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삼천 원을 품고 다녀야 하는 이유
오늘은 열었으려나?
퇴근 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붕어빵 파는 곳으로 달려간다. 오늘은 열었어야 하는데, 붕어빵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줄이 짧아야 할 텐데 라는 많은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직장 근처 붕어빵집은 매일 여는 것도 아니고 열었어도 붕어빵이 빨리빨리 팔리기 때문에 언제나 초조한 발걸음으로 향하게 된다. 요즘 들어 예전 간식들이 유행인 탓에 붕어빵도 덩달아 인기가 많아졌다. 게다가 붕어빵집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찾아다녀야 한다고-!
어쨌든 멀리서 보이는 붕어빵집. 오늘도 역시나 기다리는 사람이 꽤 있다. 슬그머니 나도 함께 줄을 선다. 오늘은 꼭 먹고 싶다. 붕어빵이..!
“구워진 게 다 팔려서 새로 해야 해요- 조금만 기다릴래요?”
꼭 그런다. 하필 내 앞에서 뚝 떨어진 붕어빵..
‘뭐.. 시간도 많은데 그냥 기다리자..!’
기다리겠다. 대답을 한 뒤 주인아주머니가 붕어빵 만드는 걸 구경한다. 붕어모양의 틀에 반죽한 밀가루를 먼저 짠 뒤 그 위에 달달한 팥앙금을 듬뿍 올린다. 반죽이 서서히 익어가며 나는 냄새가 황홀할 정도다.
다 구워진 붕어빵을 판에 올려 조금 식혀준다. 그리고 하얀 종이봉투에 하나씩 넣어 담아준다. 봉투에 담긴 붕어빵을 설레는 마음으로 받은 뒤 얼른 집으로 향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붕어빵이 든 봉투를 접어서 막아버리면 안 된다. 그러면 봉투 안쪽에 습기가 차 바삭하게 잘 구워진 붕어빵이 금방 흐물 해져버리기 때문! 흐물한 붕어빵은 용납할 수 없으니 봉투입구는 가급적 열어두자.
잘 구워진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밀가루반죽의 고소함과 팥앙금의 달달함이 합쳐져 입이 행복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꼬리 쪽 부분이나 지느러미를 선호한다. 앙금의 맛보다 바삭하게 구워진 반죽의 맛을 더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가끔은 팥앙금을 빼고 반죽만 구워진 붕어빵을 먹고 싶을 때도 있다.)
요즘 붕어빵의 인기가 높아져서 그런지 치즈, 커스터드, 초코 등 다양한 속 재료들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근본은 팥과 슈크림이 아닌가 싶다. 피자붕어빵도 간간이 보이는데 그것도 나름 맛있다.
아무튼 내게 팥붕파냐 슈붕파냐 묻는다면 난 팥붕파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슈크림이 든 슈붕도 맛있긴 하나 뭔가 느끼한 느낌이라 빨리 질리더라고, 나는 팥붕 두 마리에 슈붕 한 마리 정도 먹으면 적절한 것 같다.
어디에서 본 글이 있다. 겨울철엔 가슴속에 현금 삼천 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왜냐? 붕어빵 사 먹어야 하니까!
뭐 사실 요즘은 계좌이체도 가능하지만(T모먼트) 그래도 너무 귀여운 말인 거 같다. 하하-
추운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붕어빵가게 찾기, 매년 오는 붕어빵아주머니 기다리기.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그리고 행복한 일이다.