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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Nov 26. 2019

취업 준비 때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08년 3.2%였던 전체 실업률이 10년 후인 '18년에는 3.8%를 기록했고, 대졸 이상 실업률은 2.6%에서 3.6%로 치솟았다('20년도 유사한 수치). 생각보다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실업률에는 조사기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하였거나,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들은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연히 실제 체감 실업률은 더욱 높다. 점차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평생직장은 부재하며, 공무원 시험은 역대 최대 경쟁률을 갱신하고 있다(뭐가 이리 암울한 지...). 이미 감소 추세인 취업시장은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를 만나 더욱 악화되었다. 유통,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며 기업의 매출, 고용을 포함한 투자를 감소시키고 있다 보니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하며 자연스럽게 채용 규모가 감소되었다. 수시 채용 방식이 되면 기업은 신입보다는 검증된 경력 사원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입사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보다 과거 몸 담았던 회사의 규모, 업종, 개인별 직무 경험, 근속연수와 직급, 레퍼런스 등에 의존하는 경력 채용 선호 현상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딛으려는 후배님들의 선택지를 감소시킨다. 더 큰 문제는 경제 환경이 어려울수록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역대 최고의 스펙과 능력을 가진 요즘 취업 준비생들과 학생들의 미래 불안감, 그리고 좌절감은 나와 우리 선배들의 상상 그 이상이다.


필자는 이러한 시기에 이른바 진로설계 / 취업 컨설팅 등의 돈벌이로 불안한 우리 후배님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장사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또한 못된 혹은 편향된 정보를 마치 그것이 진리인 것 마냥 마케팅을 하고, 그들의 주머니에서 필요 이상의 돈을 갈취하고 있는 업체/개인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 역시 놀라웠다. 대표적인 예로는 '합격 자기소개서' 혹은 '합격자 인터뷰', '자기소개서 대필' 등의 유형이 있다. 사실 어떤 면에서 고득점을 받았고, 취업에 성공하게 되었는지는 당사자들은 잘 모른다. 사실 합격자들이 잘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정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거나, 감점 요인이 된 경우가 여럿 존재한다. 과거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합격에 가장 주요했다고 생각한 요인들을 인터뷰했고, 그 결과를 면접관 평가 등 실제 평가 포인트와 비교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대부분 상이했기 때문이다. 신뢰도를 평가하기 애매한 이런 정보들을 흔히 말하는 '비기', '합격 스펙'으로 한정 지어 버리는 일은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다.(예를 들어 "여기는 어학 고득점자만 합격하네, 다른 곳을 지원해야겠다" 등) 전직 채용 혹은 직무 담당자의 조언들 중 특정 전형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한 노하우들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그들은 지원자들을 평가하지는 않는다(일부 직무에서 제한적으로 참여). 게다가 평가 항목과 프로세스는 수시로 변하고, 평가자는 여전히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나 편향(bias)이 존재한다. 물론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다. 예를 들면 자기소개 항목이나 면접 진행 방식이라던지, 혹은 자기소개서 작성 시 반드시 필요한 지원 직무 관련 정보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참고 용도이며 절대적인 합격의 기준자가 될 수 없다는 이 포인트이다. 어디까지나 취업은 "확률 게임"이다.


과거 'Show me the money'라는 프로그램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을 때, 필자를 포함한 당시 채용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에서 "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제목 혹은 문구를 수천 건 넘게 발견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연결고리'가 들어간 자기소개서는 잘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자에게 부정적인 초두효과로 각인되어 평균 서류전형 평가 점수가 하락하는 기현상을 발생시켰다. 타인에게 나를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연애를 할 때도, 취업을 준비할 때에도, 심지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평소 겸손이 몸에 배어있는 우리로서는 생각보다 어색하고, 어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기소개서를 대필을 맡기는 행위는  나에게 맞지 않는 디자인, 치수의 옷을 구입하는 행위이다(우연히 딱 맞는 경우도 물론 존재할 수 있겠지만...). 자기소개서 작성 시 기존의 문장, 표현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보기 좋아야 더욱 먹고 싶어 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맛이다. 우리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재료를 담고 있는지, 어떤 리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맛을 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 요리하게 될 본인이 가장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충분한 시간과 고민을 통해 본인의 강점 포트폴리오를 DB화 하여, 필요시(입사 지원 시 ) 해당 기업과 직무에 커스텀 마이징 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이직 준비 시에도 마찬가지. 평소 본인의 강점 = 업무성과는 정량적인 수치와 함께 수시로 정리해 두는 습관을 가지시면 좋습니다).


