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좀비가 된 나

열정의 고갈

by 농신

아침 10시쯤, 출근을 알리는 알람이 울립니다. 하지만 알람을 들어도 저는 일어나지 못합니다. 알람이 두 번, 세 번 울려야 어렵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하루 일과 중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침대에 축 처진 몸을 떼어낸 뒤, 식욕 없는 아침 식사를 합니다. 배고파서 먹는 식사가 아닌, 때가 되어서 먹는 아침 식사입니다. 그렇게 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은 뒤에는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좀비가 된 나를 마주칩니다. 피곤함에 찌들어 푸석푸석한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 생기도 초점도 없는 눈빛을 한 나를 봅니다.


씻는 둥 마는 둥 씻습니다. 그렇게 씻어도 씻은 것 같지 않게 화장실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잡히는 대로 옷을 입고 출근합니다. 이제 겨우 출근했을 뿐인데 직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모든 피로가 몰려옵니다.


출근을 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한 채로 정신없이 일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파김치가 되어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깁니다.


집에 도착해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쓰러집니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습니다. 미래의 대한 걱정과 초조함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이면 울리는 알람. 아침 10시. 이게 저의 하루이고 반복되는 삶입니다.


어느새 저는 죽어있었습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의욕과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움직이는 것은 몸뚱이뿐. 25살에 저는 좀비였습니다.




+ 추천 음악 / 독 / 프라이머리

깊은 구멍에 빠진 적 있지

가족과 친구에겐 문제없이 사는 척

뒤섞이던 자기혐오와 오만

거울에서 조차 날 쳐다보는 눈이 싫었어

열정의 고갈

어떤 누구보다 내가 싫어하던 그 짓들

그게 내 일이 된 후엔 죽어가는 느낌뿐

다른 건 제대로 느끼지 못해


+ 추천 음악 / 다이나믹 듀오 / 시큰둥

세상에 템포 맞춰 살다 보니까

풀렸어 내 열정의 고리가

이젠 안 들려 꿈의 소리가

감정은 굳어 그저 시큰둥 마치 기쁜 듯

썩은 미소로 전해 기분을

집중을 못해 단 10분을 난

흥미가 없어 매사에 불만

지겨운 세상은 날 가두는 새장

내 욕구불만은 저 우주 끝까지 팽창


+ 추천 음악 / 어른병 / 배치기

어느새 멈췄네 내 신장이 그리고 식었네 내 심장이

끝없이 뛸 것 같았던 맘이 날 이리 데려왔어 시간이

왜인지 겁이 나 무척이나 왜 두려워져만 가나

사랑도 도전도 분쟁도 내 꿈도 점점 작아져가네

지키고 싶은 게 많아서 나 너무 약해져 내 모습 가여워

+ 추천 영화 / 브레이브 하트

모두 언젠가는 죽소. 살아 있다고 정말 살아 있는 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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