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하 Nov 15. 2019

밥은 먹고 다니냐

"밥은 먹고 다니냐?"

우리가 실생활에서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영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이 생활 대사는 사실 과거 배고팠던 과거로부터 시작되었다. 여러 베이비부머, X세대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나 때는 말이야"(a.k.a : Latte Is horse)에서도 자주 회자되듯이, 치킨은 커녕 백숙도 접하기도 어려웠던 힘든 시절이 분명 존재했. 하지만 요즘 시대에서는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기보다, 되려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 삶을 우리는 살고 있다. 분명 우리는 과거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던 한국은 192개국 중 '17년 GDP 기준 세계 12위, 국민 총소득은 3만 6백 달러를 달성했다. 1967년 3천만 명이었던 인구는 2012년 67% 증가한 5천만 명을 돌파했고, 2030년까지는 유지될 전망이다. 또한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질병 사태에도 우리 국민들은 정가의 5~10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면서까지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구매하여 쓰는 국민성을 보여주었다. 이 위대한 민의식 덕분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감염률을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가난했던,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얼마 안 되던 쌀을 이웃과 나눠먹으며 밥심으로 또한 뚝심으로 피땀 흘려 얻은 민족성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나님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나 끝을 알 수 없는 신비한 우주의 팽창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우리 인간사회에서 역사는 반복되고, 예측할 수 없는 국가의 흥망성쇠가 일어난다. 세계 경제는 순환하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경제/경영 전문가들도 세계 경기가 정점을 찍고 수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며 항공,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초토화시켰다. 각국의 정부, 중앙은행들은 이를 준전시 상황으로 판단하여 폭발적인 재정 지출과 통화 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 유동성을 크게 증대시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앞으로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 보인다. 이러한 유동성은 경제 성장의 주체인 기업, 가계가 아닌 자산에 집중되며 부의 양극화를 가속화시켰고,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등의 자산가들의 주머니를 넘치게 채워주었다. 반대로 정말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 가진 것은 없어도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근면 성실한 노동자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빈곤을 선사해 주었다.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을 지탱하던 인재의 수, 크게 보면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확장재정, 0에 가까운 기준금리 정책 등 장기간 시장에 돈을 쏟아부어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은 식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유가 있어야 이웃도 보이고, 배려가 생긴다. 하지만 요즘은 나 살기도 너무 바쁜 시기이다. 국가 간에도 협력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더욱 강조하는 기조가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배들에게 현재는 참으로 답답한 시국이다. 이들은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버린 기존 선배 세대들을 원망할 수도 있다. 역대 최고의 스펙을 가졌음에도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 요즘 을 살고있는 후배님들이 바로 MZ 세대이다. '우리 때도 힘들었어'라는 말도 안 되는 푸념을 내놓으려면 적어도 대기업 공채, 공무원 임용 출신 선배들은 침묵해야 한다. '21년 1월 현재 4대 그룹 중 삼성을 제외하고 대졸 공채가 이미 사라졌다. 공무원 모집 직무는 이제 대부분 이공계열에 전문직(기사 등)에 극한 되어 인문계열의 후배님들은 가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또한 기업의 수시 채용 전환은 신규 인재에 대한 수요를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꼭 필요한 직무, 수요에 대한 적시의 수시 채용은 신입이 아닌 경력자를 우대하는 현상을 크게 가속화할 것이다. 수입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다지만, 만약 학자금 대출이라도 있는후배님들에게꿈꿔왔던 직장인의 삶도 더욱 고단하다.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만약 월 소득 3백만 원의 근로자의 경우 각종 직간접세 등 조세납부를 위해 1백만 원(2018년 26.8%,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9년 이후 역대 최대치)을 납부하고, 생계유지에 꼭 필요한 식료품비 50만 원을 지출하면 고작 150만이 남게 된다. 여기에 주거, 통신 비용을 포함한 모든 소비를 실현해야 한다.("그럼 월 3백보다 많이 벌면 되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놀랍게도 2017년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1,800만 명의 실제 평균 월급은 295만 원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납부하는 세금뿐만 아니라 소비에 따른 간접세가 모두 포함되었고, 다른 모든 자산 혹은 부가수입이 없다는 가정이겠지만, 최근에 코로나 사태 이후 기본적인 생계를 위한 의식주 영위조차 버거운 느낌이다. 괜히 우리가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여가를 보내고, 가성비 소비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 IT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과 소규모 사업자들은 마치 가뜩이나 어려운데 코로나까지 만나 연기가 자욱한 불구덩이 속을 걸어가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이러한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은 향후 10년 후를 예단하지 못할 만큼 그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소득과 일자리는 분명 줄어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먹고살기가 어려워질수록 눈먼 확정 재정, 포퓰리즘 정책으로 세금은 또다시 증가할 것이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시대의 흐름이자, 수순이다. 세상 살기가 "힘들다", "어렵다"는 푸념을 후배님들께 나누려는 것이 아니다. 지나친 걱정을 야기하고자 하는 목적도 더더욱 아니며, 대부분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보기 싫은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리고, 외면하지 말기를 바라며 그럼에도 우리의 삶을 보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당장 피해버리고 싶은 문제를 용기를 내어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어려운 시기일수록 눈을 감아버리고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를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밀레니얼 동지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MZ 후배님들께 도서 중 일부 아니 한 문장만이라도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