채용 프로세스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우선 좋은 회사와 직무를 관찰하고, 지원자와의 공통점. 즉, 연결고리를 찾고 이를 검증하는 일이다. 팀워크, 협동을 중요시하는 회사의 인적성 문제에서 '나는 혼자 일할 때 더 능률이 오른다'를 응답해버리는 지원자는 탈락 확률이 높아진다(극단적인 예시. 대부분 기업 채용 프로세스는 실제로 매우 정교하다. 그러니 인적성은 최대한 진솔하게 응답하도록 하자).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전형적인 질문이지만 "왜 우리 회사인지", "왜 지원한 직무"인지를 집요하게 묻고, 보유역량, 가능성을 확실하게 검증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인적성 평가(최근 AI 평가 Tool 포함), 면접(시뮬레이션, PT발표, 복합형 등) 등 다양한 검증 절차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맞는 사람인지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즉, 취업준비에 있어 다른 모든 작업보다 선행돼야 하는 본질적인 일은 나 스스로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성찰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일이다.


※생각해보기 - 교집합 찾기 1. 나를 관찰하기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은 앞서 말했듯 '왜 이 업종(회사)인지', '왜 이 직무인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고 속으로 생각하셨을 텐데, 가장 간단한 아래 방법을 예시로 소개하고자 한다(이 방법은 본격적인 취업준비 시즌 전, 대학교 2~3학년 때부터 여유 있게 준비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나의 강점과 약점 파악하기 -> 강점 포트폴리오 만들기]

1. 노트 혹은 빈 용지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과 약점을 적어봅니다.(이 모든 강점과 약점에 연관된 경험 혹은 느낌을 함께 기록합니다)

2.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나'에 대해 기술하게 합니다.

3. 공통 혹은 유사 범주에 있는 강점과 약점을 카테고리화 합니다.

4. 해당 카테고리별 경험과 생각을 구체화합니다.

5. 강점의 경우 '더 필요한 경험'은 없는지를 리스트(단, 실행 가능성이 높아야 함)

6. 5번의 더 필요한 경험과 단점 보완을 위한 개발계획을 수립합니다.

7. 개발계획 실행 및 나만의 강점 포트폴리오 완성


완성된 강점 포트폴리오는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 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팀워크'가 강점인 지원자가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기업에 지원하게 된 경우 본인의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경험 혹은 관련 내용을 편안하게 꺼내어 사용하면 된다(면접 시에도 마찬가지). 보통 기업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은 기업 홈페이지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 혹은 자기소개서 항목(ex. 학교에서 협업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창출했던 경험을 기술하세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각해보기 - 교집합 찾기 2. 직무 & 회사 관찰하기

본격적인 진로 목표 설계를 위해서는 현재 어떤 직무들이 존재하는 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관리하는 국가 직무능력표준 사이트(www.ncs.go.kr) 진로(직무) 설계에 유용한 정보를 담고 다.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직무 및 직무기술서, 기업 목록, 직업기초능력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채용공고 확인 용도로 꽤 유용하다.


홈페이지-자료실-일반자료실에서 'NCS 정보망 DB'를 다운로드하여 참고하는 것이 보다 편리한 방법일 수 있다. 아직까지 완벽하진 않지만 어떠한 직업과 직무, 지원 가능한 회사가 있는지 참고하시는 데는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 존재한다. 물론 디테일은 업종, 회사마다 상이하지만 본격적인 취업준비 시즌 이전에 대략적으로 나의 직무 진로를 설정하거나, 지원 직무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는 구할 수 있사오니 한 번쯤 활용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우선 나의 일을 정하고, 다음에 회사를 찾는 것이 올바른 진로설계 프로세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로 설계의 사각지대에 있다. 제도권 교육 내 뚜렷한 직업경로(의사 등)를 가진 성장 루트는 극히 제한적이고, 대부분 현실의 제약요건 내에서 희망하지 않았던 학과에 진학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미래 직업은 더더욱 변화할 것이다. 참고로 글라스 도어에서 제시한 유망 직업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앞으로 더욱 문송할 이유들...).


※ 유망 직업(글라스 도어, '20년) - 1. 프런트 엔드 엔지니어, 2. 자바(JAVA) 개발자, 3. 데이터 과학자, 4. 제품 매니저, 5. 데브옵스 엔지니어, 6. 데이터 엔지니어, 7.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8. 언어치료사, 9. 전략 매니저, 10.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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