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가 어떤 프레젠테이션 기록촬영을 의뢰받아 촬영을 갔는데, 사업내용에 감독님 사진과 이름이 나오던데요. 같이 일하는 거예요?"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프레젠테이션이었고, 그들이 나에게 그런 연락을 온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후배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현 영화계에서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새로운 개념을 빌려와 자신들의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조직력이 있는 한국의 유명한 감독과 연결된 활동가조직이라는 것을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개인상업체도 아니고 문화예술사업이라는 특성상 PT에 내 사진과 이름을 사용했다고, 전체 내용도 모르고 무조건 항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래전에는 나와 농촌 아이들이 만든 영화제를 가져가서 지원을 받아 모 국제 000 영화제를 만들었기도 했다. 물론 과정 중에 서로 의견충돌로 결합하지 않은 채 헤어졌다.
거대한 한국 영화계의 권력자들도 마을영화에 대해 중요성과 역할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장과 기획 사이의 간극 억울하지만 현장을 지키는 이와 발 빠르게 기획사업을 잘하는 이들이 나누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벤치치마킹만 당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실천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자기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터이고 멘땅에 헤딩만 하다가 현명한 이가 그 열매와 꽃의 축복을 가져갈 수 있는 법이다.
나의 경우 대개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는 자들은 기존 영화권력자들이고, 그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항상 한 번은 나와 접촉을 시도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논리를 차별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내부 준비 작업을 하는 시간과 과정을 가진다
그들은 기존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정치적 활동도 활발해서, 항상 기존 정당뿐 아니라 새로운 당이 만들어지면 그와 관련된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의 경우, 내 돈 들여 첫 번째 영화제를 공동으로 벌여주지만 두 번째에는 나를 초청하지 않는 경험은 네댓 차례 꾸준히 있었다. 토사구팽 당하는 이유는 그들 조직 중심성과 더불어 이념방향과 철학의 차이다.
최근 몇 년 전에도 그러하였다. 또 오래전에도 있었다. 오래전 모 포털의 제안으로 시도하다가 결국 그들은 그들의 콘셉트와 전략을 숨기고 공동 제작을 제안하였지만 곧 결별한다.
사실 내부의 논리를 보면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창작 철학의 근본적 차이 그들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나의 경우 잔치 같은 촬영과정, 즉흥과 우연을 기반한 촬영과정은 그들의 일상과 그들의 영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결합한다. 같은 대상에 대해 가지는 태도가 '잠재된 창작자'와 '아마추어'로 극명하게 나뉜다.
그들은 교육으로 시작하고, 공동 작업이 아니라 그들을 서포트하는 스태프들의 영화로, 이론적으로만 머무른다.
아직은 '공동 제작'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지 않지만 언제 간 그들도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된다면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마을영화는 나와 관련이 있거나 관련이 없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되어버렸다.
마을영화가 나만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고 개념을 고민하고 방법을 연구했다.
모 일간지에서 나를 '마을영화의 조상' '개척자'라고 소개하지만 그것은 실속 없는 상징일 뿐이다. 처음 시작했고 오래 했다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예의일 뿐이다.
지금 부산국제영화제도 마을영화 만들기를 몇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도 그와 같다. 물론 나와 같은 방식의 가치와 현장은 아니다. 서구의 개인 미디어교육에 따르고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개념을 빌려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존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과정이 필히 동반된다. 집단이 가지는 힘과 에너지를 창작적 공동 에너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나로선 안타깝다.
나와 가까운 많은 이들은 "왜 이렇게 실속 없이 공개적으로 노하우를 드러내 고민 없이 남의 지원사업 기획서 논리를 제공만 하는가"라고 하지만, 나에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가 나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누구에게 영감을 줄 것이고 나와 더불어 실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을영화프로젝트 팀에 연락을 했다. 나에게도 마을영화를 만들 기회를 한 번 달라고... 그러나 연락이 없었다.
어느 날 TV를 보는데 마을영화를 찍는 마을에 유명 감독이 나와 컨설팅을 하는데 그 감독은 마을영화를 전혀 모르는 에로영화 전문 유명 감독이었다. 수십 년간 마을영화를 위해 현장을 살아온 감독은 무명이고, 그 창작방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에로 전문 감독이 마을영화를 컨설팅하도록 하는 우리 사회의 명망가 중심의 문화.
현장을 지켜온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문화에 나로선 좌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현장의 목소리보다 네임밸류가, 진정한 경험보다 화려한 이력이 우선되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진미래 창작의 힘은 결국 현장에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즉흥과 우연이 만나는 그 순간에서 나온다는 것을 믿는다 .
이제 마을영화는 단순한 영화 만들기가 아니다. 그것은 소외된 밑변의 개인과 공동체의 목소리를 영화라는 그릇에 담는 글로벌한 흐름이 될 것이고 포스트 OTT의 대안이다. 진정한 지역, 계층, 국가, 민족의 소통의 장을 여는 일이다. 2010년 세계마을영화축제를 어떤 지원도 없이 자비로 진행했었다. 그건 우리 영화계를 향한 제안이었지만 아직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무능한 처지라 내 마음도 시리다.
한국의 국내용 OTT는 내가 볼때에는 멍청하고 야욕도 없다 . 넷프릭스의 현지화 글로벌 전략을 보고 배웠으면서도 초저예산으로 세계각 나라의 원천소스를 가질 수 있고 글로벌 OTT가 놓치고 있는 결정적인 부분을 해결할 전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차피 따라가지도 못할 대박킬러 콘텐츠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만 하고 있다 . 새로운 역할이 있는데 잘나가는 글로벌 OTT따라하기만 하고 심봉사처럼 눈뜨지 못하고 있다 . 마을영화는 새로운 선하고 긍적적인 글로벌미디어 제국전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