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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신 May 11. 2022

선생님 커피 드세요

한창 레슨 중인데 어떤 청년이 제게 인사를 하며 커피를 건네주었습니다.


어둡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누군지 몰라 저는 어색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습니다. 레슨 받는 부모님, 혹은 형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제게 1년 전까지 농구 레슨을 받았던 Y 학생이었습니다. 못 알아볼 정도로 부쩍 커서 제가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작고 얼굴에 솜털이 있었던 초등학생에서 이제는 키도 저랑 비슷하고 듬직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어찌나 놀랍고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학업 때문에 농구 레슨을 못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되어 제게 인사를 하러 온 것입니다. 그것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주면서 말이죠.


훌쩍 커버린 제자에게 커피를 받는 경험이 참 묘했습니다. 그냥 음료수가 아닌 성인들의 음료수인 커피를 받을 때 기분은 마치,


선생님 저도 이제 많이 컸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와 준 제자에게 작은 커피와 빵을 사주었습니다. 이제는 커피를 먹는다는 제자가 신기했습니다. 레슨 중이어서 짧은 대화밖에 하지 못해 참 아쉬웠습니다.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커피를 사준 제자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제가 그렇게 훌륭한 농구코치였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농구코치로서 아이들에게 선생님, 쌤, 코치님이라고 불리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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