 아래 품처럼 움푹 꺼진 분지였다. 거기에는 이미 커다란 구덩이가 있었다. 사장은 혼자 미니포크레인으로 흙을 도려내고 있었다. 차 한 대를 삼킬 만큼의 깊은구멍 .

사장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딱 맞을 겁니다 . 일단 콘테이너에 가서 커피나 한잔 하고 천천히 합시다 .”

나는 시동을 껐다 . 엔진은 마지막 숨을 내쉬듯 낮게 떨렸다.

"여기서 무슨 농사를 지어요 ?"

"그냥 간혹 와서 친구들과 술도 먹고 .산으로는 안팔리니깐 시간 날때 마다 땅도 고르고 해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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