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레슨을 하러 체육관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L라는 친구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이의 티에서 벗어나 제법 남자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문득 L 친구의 키가 궁금했습니다.
"L아 너 지금 키가 몇이야?"
"저 175요"
"아직은 내가 너보다 1cm 더 크네?"
"그럼 네가 몇 살이지?"
"저 16살이요"
"나에 딱 반이네?"
"네"
"그럼 네가 성인이 되면 난 몇 살이지?"
아주 짧은 대화를 주고받고 체육관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저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정말 금방 크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세월이 참 빠르구나 느꼈습니다.
맨 처음 L 친구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봤습니다. 그때는 정말 작고 까무잡잡한 왜소한 친구였습니다. 누가 봐도 아이였고, 제 가슴밖에 키가 오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새 세월이 흘러 저와 키가 1c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곧 중학교도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된다 합니다. 키와 비례하듯 농구 실력도 일취월장해서 지금은 너무나 잘합니다. 힘차게 점프하여 부드럽게 레이업 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성인들과 겨뤄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 친구가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농구를 할 수 있을까?"
"같은 팀에서 5대5 경기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문득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 미래도 아닌,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미래에 아이들과 같은 팀으로 뛴다는 상상에 작은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두려움도 느껴졌습니다. 미래의 친구들이 저보다 훨씬 좋은 몸과 실력이 생긴다면 농구코치인 제가 면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농구인으로서 실력도 몸도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잠깐의 낯선 상상 후에 결심이 섰습니다.
"나도 질 수 없지. 그때까지 멋진 모습을 위해 연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